박순오 목사의 목회자 칼럼


하나님 나라와 성시화 운동

박순오 목사
대구서현교회
대구성시화운동 상임본부장

현 정권의 ‘종교편향’에 대한 논란을 둘러싸고 최근 불교측과 정권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심히 염려스럽다. 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로서 종교들이 경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별다른 마찰 없이 평화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작금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또 다른 고질적 사회분열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성시화운동의 현주소와 정체성, 그리고 방향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앞서가는 도시의 성시화운동을 배우고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구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로서, 그리고 대구 성시화운동을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성시화운동본부의 한 사람으로서 부산으로부터 들려오는 교계연합의 소식이 부럽기 그지없다. 대구의 많은 목회자들의 소원은 “우리도 2010년에 10만 명이 모이는 연합집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싶고, 우리도 그 집회를 통해 대구의 영적 기상도를 바꾸어보고 싶다” 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구성시화운동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 7, 80명이 비가 오나 눈이오나(?) 매주 수요일 아침 7시에 함께 모여 말씀과 기도로 우리의 비전을 키우고 있다. 금년에는 주로 필자가 이 모임의 진행을 맡아 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는데, 설교 말씀 후 합심하여 드리는 통성기도 시간이 20분 남짓하지만 필자 개인에게는 타락한 도시 대구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키워나가는 데 무척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과연 도시를 성시화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성시화운동의 모토는 ‘전교회(Whole church)가 전복음(Whole gospel)을 전시민(Whole city)에게 전하고 실천하자’ 이다. 그동안 교회는 잃은 영혼을 찾아 전도하는 일에 매진해 왔고, 이를 통해 양적인 성장을 이루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사회의 부패한 조직과 타락한 문화에 대한 도전의식보다는 너무 개인의 구원과 교회의 성장에만 매달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전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것이 과연 전복음(全福音)적이었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사도바울은 하나님 나라를 정의하기를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라고 했다. 도시의 성시화는 사람의 노력이나 연대에 의해서라기보다 오직 성령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하나님 나라는 의(義)의 나라인데 이것은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가질 때만이 가능하다. 진정한 평강은 사랑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성령으로 인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강권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그리고 참 기쁨은 성령이 주시는 소망을 가진 자에게 주시는 선물이다.
우리 도시의 성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속한 교회를 ‘의와 평화와 기쁨’이 가득한 공동체로 세워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그리고 도시의 거룩을 염원하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도시 건강’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개교회가 추진하는 사회의 복음화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리 사회의 통전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기도하며 일터로 나서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주변 환경 건강, 생태 건강, 복지와 노동과 문화와 가정환경의 건강, 그리고 공공기관 건강을 위해 보다 치밀한 기획과 점진적인 실천이 요청된다.
지금까지 우리 기독교의 개념이 너무 사유화(私有化)되어 있었다면 이제 공적인 기독교 개념을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작금의 종교편향 논란을 사랑으로 보며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200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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