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체복무제 시행, 기독교계 들썩

종교에 의한 병역 거부자 대다수가 ‘여호와의 증인’
그간 사회적 논란이 되어 왔던 양심·종교에 의한 병역 거부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바로 양심이나 종교적 사유에 의한 병역 거부자를 대상으로 빠르면 2009년 대체복무제가 시행되는 것.
지난달 18일, 국방부는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방안’이라는 자료를 통해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이 사회복무제로 대체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내년 중 개정 하겠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밝혔다. 이번 국방부 발표로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더욱 뜨거워졌으며, 기독교계의 반응도 환영과 우려로 크게 엇갈렸다.


*대체복무제 어떻게 이루어지나?

국방부는 “매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형사처벌을 받고 있는 이들이 750여명에 달하며,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합리적인 병역제도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온 만큼 대체복무 허용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체복무제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또,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찬성 여론이 2005년 7월 23.3%(한국국방연구원)에서 2007년 7월 50.2%(KBS)로 상승한 점을 들어 대체복무제 도입에 앞서 여론조사,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체복무제는 현역대상자, 보충역대상자 중 종교적 사유로 대체복무를 희망하는 이들이 소록도 한센병원, 마산 결핵병원, 서울, 나주, 공주 등의 정신병원 등 특수병원 9개소와 전국 200여 노인전문요양시설 등에서 현역병의 2배인 36개월간 복무한다는 내용이다.
국방부는 복무 기간 2배, 엄청난 노동 강도, 집단 합숙 등 대체복무제가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확고한 시스템 마련 의지를 보였으며, 대체복무자 선정도 법조계, 학계, 사회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자격판정위원회를 만들어 해당 종교단체 증빙서류 검토, 면담 등의 절차를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대 대신 감옥을 택하는 그들, 그 이유는?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발표로 가장 기뻐하는 쪽은 ‘여호와의 증인’이다. 현재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 사람은 3,761명으로 이 중 이단으로 규정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3,729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 지부는 국방부 발표 후 ‘한국 정부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제도를 받아들이다’라는 제목으로 보도 자료를 냈다. 그들은 “이번 정부 발표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수많은 젊은이들이 투옥되어야만 했던 오래된 문제가 그 해결을 향해 의미 깊은 진전을 한 것을 의미 한다”며 “이제 한국도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는 다른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호와의 증인이 감옥행을 감수하면서 까지 병역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 장신대 탁지일 교수(예장 통합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위원)는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 거부는 세상 권력을 사탄의 권력으로 보는 그들의 교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여호와의 증인은 공무원이 되거나 애국가 제창, 국기에 대한 맹세, 군복무 등 국가의 모든 제도를 부정하고 있다. 또, 탁지일 교수는 이번 대체복무제와 관련해 “양심적 병역 기피에 의한 대체복무 마련은 긍정적인 입장이나, 여호와의 증인의 병역거부가 평화의 문제가 아닌 교리적 문제일 경우 되짚어봐야 한다”며 대체복무제가 그들의 교리를 합리화하는 등의 수단으로 이용될 것을 우려했다.
군 선교 연구위원인 박영관 박사(한국기독교이단종파연구소 대표)도 “대체복무제도는 병역의무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은 여호와의 증인뿐이라 괜찮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다른 기독교 이단 종파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한다면 당국은 어떻게 하겠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기독교계 진보 진영, 대체복무제 ‘환영’

먼저 2001년부터 대체복무제 허용을 주장해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권오성 목사)는 “우리나라가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계기”라며 ‘대체복무제 환영’의 뜻을 밝혔다.
KNCC는 지난달 18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반세기 종교적 양심에 따른 집총 및 군사훈련 거부로 1만여 명의 젊은이가 전과자가 됐고, 최근 1년 동안 7백여 명이 실형선고를 받았다”면서 “종교적 사유 등으로 병역 거부자에게 병역이행 대신 대체복무를 허용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국가 안보를 간과할 수 없지만, 향후 우리 사회는 민중 안보가 보다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기총·언론회 등 우려 표시 한기총, 언론회 및 주요 교단과 단체는 대체복무제를 소수 특정 이단종교에 대한 특혜라는데 생각을 같이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 반대 성명 발표 등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용규 목사·한기총)는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는 것은 국가안보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으며, 국가 안보 위에 어떤 개념도 우선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언론회)도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밝힌 내용을 보면, 나름대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려 고심한 부분이 눈에 띄나 여전히 문제점은 남아 있다”며 군 전력 약화와 특정종교에 대한 특혜, 봉사활동을 빌미로 포교 기회를 갖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언론회는 “이는 보편과 상식에 어긋나는 결정”이라면서 “한반도 통일이나 남북 간 평화공존의 시대가 열릴 때까지, 혹은 모병제도가 시행될 때까지 보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장 통합, 합동 등 11개 군종장교 파송교단이 연합한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이사장 곽선희 목사)는 기장을 제외한 10개 교단 군 선교 총무, 국내선교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거쳐, 24일 ‘종교적 사유 병역 대체복무제를 반대 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대체복무제 추진에 대해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앞으로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오도된 여론조사를 결과로 한 졸속적인 정책 추진을 비판하고, 특정 이단 종파에 대한 특혜라며 대체 복무 시행 추진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체복무제는 ‘뜨거운 감자’…아직은 국민여론 반대 높아

대체복무제를 두고 사회적 여론도 ‘인권 존중’이라는 찬성 의견과 ‘국가 안보가 우선’이라는 반대 의견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참여연대는 “전 세계적으로 병역거부로 수감된 사람의 90%가 한국인이므로 늦었지만 환영 한다”고 밝혔으며, 재향군인회는 “반국가적·반사회적 행위로 국민개병제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어 시기상조”라며 반대투쟁 의사를 내비쳤다. 정치권 역시 의견은 분분하다.
한나라당은 “양심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존중하지만 병역 의무와 관련된 문제를 조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논평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으며, 민주당은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도 악용 가능성을 지적하는 등 신중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각종 인터넷 여론 조사 업체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폴에버 62%, 부산일보 인터넷 설문 68.7%, 리얼미터 49.7% 등으로 반대 의견이 대부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병역기피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경애 기자

2007.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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