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학력 앞에 진실한가?

·비 인증대학학위 소지자 140명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밝혀내…
동국대 신정아 교수의 가짜 박사 학위 논란 이후 하루에 한번 꼴로 연예인, 사회 유명인사 등의 허위 학력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 대형 사찰의 스님이 자신의 허위 학력을 밝히면서 ‘정직’의 표상이 되고 있는 성직자도 학력 부풀리기에 예외가 아님을 드러냈으며, 기독교계 역시 학력 앞에 진실한가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계, 학력 부풀리기 원조?…가짜 학위, 검증 안 된 외국 학위 넘쳐

서울 신림동 모 교회 S 목사는 1997년 9월부터 1999년까지 자신의 교회에 미국 모 통신대학 한국사무소를 설치, 종교학 등 10개 학과를 편성해 대학을 운영하다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에 불구속 기소됐다. 2001년에는 부산 K대 전 학장 P 교수가 K 신학대학 건물에 미국 루이지애나 침례대학원의 분교를 설립한 뒤, 석사과정 26명, 박사과정 28명을 입학시켜 수강료 2억 4,000여 만원을 받았으며 일부는 학위까지 수여해 역시 구속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4년에는 한기총 소속 모 교단 140여명의 교단 인사들이 가짜 박사학위 소지자로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03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한 외국 박사학위 학위 소지자 276명이 비인증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목회학 등 기독교 관련 학위 소지자가 140명으로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학교 설립이 자유로운 미국의 경우 주에 따라 신학교 설립이 신고만으로 가능하고, 학위 수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검증이 안 되는 형편이다. 외국의 박사 학위를 선호(?)하는 목회자들 이 손쉽게 박사 타이틀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은 많다. 굳이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미국의 대학과 공동학위 과정을 운영하며 국내 통신 과정을 통해 10년이 걸리는 외국 신학박사 학위를 6년 만에 속성으로 발급이 가능하다는 신학교도 있다. 현재 이 신학교의 국내 통신 과정 수강생은 200명에서 300명이라고 한다. 설령 외국을 나갔다 하더라도 한국어 강의에, 논문은 거의 대학 리포트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 오클라호마에 소재한 A 대학의 경우, 목회학박사 과정 3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하는 기간은 3개월에 불과하며 미국에 가서도 한국인을 위한 반이 따로 있고 한국인 통역사까지 있다. 그 뿐 아니라 영어 한마디 하지 않아도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박사학위 논문을 한글로 쓰면 영어로 번역까지 해 준다고 한다. 이렇게 특별한 노력 없이 받아오는 학위는 교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학자들은 털어놓는다.

‘박사 목사’가 넘친다

연이은 학력 파문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벌주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학력으로 목회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박사 목사가 넘쳐나고 있는 현실은 기독교계도 ‘학벌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 아니냐는 것. 사실, 이름만 들어도 다 안다는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대다수 외국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를 시무하기 위해서는 외국 박사 학위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닌 듯 하다. 교회가 목사 청빙 광고를 통해서는 목회자의 말씀이나 인격, 지도력 등의 부분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우선 학력이 뒷받침 되었을 때의 문제다. 이렇게 학벌주의 사회 풍조 앞에 모범을 보여야 할 기독교가 먼저 학벌주의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에 목사들의 학력 부풀리기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교계의 학력위주 풍조에 대해 한국감신대 이정배 교수는 “하나님과 가장 정직한 관계를 맺어야 할 종교인이 세상의 평가를 두려워하며 학력을 부풀리고 있다”며 “자기존중감을 갖고 사명을 소중히 여기며 진실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학력 정직성 회복해야

교계의 허위 학력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이슈가 되고 나서야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회언론회는 일부 교계 지도자들의 학위 조작을 지적하는 논평을 내면서 “교계도 학위 위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단기간 학위받기, 외국에 나가지도 않고 학위 받기, 논문도 쓰지 않고 학위 받기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함”을 강조했다. 또, “교회 지도자가 양심을 속이고 양식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야말로 개선돼야 할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사랑의 교회 원로 목사인 옥한흠 목사도 지난 21일 열린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 협의회 영성 수련회에서 “허위 학위 문제의 화살이 서서히 목회자들을 겨누고 있다”며 “학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성공의 미끼로 학력을 사용한다면 과연 천국의 아들들이겠냐”고 목회자들의 허위 학력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일부에서는 목회자들이 제대로 공부해 박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여 주기식으로 박사가 될 것이 아니라 진정한 학문 연구를 통해 ‘진짜 박사’가 되라는 것.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는 “목회자들이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얼마나 내용 있는 공부를 했느냐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가짜 학력 파문을 통해 교계도 제대로 공부하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보다 정직하고 진실해야 할 목회자들이 양심을 내놓으며 학력을 부풀린 것은 물론 그러한 실태를 알면서도 방관했던 다른 목회자들 또한 이번 일을 통해 진심으로 회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허위 학력을 밝힌 스님처럼 양심선언하는 목사는 어떻게 단 한명도 없는지 묻고 싶다. 하나님과 성도들이 원하는 목사는 허울뿐인 박사 타이틀을 가진 목사가 아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목회자들이 진정한 목자의 모습을 찾아가길 바란다.

이경애 기자

200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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