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론의 무분별한 비판으로 반기독교 감정 고조, 교계 내부에서는 해외 선교 찬반 논란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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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피랍됐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국민들은 고 김선일 씨의 죽음이 또다시 재연될 것을 우려하며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그들이 다름 아닌 의료 봉사 차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샘물교회(박은조 목사) 성도들로 밝혀지면서 교회와 성도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지만, 이것이 일부 여론에 의해 기독교의 무분별한 선교 문제로까지 비춰지면서 기독교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또한 기독교 안에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번 사건으로 선교가 위축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로 나뉘어 해외선교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알 수 없는 소문과 비방성 댓글 넘쳐… 반기독교 감정 조장
협상 연장이 거듭되면서, 일부 여론은 피랍된 자들이 기독교인이고, 선교의 목적으로 위험 지역에 들어간 것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가지 말라는 곳에 왜 가서 피랍까지 됐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가기 전 유서를 작성했다’ ‘정부가 수차례 만류했지만 봉사활동을 강행했다’ ‘이슬람 사원 등 종교적인 장소에서 찬양하고, 기도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여론의 비난은 더욱 뜨거워졌으며, 피랍 관련 기사가 게재된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는 ‘그들 스스로 위험 지역을 선택한 것이고, 그런 무책임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낸 세금으로 협상하는 것은 아깝다’는 등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과 비난의 댓글이 이어졌다. 그들이 속한 샘물교회의 홈페이지는 서버 폭주로 접근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고, 이번 봉사활동을 주선한 한민족복지재단 홈페이지에는 비난의 글의 쇄도하고, 사무실로도 전화를 걸어와 피랍자와 가족들을 비난했다. 계속되는 비난 여론으로 피랍자 가족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랍자 가족 관계자는 “생사가 경각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봉사활동을 떠났다는 비난 여론이 우세해 가족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비난 여론에 한민족복지재단은 22일 “지구촌 여러 오지에서 묵묵히 땀 흘려 봉사하는 봉사자들의 수고를 매도하는 일이 없도록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으며, 박은조 목사도 피랍 후 처음으로 드린 29일 주일 예배를 통해 “지금은 묵묵히 비판을 감내할 때”라며 “우리가 잘못한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비난도 욕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비난 여론에 반기독교 감정이 겉잡을 수 없이 번져갔지만, 최근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의 사망으로 잠시 주춤해진 상태다.
▲교계 내부 자성의 목소리… 위험 지역 선교 자제해야
교계 내부에서는 이번 피랍사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6일 성명을 내고 위험지역에서 선교봉사활동을 자제할 것을 전국 교회에 당부했으며, 예장 통합 총회장 이광선 목사는 ‘총회장 목회서신’을 통해 “해외봉사활동을 치밀하게 지도하고 관리하지 못했음을 깊이 회개한다”면서 “앞으로 선교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교류를 바탕으로 봉사선교를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김명혁(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강승삼(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 박종화(경동노회) 목사 등 목회자 7명은 28일 성명을 통해 “복음을 전파하든, 사랑 실천을 위한 봉사든 선교를 할 때는 현지인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고 존중해야 하며 그들의 마음에 상처나 거부감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그동안 한국교회가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인 선교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교 전문가들 또한 남들이 꺼리는 위험 지역에서의 봉사활동은 자체적으로 성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만에 하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 교회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안전한 봉사가 최선임을 강조했다. 한국 교회 주요 교단들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에 긴장하며 해외선교정책에 대한 자체 점검 및 주의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샘물교회가 소속된 고신 교단은 피랍사태 직후 정부가 발표한 여행제한·금지구역 분류표를 1600여 산하 교회에 보내 해외 단기봉사활동에 참고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위험지역이라고 피할 것인가… 땅 끝까지 복음 전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
위험지역이라 해도 교회가 해외 봉사활동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측에서는 지금의 한국 교회를 있게 해준 수많은 외국인 선교사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선교사를 예로 들어, “목숨을 건 그의 선교 활동은 수많은 다른 선교사들을 분발시키고, 조선의 복음화를 크게 앞당겼다”며 배형규 목사의 순교도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복음 전도를 방해하고 대적하는 세상 앞에서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신학대학원 이성구 교수도 ‘위험한 곳은 피해야만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샘물교회 팀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칸다하르 은혜샘 유치원을 돕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며 “그것은 위험한 일이니 그냥 버려두어야 하는가? 한국에도 돌아볼 곳이 많으니 해외봉사활동은 접어두고, 해외선교활동은 중단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위험할수록 가야한다. 선교나 봉사는 내 나라 남의 나라로 구분해 할 수 있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 지역 한 교회의 목사 또한 “선교·봉사활동에는 늘 위험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라며 “희생 없이 열매를 거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교계 내의 해외 봉사활동 방식에 대한 질타에 대해서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교계 한 관계자는 “봉사활동의 본질적 사명은 어렵고 힘든 지역에 가는 것”이라면서 “물론 현재의 활동 방식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겠지만 봉사활동 자체가 매도당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다고 믿는 우리 크리스천, 이번 피랍 사태 앞에서도 우리 안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선교를 가느냐 마느냐 논쟁하기보다 잠잠히 하나님의 계획과 뜻이 무엇인지 기도하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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