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서회, 예장과 일반출판사와의 출판권 문제
찬송가공회(공동회장 임태득, 엄문용)가 10년의 준비기간을 갖고 편찬한 21세기 찬송가가 발행초부터 출판권 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일선 교회들이 비용문제로 21세기 찬송가를 도입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어 21세기 찬송가의 대표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고된 판권 문제
최근 한국교회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21세기 찬송가 판권 문제다. 기존 기독교 서회(사장 정지강)와 예장출판사(사장 하태초)가 지난해 10월 18일 찬송가 공회측과 ‘21세기 찬송가’를 출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지만 찬송가 공회는 불과 일주일 뒤인 10월 26일 성서원(대표 김영진), 생명의말씀사(대표 김창영)와 두란노서원(대표 하용조)·아가페(대표 정형철)와도 출판 계약을 맺었다. 일부에서 이중계약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계약내용도 모호하다. 예장과 서회와 맺은 계약을 살펴보면 제2조 2항에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찬송가공회가 지정하는 출판사에게만 반제품을 제공해야 하며, 반제품의 가격은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가 조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생명의말씀사 등 일반 출판사들은 반제품을 대한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찬송가 공회가 일반출판사에 반제품을 제공했을 경우 계약위반인 것이다. 그런데, 2조 2항에는 또 다른 단서가 붙어 있다. ‘단 일정한 기간까지는 찬송가공회가 반제품을 (제3의)출판사에게 제공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위의 조항 중 ‘일정한 기간‘이라는 문구를 놓고 찬송가공회와 대한기독교서회, 예장출판사가 해석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회와 예장의 입장은 강경하다. 두 출판사의 찬송가 발행은 어느누가 보더라도 명확하고 독점적 계약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독점적 판권에 관한 찬송가공회와의 합의에 대해 “찬송가공회와 양 기관이 체결한 합의서 제4조에는 ‘찬송가와 관련하여 찬송가공회가 체결하는 여타의 다른 모든 합의서나 계약서보다 우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찬송가 출판에 대한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전하고 있다. 또 서회와 예장은 작년 10월 한국찬송가 공회와 ‘21세기 찬송가의 해설 및 모든 찬송가의 출판권을 기독교 서회와 예장출판사에만 부여한다’고 합의한 바 있으며, 단 단서조항으로 ‘양 출판사는 찬송가공회가 지정하는 출판사에게 새찬송가를 반제품의 형태로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이 합의에 따르면 반제품은 서회와 예장이 일반 출판사에 공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찬송가 공회가 일반출판사에 반제품을 제공하는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4개 출판사는 “지난해 10월 26일 찬송가공회와 4개 출판사가 맺은 계약서상에는 서회와 예장으로부터 반제품을 받는 게 아니라, 찬송가공회로부터 직접 공급받는다고 되어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또 4개 출판사는 “찬송가공회가 반제품을 만들 능력이 없어 우리가 각각 만든 필름을 주고, 찬송가공회가 인쇄소 사장을 불러 반제품을 만들도록 했다”며 설명했다. 이처럼 판권 문제가 도마위에 오른 것은 찬송가 공회가 21세기 찬송가 제작을 위해 서회와 예장뿐만 아니라 일반출판사에도 제작비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생명의말씀사, 성서원, 아가페, 두란노 등 4개 일반 출판사들이 찬송가공회에 21세기찬송가 반제품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9천여만 원씩 총 3억6천여만 원을 납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도 인세 명목으로 찬송가공회에 5억 원씩 총 10억 원을 납부했다고 밝혀 찬송가 공회의 도덕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는 2007년 3월 7일 찬송가공회와 체결한 반제품 제공 중단 합의서를 공개하며, “찬송가공회가 이런 합의를 무시하고 다시 일반 출판사들에게 반제품을 주기로 한 것은 계약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서회와 예장출판사가 공개한 합의서에는 찬송가공회 공동회장인 임태득 목사, 엄문용 장로와 공동총무인 김상권 장로, 김우신 장로가 서명했고, 독점계약 출판사인 기독교서회 정지강 사장, 서진한 국장, 예장출판사 정지강 사장, 우종철 국장이 각각 서명했다. 이 합의서는 일반 출판사들에게 제공될 반제품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찬송가 필름은 즉시 회수해 찬송가공회에 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조처에 4개 출판사들이 불종할 시에는 법적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법으로 공동 대처한다”고 독점계약 출판사들의 우선권을 명확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찬송가공회는 지난 1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합의를 어기고 일반 출판사들에게 25만 권씩 반제품을 주기로 결정했다. 현재 일반 출판사들은 당초 약속했던 1백만 권의 반제품을 받기까지 지속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혼선은 가중되고 있다.
독점계약, 전문성 문제도 제기
한편, 일반출판사는 서회와 예장의 독점계약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21세기 찬송가를 ‘성물’로 비유하며 한국교회 모든 성도들을 위한것이지 특정 출판사의 경제적 이익과 교단의 예속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판권 독점 계약에 대해서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관한 법률에도 위배된다”며 법적인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정형철 아가페 대표는 ‘찬송가는 성물(聖物)이므로 일반 출판사에 맡길 수 없다’는 서회 정지강 사장의 주장에 대해 “더 큰 성물인 성경도 여러 출판사에서 자유로이 인세를 내고 찍는다”며 “내용이 중요하지 출판사가 어디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또 “성경과 찬송은 전문 출판사에서 만들어야 하며, 특정 교단이 찬송가로 수익을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특히 서회에 대해 “제작부가 버젓이 있음에도 개인 S출판사에 전량 위탁제작해 판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진 성서원 대표는 “4개 출판사는 지난 수십년간 찬송가 로얄티를 85% 이상 냈고, 이는 새 찬송가 개발 재정의 85%를 담당한 것이다”며 “세상에는 순리와 상식이 있는데, 전문성도 없는 교단 배경의 두 출판사가 찬송가를 독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 출판사는 서회와 예장이 만든 새찬송가(초판 1쇄 기준) 악보와 가사 등에 대한 오류 목록이 공개됐는데, 합본용 찬송가와 단본용 찬송가에서 각각 46군데, 27군데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김창영 생명의말씀사 대표는 “전문성 없는 출판사에서 급하게 만들었다는 증거다”며 “독점의 피해가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돌아간 것이다”고 지적했다.
성도들 “찬송가 바꿔야 되나요?”
21세기 찬송가가 시중에 출판되고 있지만 다수의 성도들은 찬송가를 바꿔야 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교회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는데 굳이 미리 찬송가를 바꿔 뭐하냐”고 반문한다. 대부분의 교회측도 “찬송가를 바꿔야하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성도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없어 망설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교회마다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형교회보다 중소 교회들의 현실은 더 막막하다. 모 개척교회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없어 눈치만 보는 상황이며 솔직히 21세기 찬송가의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고 솔직한 고백을 한다. 상황이 이러하자 연합행사에서도 21세기 찬송가가 잘 불려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작년 6개(통합, 기감, 기성, 기장, 고신, 기침) 주요교단들이 공식행사에서 21세기 찬송가를 사용한다는 결의를 무색케 만들고 있으며 부활절연합예배까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40%이상 배급한다는 계획도 사실상 힘들다는 계산이다. 피해는 성도들만 21세기 찬송가를 가르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하고 있다. 21세기 찬송가가 시장 규모로 1천억원에 이른다는 말이다. 때문에 서회와 예장, 일반출판사가 법정다툼도 불사한다는 이유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툼이 계속될 수록 그 피해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전망이다. 출판사들이 경제적 이윤추구보다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보다 싼값에 21세기 찬송가가 정착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21세기 찬송가 자체가 청착은 커녕 불신만 싸여 출판사에게도 상당한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신상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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