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인가 신학교만도 4천여명 배출... 모두 수용 어려워
지난해 말 통계청은 쉬는 남성의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실업자 82만7천여명의 수보다 더 많은 숫자여서 우리나라의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이제는 아예 취업을 포기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수치로 보면서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심각한 취업난은 비단 사회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목회자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늘어나는 목회자들을 다 수용할 수 없는 한국교회는 ‘목사 실업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2월, 각 학교들이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갈곳없는 신학교 졸업생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편집자 주>
종교연감에 기록된 교회 수는 약 6만 개로, 목회자 수는 13만여명에 이른다. 그렇다면 한 해 몇 명의 목회자가 배출될까. 무인가신학교가 교육부 인가를 받은 신학교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신학교 졸업생의 수까지 파악하는 어려운 일이다.
대표적으로 볼 때 예장통합은 7개의 신학교에서 1000명 이상, 예장합동은 무려 10개의 지방 신학교에서 배출되는 신학생들이 총신 신대원 과정을 거친 뒤 800여 명이 한꺼번에 배출되고 있다. 감리교의 경우도 3개 신학교에서 500여명 정도의 목회자가 배출된다.
이밖에도 현재 우리나라에만 개신교에 관계되는 교단수가 100여개가 넘고 이에 속하는 각 신학교만 생각한다고 할 때 한해 배출되는 목회자의 수를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가를 받은 학교의 신학생들만 따졌을 때 4천여명이 나온다고 하니 무인가 신학교까지 합할 경우는 생각한다면 그 수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많은 신학생들이 배출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신학교에 대한 인기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1월27일 예장합동 총신신대원이 40명을 추가 모집하자 533명이 지원해 13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한편, 총신신대원은 12월 379명을 모집하는 정시모집에서 4.5대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예장통합 장로회신학대학원(김은중 총장)도 300명 정원에 경쟁률 4.5대1을 기록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많은 교단에서 직영하는 신학교를 비롯한 많은 신학대학들이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방 신학교에서는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나 대형교단에서 직영하는 신학교들은 그 경쟁률 또한 만만치 않은 곳이 많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에는 신학생 수급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뿐 아니라 신학 교육의 본연의 자기 정체성을 찾아나가기 위한 진지한 모색이 요구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올바른 교단 총회 정착을 위한 공동 대책 위원회(교단총회공대위)는 얼마전 신학교 교수들을 초청해 신학교 교육과 목회자 수급 과정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개 좌담회를 가진 바 있다.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이 자리에서 “지난 10년의 장로교단(통합) 신학교 통계를 분석해봤다. 교인 수의 증가율은 낮은데 비해 목회자 수는 증가폭이 높다. 지난 10년간 교회 수와 교인 수는 각각 23%, 15%가 증가한 반면, 목사 수는 63%나 증가했다. 이런 분석은 교회와 교인의 증가에 비해 목회자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무임 목사, 비전임 목사수가 누적되면서 오는 현상이라고 본다. 본 교단의 목회자 공급의 대폭적 확충 계기는 1990년 75차 총회의 결의에서 교단 산하 7개 지방 신학교 모두에 신학대학원(M. Div) 과정을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신학대학원 신학과와 목연과를 합할 경우 973명의 목회자 후보생이 배출된다. 매년 목회자 수요가 700명이라는 교단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300명의 잉여 목회자가 해마다 과잉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2006년 2월 졸업생 기준으로 졸업생의 45%만이 전임 전도사 진출했을 정도다. 절반도 안 되는 숫자만 임지를 찾아가는 실정이다. 올해의 경우 전임 전도사 청빙이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에 대한 목회사역에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총 106명의 여학생 졸업생(신학과 58명, 목연 48명)이 있지만 단 4건의 청빙만 있었을 뿐이다”며 신학생의 수요와 공급의 문제를 꼬집었다.
양낙흥 교수(고신대)도 “2000년에 교회 문제 연구 소장으로 있으면서 목회자 과잉 공급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지난 수십 년간 졸업생 숫자와 은퇴하는 숫자, 선교사로 나가는 숫자 등등을 종합해보니 2009년에 1000명의 잉여목사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대구와 광주에 있는 지방 신학교도 없어지고 연구과정, 목양과정도 없앴고 현재 고신신대원은 M.Dvi 과정 매년 120명만 배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잉공급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가 목회자를 어떻게 인식할지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등 참석한 교수들은 모두 목회자 배출의 과잉에 대한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대안없이 넘쳐나는 신학생의 숫자에 대해 ‘학교에 정원을 맡기는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교단마다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신학교에 지원되는 재정이 미미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생의 등록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상진 교수는 “개별학교 확장의 욕구, 학생들의 수요, 학교의 존속의 문제로 인해 생겼다는 것이 문제다. 교육이라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 예측해서 계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학생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기보다 전망하고 예측해서 선발하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동춘 교수(백석대·현대기독교아카데미 대표)는 “99년도에 무인가 군소교단들을 대학원 대학교로 승격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중소교단의 난립이 가속화 되었고 과잉 공급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런 중소 교단들이 졸업생들을 배출하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되었다. 또한 군소교단 학교의 상황으로 갈수록 체계적인 통계적 수치화가 안 된다. 통계학적 사고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재정적 어려움이 학생의 과잉 선발을 유도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연규홍 교수(한신대)는 “신학교가 왜 신학생들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가.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데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생을 많이 뽑을 수밖에 없다. 신학교의 재정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공급 과잉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교단과 신학교 사이의 재정 문제가 목회자 과잉 공급문제와 직결되어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대원의 그늘을 막 벗어난 예비 목회자들은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는 일반 취업 준비생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일종의 수요와 공급 원칙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에 내몰린 이들은 결국 본인의 능력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게 된다. 수도권의 웬만한 교회가 목사를 공개 모집할 경우 수 십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극히 일반적인 현상이다. 유명한 교회를 두고 교계의 삼성이니 현대니 하면서 대기업에 비교하고 이런 교회에 전임 목회자로 들어가는 것은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들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시대다. 또한 지원자가 박사 학위 또는 연고가 있을 경우 일반 기업체 채용처럼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 목회자가 적정수준 보다 많아지면서 당연히 여러 가지 조건이 월등한 사람이 유리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부익부 빈익빈이 두드러지는 것도 특징으로 나타나 대도시와 농촌이 정반대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도시는 지원자가 넘치는 반면 농촌은 지원자 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농촌교회는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록 임지가 없는 목회자라도 찾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교회 목회자 수급정책은 목회자의 수를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한편 농촌교회 목회자의 생계를 일정 수준 보장하는 두 가지 방향에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사회에서는 산업인력 수급문제는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따로 연구를 한다. 이처럼 한국교회도 신학교육의 방향과 목회자 수급 문제 및 분배과정을 진단하고 연구할 수 있는 초교파적인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와 세대를 달리해 반복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도 “신학교 교육 미래를 위한 신학교 교육 갱신을 위한 연구소가 필요한 현실이다”고 대안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목회자의 과잉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모른다거나 대책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적으로 얼마나 잘 적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교의 자립재정이나 교단과 교회에서 신학교를 지원하고 운영하는 것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신학교를 나오고도 임지가 없어 택시 운전을 한다느니, 막노동을 한다느니 하는 말이 심심찮게 들여온다. 아직도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 하는 이들은 많다. ‘목사 실업자’라는 말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손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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