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문제’ 교회는 예외일까?

교계 도박산업 감시, 피해자 상담소 설치 필요
온 나라가 사행성 게임기인 ‘바다이야기’로 시끄럽다. 일부 언론은 현 정권을 가르켜 ‘도박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노무현 정권이 들어 사행성 게임장이 성행하고 있는 것과 도박에 돈을 지원 하는 것은 사실이다. 사행산업으로 인한 도박중독자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의 9.28%(약 320만 명)에 이르고, 3.8%(약 130만 명)가 병적 도박자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들 사행성 게임장들이 기존 유흥가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주택가 주변에도 어렵지 않게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주부나 청소년들까지 사행성에 빠질 수 있으며, 교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도박규제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과 기독교사회책임과 같은 기독시민단체들은 개교회가 이러한 상황을 ‘교회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캠페인 및 조직을 준비하고 있다.

교회 문제가 되어버린 ‘사행성’
그럼 사행이 얼마나 위험할까? 작년 말(2005년24일자 기준)까지 강원랜드 카지노를 이용하면서 재산을 잃어버리고 자살한 사람이 17명이나 된다. 소규모 이지만 한 카지노에서 목숨을 버린 사람이 17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결국 돈을 잃고 정신을 차렸을때는 허탈감으로 삶의 의욕조차 잃게 만드는 것이 도박이다. 일반적으로 도박을 가르켜 ‘중독성이 강한 정신적 질병’이라고 말한다. 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흔히들 ‘마약중독자’에 비교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도박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은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책임감을 상실하며, 사회생활에 관심을 잃게 만들기 때문에 사실상 사회의 골치꺼리로 전락하기 십상이고 나아가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들어 교회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사행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윤실의 경우 최근 인터넷 도박 중독증으로 상담 전화가 부쩍 늘었다. 기윤실 조진석 간사는 “기존 카지노나 경마, 경륜만 있었을때는 일주일에 한 두통이던 상담건수가 근래 하루 한통 이상으로 늘었다”며 “인터넷 도박 중독에 빠져 가정 파탄이 난 사람부터 재산을 잃어 파산신청을 문의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사회책임 김규호 사무처장도 “이미 많은 성도들과 심지어는 목회자 중에도 인터넷 도박에 빠져 이 문제는 더 이상 사회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교계 “책임규명하자”
상황이 심각해지자 교계도 이례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논평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최희범 총무는 “각자의 일터에서 희망을 안고 살아가야 할 국민들이 도박장에서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다는 현실이 매우 개탄스럽다”며 “이를 방치한 정부가 책임지고 비호인물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언론회도 “현재 성인오락실이 전국 1만5천개가 있고, 도박장도 4천여개가 넘는다고 하니 가히 도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기에 충분하다”며 “이번 바다이야기 사태는 해당 부서인 문화관광부의 초기 정책판단 잘못과 관리소홀에서 빚어진 만큼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또 교계일각에서는 도박산업 감시나 피해자 상담 및 치료등에 교계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은 도박산업 확대를 규제하는 한편, 피해자들을 위한 치료등의 문제를 담당하도록 상임집행위원 안에 ‘도박산업확산 저지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김규호 사무처장은 “위원회에서 도박산업을 걱정하는 교회연합을 결성하자는 안이 나왔다. 이들이 동네 안에서 도박산업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이고 지자체장들에게 도박장이 주거지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례안을 정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윤실도 개교회를 동원하여 함께 규제에 나설 계획이다. 조진석 간사는 “PC도박장이나 성인 오락실은 일반 가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아직까지 교회에서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이미 교회내에 많은 피해자가 생기고 있는 만큼 교회의 동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박중독’ 교회가 나서자
사행심이 만연한 이때 목회자들은 목회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설교와 상담을 통해 성도들이 도박의 유혹으로부터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도박의 중독에 빠지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최은영 교수는 “목회자들은 설교를 통해, 성도들이 하나님께 자신의 삶의 모든 통제권을 넘겨드리지만 하나님의 다스림 안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강한 조절 능력을 갖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독이란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기대어 사는 현상’이며, 또 다른 측면으로는 ‘통제 불능의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회복사역연구소 고병인 목사도 “은혜의 능력은 인간의 의지(will)가 하나님의 뜻(will)과 조화를 이뤄 행동으로 옮겨질 때 가장 충만하다”며 “성도들이 끊임없이 말씀과 기도로 무장을 해 성령님 안에서 자기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도박 중독 문제에 대처하고자 하는 목회자는 도박 중독 현상과 그 회복 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한다. “같은 중독이라도 도박중독은 알코올중독, 마약중독과는 달리 ‘숨겨진 또는 비밀스런 중독’(hidden addiction)으로 불린다. 중독이 되더라도 술 냄새 또는 주사바늘자국처럼 중독 징후를 보이지 않고, 중독자의 거짓말과 은닉으로 숨겨져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극단적인 결과로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박중독은 ▲중독이 된 이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가족 구조를 의미하는 ‘공동의존’의 문제 및 ▲도박중독자가 치료(상담)자를 속이는 바람에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점과 같이 다른 여러 중독들과는 구별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방법론에만 관심을 갖지만 중독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어떤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실패로 끝나기 마련”이라며 “도박 중독 현상과 그 회복 방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세계십자가선교회 안일권 목사는 “도박중독을 포함한 모든 중독은 자신이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노력하고 있으나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따라서 이들에게 심리학이나 사회복지의 재활방법 외에 ‘영적인 치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교회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박치료 관련 ‘▲목회자는 영적 성장과 신앙생활 및 기도에 중점을 두고, ▲정신심리가는 도박자의 성장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쌓인 부정적 신념을 찾아내어 치료하며, ▲상담자는 도박 전문지식으로 도박자나 도박자의 가족이 적합한 새로운 행위를 학습하도록 도와주는 협동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도박공화국의 오명을 벗기를 기대하며
교회가 도박문제에 적극적인 대응을 전개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교회는 도박문제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정도의 효과만 발휘할 수 있다. 도박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결국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만 가능하다. 다행이 최근 불거진 바다이야기와 상품권 문제등으로 정부차원에서 사행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어 여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기대되고 있다. 기윤실이나 기독교사회책임 관계자도 “정부는 단순히 세수확보를 위해서 사행산업을 무분별하게 늘리지 말고, 건전한 레저산업을 위해 제도적 기술적 방안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윤실 성명 전문>

‘도박 공화국’ 오명을 벗기 위한 근본 대책을 수립하라!
1. 도박게임 양성화에 일차적인 책임은 관련법 재정 및 개정 권한을 가진 문광부에 있다. 문광부는 산하 기관인 영등위의 위원구성에 대한 권한 및 영등위 심의규정 개정 권한도 갖고 있음에도 도박게임 활성화의 책임을 영등위에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있다. 또 문광부는 게임에 대한 보상으로 경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던 ‘음반비디오게임물에관한법’(이하 음비게법) 시행령 상의 경품 규정을 폐지하고 장관 경품고시를 만들어, 유가증권으로 환전이 손쉬운 상품권을 경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도박 게임을 양성화시켰다. 나아가 바다이야기 등 게임장이 게임기를 불법 변·개조하여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을 보면서도 정부, 검찰, 경찰은 단속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2여 연간을 방치하였다. 따라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책임의 실체를 밝혀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2. 소위 ‘1시간에 1만 원, 1시간에 제공되는 경품 한도가 2만 원을 넘지 않으면 ‘건전한 게임’이고, 이 기준을 넘으면 ‘도박’’이라는 사행성게임 판정 기준이 지나치게 기교적이어서 연타, 예시 기능 등 불법 개·변조를 통해 도박성이 강화된 게임물이 더욱 판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상품권 폐지”만으로 모든 도박게임의 대책을 마련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베팅을 통한 배당 기능이 있고, ‘문구류, 완구류, 액세서리’와 같은 기념품 수준을 넘어서는 경품을 지급할 경우 이를 사행성 게임으로 규정하여 사행행위 특례법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3. 최근 정부가 내놓은 ‘게임산업진흥법’은 파친코, 슬롯머신, 스크린 경마, 빙고 등 명백한 ‘도박게임’을 단순히 ‘게임’으로 규정하고 ‘게임등급위원회’에 심의를 이관하고 있다. 따라서 제2, 제3의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게임의 출현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위와 같은 도박게임을 사특법으로 이관하고, 바람직한 게임 산업 육성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 게임등급위원회의 구성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배제하고, 비영리민간단체 추천 인사가 50% 이상에 이르도록 해야 한다.
4. 오늘의 문제는 국가가 합법적으로 허용한 경마, 경정, 경륜, 카지노, 복권등 도박 산업이 다양한 매출 경쟁을 통해 급성장하면서 생긴 병리현상이다. 도박 산업의 종류에 따라 정부 부처들이 각각 실질적인 사업자 역할을 하면서도 도박 피해자에 대한 예방, 치유, 재활 등의 조치나 사회적 폐해에 대한 대책을 감당할 감독 기구 한 곳 만들어 놓지 않은 것이 오늘의 ‘도박 공화국’을 만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와 이를 감시하고 조정할 국회, 그 누구도 오늘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신속히 국무총리 산하에 ‘사행산업통합관리위원회’ 설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미 국회에 1년 이상 계류된 위 법안이
하루 속히 통과되길 바란다.

200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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