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를 각오한 투쟁’으로 사학법 개정안 반대 ‘개정 사학법’은 성경과목을 중지시키려는 음모
‘개방형 이사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교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최성규 목사)는 지난 12월 9일 사학법이 통과되자 성명을 내고, “종교계와 사학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학법을 통과시킨 것은 사학에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법을 통한 규제가 투명 운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자유로운 창의와 경쟁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천명했다.
사학연, “학교폐쇄도 불사하겠다”
이와함께 기독교계 학교가 포함된 사립학교연합회는 지난 12일 “학교폐쇄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7일 열린우리당과의 간담회를 통해 “순교를 각오한 거룩한 투쟁을 전개할 입장”을 전달했다. 각 교단과 신학대학, 기독교학교 관계자들은 지난 7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관련 교계지도자 간담회를 갖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교계는 ‘사학법 강행처리에 대한 기독교의 결의’를 통해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학교법인의 자주적 이사선임권 및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건학이념 및 신앙교육을 말살하려는 개방형 이사제 자체를 완전 철폐해야 한다”며 “기독교계의 정당한 건의를 묵살하고 끝내 강행처리하겠다는 자체가 종교에 대한 도전으로서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의문은 62개의 주요교단과 36개의 신학대학, 367개의 초ㆍ중ㆍ고 및 대학교로 구성된 한국기독교학교연맹, 133개 초ㆍ중ㆍ고교로 구성된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가 참여해 채택했다.
최성규 대표회장, “순교의 각오가 되어있다”
교단장협도 12월 9일 제5차 정기총회에서 사학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한기총과 적극 협력해 대정부 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 교단장협은 빠른 시일 내에 사학법 통과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성규 목사는 “왜 정부가 기독교를 말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에겐 이미 순교할 각오가 되어 있다. 하나님께서 이번 사태를 저지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연합기관뿐만 아니라 기독교학교연맹에 소속된 기독교 사립학교들 역시 사학법이 통과되면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
‘공공성’과 ‘투명성’을 이유로 감시와 통제체제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학교의 운영에 학교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사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를 이유로 사립학교 이사진 7명 이사중 개방형 이사를 4분 1이상으로 했다. 개방형 이사 임명방식과 관련해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로 추천하고 이 가운데 이사회가 최종 선임권을 행사토록 하고 있다.
또 국회는 사학의 내부 감시기능 강화를 위해 학교법인에 두는 감사 1인을 학교운영위 또는 대학평의회가 추천한 인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 법에 따르면 위법행위를 한 사학 임원에 대한 승인취소권 강화 등을 담고 있어 사립재단은 안팎의 감시 및 통제에 놓이게 됐다. 또한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정수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이사회 내 설립자 친족 비율의 축소를 담고 있고 비리 임원의 이사 취임 제한 등을 신설해 학교 설립자측의 권한을 축소하고 있다. 한번 비리에 연루된 이들은 학교복귀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법규 위반으로 취임이 취소된 뒤 5년이 지나야 복귀가 가능하나 재적 이사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에 사실상 복귀가 어려운 것이다.
범교계 사학법거부 본격행동 천명
한기총은 사학법 개정이 개신교 차원의 문제가 아닌 만큼 천주교 불교 등 교단 연합체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이하 종지협)와도 연계해 움직이고 있다. 종지협 공동대표의장 조계종 지관 총무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키로 하는등 사학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종교계가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등 7대 종단 지도자 모임인 종지협은 16일 대표자 모임과 운영위원회를 연이어 갖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대표자 모임에 참석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최성규 대표회장은 한기총 차원에서 추진하려했던 ▲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탄원서 제출 ▲ 사학수호 국민 운동본부 결성 ▲ 헌법소원 ▲ 1천만명 서명운동등 4가지 안건을 건의했다. 대표자 모임이 끝난 뒤 진행된 운영위원회는 4가지 안건중 대통령 거부권 행사 탄원서를 협의회 명의로 작성 청와대에 제출키로 했고 나머지 안건은 논의하지 않았다.
최성규 한기총 대표회장은 대표자 모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대표자 모임에서 모든 참석자들은 ‘사학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며 “사학법 개정안 저지 운동을 위해 한국기독교교회 협의회(대표회장 박경조 주교, KNCC)와도 연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KNCC와 대화를 통해 공조를 추진할 예정인 최성규 대표회장은 KNCC와 모임을 갖고 사학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기총은 사학법거부 운동을 범종교적인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방침을 세우고 사학법 개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칠 계획으로 지역 교회들과 연합한 촛불기도회, 서명운동도 검토중이다.
이에 김진표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사학들이 학생배정을 끝내 거부하면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해당 법인의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KNCC는 공식적인 입장 없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백도웅 목사) 직전 회장을 지낸 신경하 감독회장(감리회)은 “사학법이 통과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라면서도 “그러나 과거 기독교 사학이 저지른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라고 밝혔다. 교단이 공식적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박원근 총회장 역시 “교단장협 총회에 와 보니 우리교단과는 생각이 다른 분들이 많다”며 “그러나 사학법 통과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국교회 보수를 대표하는 한기총은 사학법 개정에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지만, 진보를 대표한다는 KNCC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KNCC는 지난해 사학법 개정과 관련된 토론회를 한 번 열었을 뿐 성명이나 논평 등은 발표하지 않았다.
기독교 교사단체 ‘사학법 찬성’
기독교 교사단체 14개로 구성된 (사)좋은교사운동은 20일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의 차원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교회는 사립학교법 개정의 빌미가 됐던 일부 기독교 사학의 비리를 기독교 전체의 허물로 품고 잘못을 구해야 한다”며 “기독교 사학의 우려대로 개방형 이사 도입으로 건학이념이 훼손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 진입 금지가 아니라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바람직한 학교 경영을 통해 건학 이념을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향후 개정된 사학법 근간을 지키면서 건전한 종교 사학의 건학 이념을 지킬 방안을 연구하고 나아가 기독교 학교의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과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실천불교 전국승가회등 불교, 원불교, 천주교 소속 11개 종교단체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된 사학법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 단체는 ‘사학법개정 지지 및 사학폐교 반대 범종교단체 대표자선언’을 통해 “사학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학교가 민주화되기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 온 국민의 바람에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종교와 교육의 의무”라며 “일부 사학은 학생 교육권을 볼모로 한 학교 폐교와 신입생 모집 중지 발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날치기 사학법은 마귀행위로 간주
한편, 지난 19일 부산역 광장에서는 사학법 개정안 철회 집회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관계자과 기독교, 카톨릭, 불교 등 종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부산역을 가득 메웠다. ‘사학암살 원천무효 사수’라는 플랭카드와 함께 ‘친북좌파 이념교육 전교조에 반대 한다’라는 구호를 외치는등 뜨거운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김창영 목사(부산기독교협의회 회장)는 “날치기된 개정 사학법이 기독교 학문을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사학법을 날치기한 열린우리당의 행위는 마귀의 행위와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산역광장과 부산역 입구 계단에도 시민들이 자리를 꽉 메우는등 사학법 반대 분위기 속에 행사가 진행되었다.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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