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협정제, ‘교회 짓지 말라’는 뜻?

주민 80% 동의하면 건축 못해...이기주의 작용하면 교회뿐만 아니라 장애인시설 등도 피해
건축협정제란?
지난 4월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열린우리당과 건설교통부가 당정 협의를 통해 ‘건축협정제‘를 도입이 의결됐다.
건축협정제에 따르면 지역 내 재산권을 가진 주민들의 80% 이상이 합의하면 10층 이상 고층건물의 건축, 유흥주점 영업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주민자치규정을 마련,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가꾸기에 참여토록 해 건축분쟁을 해소하고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건축협정제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일정구역 내 건축물 소유자 3명 이상이 지역주민 과반수 동의로 협의체를 구성해 해당 지역 내에서 가능한 건축물의 규모, 형태, 용도등에 대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이어 이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작성된 건축협정을 10일간의 공람기간을 거쳐 주민 5분의 4이상 동의를 얻어 인가를 받으면 협정내용에 적합한 건축물만 건축허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건축협정안 공모는 해당 자치단체 시장 등이 20일 이상 공람해 이행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한 뒤 작성된다. 이때 건축협정을 체결하고자 하는 협정구역 내 소유자등은 건축협정의 인가를 받기 위한 주민협의체를 둬야 한다. 단지 건축협정은 방폐장이나 화장장등과 같이 도시계획시설의 입지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해서는 안되며, 건축협정 변경 및 폐지는 입안절차와 동일하며 폐지는 소유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건축협정제 무엇이 문제인가?
다시 말해 지역 내에서 건축물이 지역주민이 구성한 협의체에서 주민들의 반대를 80%이상 받은 내용의 건축물일 경우 건축허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정 구역 내 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고층 아파트나 유흥업소 등의 건립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교회 건축에도 지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돼 교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기총 긴급대책회의 갖는등 적극 반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최성규 목사)는 지난 6월 13일 오전 앰베서더호텔에서 각 교단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축협정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협정제 폐지 및 개정을 위해 범교단적인 대응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한기총은 ‘건축협정제’와 관련, “그 동안 종교시설에 대한 민원제기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교회가 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협정 과정에서 집단 및 개인의 갈등과 이기주의의 병폐로 국민화합을 해칠 뿐만 아니라 협정의 성립 여부마저도 불투명한 제도를 굳이 시행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참석자들은 건축협정제와 관련, “낙선운동이라도 해야한다”며 강경한 입장들을 내놓아 기독교계의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이번 사학법 개정에 있어 종교인의 역할이 컸다”며 “이사의 1/3을 외부이사로 영입한다는 규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은 종교인들이 앞장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 의원은 6월이 항의방문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건축협정제를 6월에 다루지 않도록 확정했기 때문에 6월은 시간을 벌수 있다”며 “6월이 지나 9월에 정기국회를 시작하므로 기독교계가 6월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의원은 기독교계의 항의방문을 주문했다. 이 의원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소속된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인이 나서서 설득할 것”이라며 “한기총 목회자들은 열린우리당에 압력 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김한길 위원장에 대한 항의방문도 주문했다.
이 의원은 “죄송한 말씀이지만 구로구 목사님들이 찾아가서 협박도 해야 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안을 폐지하는 것이 최선책이며 종교건물에 지장이 없도록 개정을 검토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기총 공동회장 박종순 목사도 이 의원의 말을 지지하며 “목회자들이 찾아가서 ‘표 안준다. 떨어뜨려버린다’고 말해야한다”며 “행동으로 막자”고 권유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는 정부건설교통부와 국회건설교통위원회 소속 명단과 의원들의 홈페이지, 이메일, 전화번호 등이 적힌 자료들이 배포됐다.
한기총 인권위원장 서경석 목사는 “장애인 시설이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이번 건축협정제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장애인 단체들과 연대할 경우 반대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건축협정제가 악용되면 종교탄압의 소지도 있다“며 “강력히 대처해 줄 것“을 주문했으며 앞으로 ‘건축협정제대책위원회’를 통해 성명서 발표, 심포지엄 개최, 서명운동, 정부와 국회에 대한 항의방문 등의 다각적인 활동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교계를 비롯한 타종단도 반대 한 목소리
한기총 뿐만 아니라 지역교계에서도 건축협정제 반대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기독교협의회는 오는 27일 열리는 총회에서 ‘건축법 개정반대 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의를 가지고 적극적인 반대 운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축협정제 반대에 타종단과의 연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운영위원회는 6월 13일에 ‘건축협정제 대책회의’를 갖고 “건축협정제는 종교탄압의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종교간의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대응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솔로몬건축선교회 이장길 목사는 “제도 자체를 좀더 면밀히 검토해야겠지만 교회건축에 있어 대단히 부정적인 제도”라며 건축협정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목사는 “현재도 교회 건축을 하려고 하면 지역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합의를 해주지 않는 등 어려움이 있다. 의도적으로 민원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민원이 발생하면 당장 공사는 중단되고 민원을 처리해야한다. 그러나 현재는 건축을 하면서 합의해 갈 수 있지만 건축협정제가 도입되고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치게 되면 교회건축은 아예 생각도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부천대학교 최두길 교수도 “이 제도는 교회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악법이라고 생각하며, 심하게 표현하면 종교탄압이라고 생각한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한국교회의 절대 다수가 미자립교회이고 목회자들을 비롯해 많은 교인들이 교회건축에 대한 비전을 품고 있다”며 “교회를 건축한다고 하면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교회를 짓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가 통과될 경우 목회자와 교인들의 비전이 무너질 것”이라며 이 제도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대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건설교통부 타협안 제시
지금까지 계속된 기독교계의 반발로 건설교통부는 타협안을 제시한 상황으로 건교부는 지난 9일 ‘주민(토지수유자 및 재산권자) 4/5의 동의’ 요건을 ‘전원동의’로 변경하고, ‘대지 및 건축물의 이용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건축협정 원칙을 명문화하여 건축위원회 심의시 고려하도록 하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건설교통부가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교계에서 ‘건축협정제’는 ‘교회를 짓지 말라는 것’이라며 강경한 입증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국회 등을 항의 방문하고 이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에 대해 낙선 운동을 펼칠 것으로 보여 향후 이 법안이 어떤 타협으로 매듭지어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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