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 중심이 아닌 주변에 머물고 있다!

교회내 성차별로 상처받는 여성들, 그들의 존재가치를 높여줘야 할 때
한 여성회원이 이사회에서 헌장이 인정한 여성참정권을 시행하라며 종로 서울YMCA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남성의 역할과 여성의 역할, 남성의 위치와 여성의 위치.
유교적인 관습이 뿌리내리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쉽게 변화되지 않아온 것이 바로 남녀간의 성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가면서 한국사회는 그 성역할이 분명 변해감을 느끼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여성이 감히(?)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여성들은 불가능할 것이란 것들에 도전해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현 시대에는 여성이 법무장관이 되고, 사회의 주요 아이콘으로, 경제를 주도해나가는 리더로 떠오르기도 한다. 사회는 이들을 위해 육아와 보육에 관심을 기울여 제도화해 나가고 있고, 호주제를 폐지하자는 이들의 목소리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변화되어 가는 여성에 대한 시대상에 반해 한국교회에서 여성들의 위치는 어떠한가? 한국교회의 70%를 차지하는 이들이 여성이지만, 여성들은 교회에서 남성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만 인식, 허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 속 여성들의 변화야 어찌되었든 교회 안의 여성에게는 여전히 옛 모습만을 요구하는 지금의 교회가 보이는가? <편집자 주>

◐ 기독여성, 그들이 그대로 머물러 있길 누가 원하는가?

한국여신학자협의회를 비롯한 31개 사회·여성단체는 여성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 임태득 목사(대명교회)에 대해 성평등권 침해 및 성차별 혐의로 지난해 12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진정서에 “여성안수(여성목사, 여성장로를 세우는 일)를 제도적으로 막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요, 인권침해”라며 “더욱이 기저귀 차는 여성이기에 안 된다는 말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등 생명창조의 역할 전체를 경시하는 발언이며 여성에게 수치심과 모욕감을 불러일으킨 언어폭력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임태득 목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의 내용을 교단지를 통해 “‘기저귀 차고’라는 발언이 성경 본래 용어를 순화하려는 의도였으며 이는 성경에 명시된 문구이기 때문에 교단 위에서 설교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여성안수 제도를 허용하라는 여성단체들의 요구에 “성경에 여목사와 여장로가 없고, 과거 총회가 이 건에 대한 제도 개선 청원을 기각했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총회장의 선출과 퇴출은 교단 헌법과 규칙에 의한 것이므로 교단과 아무런 관련 없는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답변서에서 임 목사는 “여성단체들의 시위등을 자신을 비방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향후 이같은 집회가 열릴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이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여성에 대한 비하성 발언과 태도는 최근 서울YMCA 사건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기억되는 100여년의 역사의 서울YMCA는 절반 정도의 회원이 여성이고 자원봉사자만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아직까지 여성회원이 가질 수 있는 권리는 미약하고 더군다나 지난해 100차 총회에서 여성회원의 선거권, 피선거권을 이사진이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을 이유로 참정권조차 주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대부분의 지역YMCA에서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사진과 사무총장을 역임하기도 한 상황에서 서울YMCA는 아직까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난 2월 28일에 열린 서울YMCA(이사장 박우승) 101차 총회는 여성총회위원자격을 요구하는 회원들과 총회진행요원간의 한바탕 몸싸움으로 파행으로 치달았다. 1시간이 넘는 대치 끝에 70여명의 여성회원들과 뜻을 함께한 회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가긴 했으나 박우승 이사장은 모범회원 시상식과 이사를 선출하고는 황급히 총회를 폐회해 여성회원들의 참정권 문제가 잠정적으로 연기됐다.
“YMCA의 M은 Men’s로 남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회참여가 하고 싶다면 YWCA로 가라!”
“M은 인류(Man Kinds)란 뜻이다. 그렇다면 Y는 Young이 아닌가? 대부분의 이사진이 Young(젊은이)이 아닌 어르신들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YMCA단체이름의 의미를 따지며 시작된 대립은 국가인권위 제소에까지 이어졌고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한국 교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한국의 교회 안에서 교회여성의 위치는 언제쯤 변할 것인가? 교회 구성원의 70% 이상이란 비중에도 불구하고 교회여성의 위치는 중심이 아닌 주변인에 위치한다는 게 현실이다. 남성중심의 위계적인 교회구조 속에서 제도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소외되고 있으며, 평가절하 되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거듭 변해도 여전히 교회의 여성도들에게는 주방일이나 청소, 안내등 보조자로서의 역할만이 주어지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교회 논의구조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이러한 불균형의 절정이 바로 교단총회이다. 여성총대는 아예 없거나 있어도 5%를 넘지 못한다. 몇몇 여성들이 한복차림으로 예배당 밖에서 안내를 하다가 새로 선출되는 임원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기 위해 겨우 안으로 들어올 뿐이다.
실제로 기독교여성상담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회 내에서 성차별의 경험을 겪었다는 통계 수치가 남성이 16.4%인데 비해 여성의 경우 27.9%로 더 높게 나왔다. 그리고 성차별을 당했다고 답한 그룹은 주로 소득수준 1백만원 미만이 37%, 성직자 36.8%, 권사 38.5%로 직접적으로 교회에서 사역하는 대상들이었다.
성차별을 당했다고 여기는 경우는 ‘임원선출과 직분 임명시 여성 배제’, ‘성역할과 성이미지 고정관념으로 따른 허드렛일’, ‘남성 우월주의 위계관계 및 여성비하’를 들고 있다. 즉, 교회구성원 각각이 가지고 있는 욕구나 달란트로 일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을 중심으로 천편일률적으로 교회사역이 주어지며, 그 가운데서 여성들은 ‘차별 받는다’라는 인식을 교회 안에서 갖게 되는 것이다.
교회 내 성차별은 평신도여성에 비해 여교역자의 경우 더욱 심하게 일어난다. 여성안수가 통과되어 목사안수를 받은 경우나 혹은 여전도사로 사역하는 경우 둘 다 여성교역자에 대한 편견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교회 변두리에 머물고 있으며 여성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제한되고 있다. 최근 여성들도 교회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지도자급에서 사역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 지도력은 남성에 의해 거의 독점되고 있다.

교회의 성차별적 문화를 교정하는데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여교역자들의 지위향상과 역할조정이 일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여교역자는 교회내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성교역자들이 남성교역자들과 동등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교회에 정착된다면 교회 내 성차별적 문화를 억제하고 남녀성도들에게 성평등적 남녀관계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여성안수의 범교단적 실현, 여성안수불가 교단 여전도사들의 교회내 지위와 역할, 여성안수교단의 여교역자 기피현상이나 불평등한 대우 문제는 해결해야할 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
부산기독교여성협의회 회장 정영란 집사는 “여성을 낮게 여겼던 그 시대에도 예수님은 여성을 항상 인정하고 당당하게 여기시며 곁에 두셨고, 그것은 곧 여성의 위상을 높여주신 것”이라며 “여성도들도 그들의 능력대로, 인격적으로 대우 받을 충분한 권리가 있으며 그들이 남성과 동등하게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회가 기초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여성상담소는 “교회에서 평등한 남녀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각 교회 안에 직분과 임원선출을 위한 남녀할당제를 도입하고 교회의 주방일이나 안내위원 등 교회일을 능력과 취향에 따라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하고 이것이 어렵다면 평등한 남녀관계를 실현하는 것이 올바른 신앙의 내용이라는 것만이라도 이해시키도록 하는 구체적 프로그램을 공식화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사회 속에서 필요한 구성원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있는 지금, 한국교회가 여성들에게 있어서 그들을 얼마나 인정해주고 존중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하진 않을까?
21세기 한국교회는 여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입장을 내야 할 것이다. 신학적 해석뿐만 아니라 여성안수등을 통해 여성이 교회제도 속에서 발언할 수 있는 구조가 성립되어야 하며, 여성의 특성과 달란트를 활용한 다양한 사역들의 문이 열려야 할 것이다. 어느 한쪽도 불행하지 않는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하나님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것이며 진정한 교회개혁의 시작인 것이다.
김정선 기자

200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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