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향상교회 정주채 목사
정년을 5년 앞두고 조기은퇴를 한 향상교회 정주채 목사는 평소 지녔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교인들의 사랑과 눈물 가운데 은퇴예배를 드렸다. 앞으로 목사후보생들의 양육과 훈련에 기여하고 싶다는 정주채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지난 3일 은퇴예배를 드리셨는데요, 그 동안의 목회를 정리하며 은퇴예배를 드리신 간단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은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그러나 저의 경우는 참으로 기쁘고 감사한 은퇴였습니다. 젊을 때는 몸이 약하여(신장 기능의 이상으로 입원도 수차례 하였고, 평생 약을 복용하며 살아왔습니다.) “하나님, 50세까지는 목회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아침마다 기도하였는데 하나님께서 넘치도록 응답하셔서 65세까지 목회할 수 있게 해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은퇴를 앞두고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Q. 아직 정년이 남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은퇴를 하시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A. 저는 목회를 시작할 때부터 65세 정년을 주장한 사람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몇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어떤 일에나 특별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대개 60세가 되면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유는 건강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동안의 삶의 경험이 선입견이나 편견을 만들어서 창의적인 사고를 제한시키기 때문입니다. 또 거기다 나이가 많아지면 융통성도 약해져서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리더십도 독재형으로 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다면 65세까지는 일을 더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그 동안 축적된 지식이나 경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찍부터 목사·장로는 65세에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목회를 시작하시고 은퇴하시기까지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해주십시오.
A. 무엇보다 교회를 분립한 일입니다. 잠실중앙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교회의 미래상을 세우고, 정책을 개발하며 이에 따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일을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교역자들과 당회원들이 몇 번 모여서 토의하고 의논하였고, 여기서 정리된 안들을 가지고 교회 중직자들 - 항존직은 물론 교회 모든 기관들의 장들 곧 제직회나 주일학교 부서장들, 그리고 학생회나 청년회와 남여전도회의 모든 회장들까지 모여 연구하고 토의하는 모임을 여러 번 가졌습니다.
그때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면서 중요한 결정을 하나 했는데, 그것은 우리 교회를 대교회로 성장시킬 것이 아니라 분립하여 건강한 중소교회를 많이 세우자고 한 일입니다. 이 결정으로 잠실중앙교회는 가장 먼저 매일교회를 분립개척하였고, 이어 향상교회과 온생명교회를 분립하였습니다. 또 향상교회는 2011년에 흥덕향상교회를 분립하였구요.
저는 향상교회를 분립할 때 용인으로 함께 내려왔는데요, 처음에는 여러 가지 염려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저나 교회가 얼마나 많은 복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교회도 크게 성장하였고, 한국교회에 분립개척에 대한 도전과 모델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보다 먼저 분립한 교회와 목회자들도 많이 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한국교회가 이렇게 병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교회성장주의입니다. 처음에는 선의로 시작되었던 교회성장주의가 이제는 바벨탑운동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영혼구원이라는 교회의 원초적인 사명, 지상명령 수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Q. 바른교회아카데미와 미래교회포럼,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시고 계신데 특별히 목회자가 반드시 잊지 말고 지켜야 하는 덕목들을 세 가지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주되심에 대한 분명한 신앙고백과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입으로는 “주여, 주여”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인본주의에 빠지기 쉬운 연약한 자들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신앙의 가장 근본이 되는 이 고백을 확인하며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는 은혜 생활입니다. 우리가 직분을 맡은 것은 은혜로 된 일입니다. 이를 수행하는 것도 은혜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말씀과 기도, 성도의 교제를 통해 은혜를 받아야 하고 은혜 속에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거룩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울 사도는 “하나님의 뜻은 너희의 거룩함”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거룩성은 먼저 도덕성으로 나타납니다. 목회자들이 윤리적인 삶에서 사람들의 본이 되어야 합니다. 이 일에 자주 실패하지만 그래도 끊임없는 몸부림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교단의 정신이 순결한 삶이 아닙니까.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활동하시고 싶은 일들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A. 교회갱신운동과 또 여기에 관련하여 목사후보생들의 양육과 훈련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교회갱신은 목회자의 갱신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이미 목사 된 사람들보다 후보생들을 잘 가르치고 훈련하는 일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저가 관여하고 있는 바른교회아카데미나 코람데오닷컴, 미래교회포럼, 목회자윤리위원회 등은 모두 이런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가 어쩌다가 산돌손양원목사기념사업회의 회장을 맞게 되었는데,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어서 지금 함안에 손 목사님의 생가와 기념관을 건립하는 구체적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일에 좀 더 힘을 기우릴 생각입니다. 기념관이 건립되면 그 안에 전시될 컨텐츠를 개발하는 일도 큰일입니다.
저는 손 목사님이야말로 한국교회의 보석이고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만한 인물은 세계교회에서도 찾기가 힘듭니다. 저는 교회갱신운동과 목회자윤리운동을 하면서 손 목사님을 모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신 목사님으로서 교계와 성도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성도들에게는 당부의 말씀보다 부끄럽고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목사들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제대로 하지 못하여 교회가 세상에서 욕을 먹고 있으니 참으로 하나님께나 성도들에게 황송하고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그래도 기도해주십시오. 그래도 우리에겐 복음이 있으니까요. 복음 때문에, 복음의 주체이신 그리스도께서 계시기 때문에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최 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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