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있는 다문화가정의 특별한 결혼식

고신대, 무료합동결혼식 열어

부산 어느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타국에서 중국어로 통화하는 모습에 반가워 부끄러움도 무릅쓰고 인사를 건네게 된 것이 벌써 4년 전 일이다. 중국인 주모씨와 새터민 이모씨는 이렇게 인연을 맺기 시작, 타지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3년간 만남을 지속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이맘때 주씨는 “같이 살자”는 짧은 말 한마디와 함께 프로포즈를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지내다가 지난 9월 28일 오후 2시 마침내 웨딩마치를 올렸다. 새신부가 된 이씨는 “결혼한다는 설렘 때문에 며칠간 잠을 설쳤다”며 새색시의 홍조 띤 얼굴을 보였다.
결혼식 직전에 만난 이씨는 “결혼을 한다는 것이 행복하고 기쁘지만 긴장되기도 한다”는 말과 함께 북한에 남겨둔 가족들을 떠올렸다. 그 어느 누구보다 가족들이 가장 보고 싶은 순간에, 혼자 결혼식장에 들어가야 하는 미안함과 기쁨이 뒤엉킨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결혼 후 자녀를 출산하고 피부가게를 마련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이씨의 말 한마디에 평범한 가정을 꿈꾸는 새신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연을 가진 다문화가정 4커플이 고신대학교 주최로 9월 28일 오후 2시 고신대 비전관 4401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임창호 목사의 주례로 가진 결혼예배는 전혜린(총여학생회 회장) 학생이 기도, 삼손중창단의 축가, 차재국 학생지원처장의 인사로 진행됐다.
이날 결혼 한 4가정 중 3가정은 남편이 중국인, 신부가 새터민이다. 그래서 결혼식장에는 신랑들의 가족들도 있었지만 북한에 있어 참석하지 못한 신부들의 가족들을 대신해 지인과 친구들, 고신대 학생들이 함께 참석해 새 출발을 알리는 신랑 신부들을 축복했다.
이번 결혼식은 고신대학교가 주최, 총여학생회의 주관으로 진행했다. 고신대 총여학생회는 이번 결혼식을 위해 지난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일일찻집을 운영해 학생들의 참여로 3백만원을 모금, 교회 및 사진관, 웨딩업체 후원, 학생회 모금 등 총 1천만원의 경비를 마련했다. 화장, 드레스, 사진촬영 심지어 신혼여행까지, 모든 경비를 고신대에서 부담해 무료합동결혼식이 치러졌다. 이날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결혼식 직후 부산 여행지를 방문하고 제주도로 1박 2일의 신혼여행을 떠났다. 결혼식에 참석한 가족들과 친구들은 “타국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신혼부부들에게 이렇게 멋진 결혼식을 치룰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한다”며 “고신대의 많은 분들이 이 신혼부부들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 주어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오혜진 기자

2009.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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