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봉사에 마음 뺏기고, 눈까지 뺏긴 김난희 집사


2008 MBC사회봉사대상 우수상 수상
경기침체로 문을 닫은 지갑이 추운 겨울, 마음의 문까지 닫으려 한다. 이맘때면 소외된 계층을 위한 후원과 손길들이 풍성해야 할 때이지만 올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도움의 손길들 마저 주춤거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상황에 개의치 않고 한 평생 이웃을 향한 봉사로 살아온 이가 있다. 부산 사상구 모라동에 사는 김난희 집사(로뎀교회)이다.
김난희 집사는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나 시골 교회 전도사였던 할머니를 따라다니며 이웃을 향한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다. 시골의 후덕한 인심과 신앙에서 배운 참된 사랑이 합쳐져 나 아닌 남을 돕는 삶이 자연스레 몸에 배였다.
김난희 집사가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뛰어든 것은 1973년 새마을부녀회를 섬기면서다. 25세 젊은 나이에 혼자 아이 셋을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리자 당시 새마을부녀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이후 이사를 하고 나서도 새마을부녀회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이젠 수혜자가 아닌 봉사자로서 새로운 관계를 지속했다. 처음엔 여력이 되는대로 가난한 이웃을 찾아가 말벗이 돼 주고 밑반찬을 주고 빨래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1년, 1년 시간이 흐르면서 이웃을 향한 섬김에 마음을 뺏기기 시작했다.
김 집사는 형편이 여유로워 남는 시간 봉사하거나 자신의 재산 일부로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기 위해 시간을 아꼈고, 독거노인에게 하나라도 먹을 것을 더 주기 위해 바쁘게 일했다. 새벽엔 우유 배달, 낮엔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엔 횟집에서 주방 일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았다.
지난 2003년에는 봉사활동을 하다 넘어져 한쪽 눈이 실명돼 시각장애인 3급 판정을 받았다. 한쪽 눈은 실명돼고 다른쪽 눈은 시력이 0.2까지 저하돼 물체의 형상만 겨우 구분하는 정도다. 그녀라고 왜 억울한 마음이 없었을까. 그러나 봉사활동을 하며 지체장애자들과 자신보다 더 심한 시각장애자들을 만날 때 결코 불평불만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아도 낙엽 밟는 느낌으로, 바람부는 소리로 계절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장애우들을 보살피면서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김난희 집사는 주로 노인들을 보살피는 일을 한다. 독거노인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들을 찾아가 섬긴다. 간호사들도 꺼려하는 일을 김 집사는 능숙하게 해낸다. 독거노인들 집엔 소방서와 연결된 비상벨이 있다. 긴급한 상황시 벨을 누르면 구급 대원들이 출동하게 돼있지만 노인들은 꼭 김 집사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면 오밤중에도 택시를 타고 달려간다.
이런 김 집사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자란 자녀들은 어머니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김 집사의 장남 박후진 간사(프라미스랜드)는 자신의 몸이 성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봉사하는 어머니가 염려스럽지만 또한 그런 분이 ‘내 어머니’라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35년간 도움이 필요한 곳엔 늘 자리를 지켜온 김난희 집사를 지켜본 부산 사상구 모라3동 행정과 사무장이 2008 MBC사회봉사대상에 김 집사를 추천했다. 전국에서 추천을 받은 250여명의 후보자들 중 1차 30명을 선발, 2차 11명을 선발했다. 지난 11월 23일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김난희 집사는 우수상을 수상했고 지난 12월 2일 방송을 통해 중계됐다.
김난희 집사는 “아직 봉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비록 작은 촛불이라고 해도 불을 밝힐 때 그 작은 불빛이 얼마나 따뜻한지 많은 사람들이 느껴보길 바란다”며 “내가 돌본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살길 바라고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하길 바란다. 또한 봉사하며 복음을 전할 때 더 많은 열매들을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오혜진 기자

200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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