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대 졸업하는 사할린동포 인재양성 프로그램 1기생 정마리나 씨
美 패션예술재단 공모전 진출하며 디자이너로 실력인정 받아
하나님 내리신 은사의 씨앗, 한국에 뿌리 내리는 소망 간직
동서대는 일제시대 때 강제 징용 돼 머나먼 이국땅에서 온갖 역경을 겪었던 사할린 교포 1세의 후손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 능력 있는 한국계 러시안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사할린 동포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2004년 실시했다. 당시 인재양성 프로그램 1기생으로 입학한 5명의 교포 학생 가운데 정마리나 씨는 4년 간 할아버지의 고국 땅에서 국내외 여러 패션디자인전에서 수상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지난 2월 21일 졸업해 화제다.
러시아교포 3세인 정 씨는 유학 전에는 할아버지(정점술 씨)가 고향이 경남 마산이라는 것과 일제시대 때 강제 징용돼 사할린에 거주하게 됐다는 것 외엔 한국에 대한 별 기억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박춘식 씨)와 어머니(서순복 씨)의 전도로 1990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사할린 믿음소망사랑교회에 출석하면서 하나님이 이루시는 하나의 사랑을 깨달아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조금씩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정 씨는 “어린 시절 목사님이 들려준 하나님의 말씀은 제게 평강과 기쁨이었다. 그리고 찬양과 기도를 드릴 때면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펼쳐질 꿈들을 볼 수 있었다. 비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고국 땅이었지만 가까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회상했다. 정 씨는 초중고등학교 1~11학년까지를 사할린 제9동양어문학교에서 보냈다. 그리고 러시안이지만 고국의 그리움을 달래려 한국어반에 등록해 한국어와 한국역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터라 대한민국 대사관과 LG후원으로 실시된 한국어문예창작대회인 ‘문화에세이’ 대회에서도 수상한 바 있다. 건축 설계사인 아버지(정영숙 씨)를 보면서 옷을 설계하는 장차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로서 선행과 구제를 겸손히 행했던 도르가의 헌신을 닮아가길 다짐한 정 양은 2000년 사할린국립 비즈니스정보대학(Sakhalin Sate College of Business and Information) 패션학과에 입학, 패턴설계와 디자인을 공부했다. 대학시절 Embroidery Studio 패션 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하나님 내리신 은사의 첫걸음을 떼었는데 정 씨는 “그 곳에서의 얻은 지식과 기술은 내가 지금의 길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걸 일깨워 주었다”며 자신의 은사를 피력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알아가며, 고국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칠 수 없었던 정 씨에게 아름다운 기회가 펼쳐졌다. ‘사할린 동포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전해졌고 사할린 동포회는 5명을 동서대에 추천하면서 정 씨는 그토록 그리던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하나님 내리신 은사의 씨앗을 한 아름 안고서…. 이 후 4년의 시간은 동서대 디자인학부 패션디자인학과 학생의 신분으로 하나님의 비전을 기도하는 정 씨에게 끝없는 도전의 시간이었다. 제일모직 ‘FUBU 크리에이티브 공모전’ 의상부문에서 동상 수상, 일본 동경에서 열린 ‘from the Past to the Future’ 포럼에서 한국 유학의 대학생활 발표 등 패션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작품세계와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러시안이면서 대한민국 대표로 유일하게 출전한 미국 ‘Arts of Fashion Competition’ 국제 공모전에서 본선에 진출하는 영예를 안았다. 30개국 91개 대학에서 420여 점을 출품해 본선에 오른 작품이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미주 유럽 대학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점을 감안할 때 정 씨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씨는 “고국의 대학시절 동안 확실한 비전을 발견할 수 있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고국이 베푼 사랑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겠다. 이젠 패션디자이너로서 복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통로를 기도하겠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정창식 기자
쪹 정마리아 씨 인터뷰 쪹
△먼저 졸업을 축하한다. 지금 소감은 어떤가?
-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 도와 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이 지면을 통해 총장님 이하 교수님, 친구들 모두에게 인사하고 싶다. 4년의 시간이 정말 빠르다. 하지만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과 사랑을 전해준 시간이다.
△그리고 러시아에 계신 부모님에게도 인사한다면?
-아직 아버지가 예수님을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더욱 무릎 꿇고 섬기는 신앙인으로 쓰시기 위한 단련의 과정이라 여긴다. 2월 25일 러시아로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대학시절 나의 모습, 특히 대학교회에서 예배드리며 봉사하던 생활을 많이 전하고 싶다.
△어린 시절 그리워하며 꿈꾸던 고국과 실제로 생활하면서 접한 고국의 차이라면?
-실제로 2000년 사할린 대학시절 믿음소망사랑교회 찬양대 ‘코람데오’를 섬기면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위성TV를 보면서 늘 마음 속에 그리던 고국이라 정말 편하고 따스했다. 동서대 입학 후에는 러시안도 아닌, 교포3세도 아닌 한국인으로 살았던 것 같다. 특히 11월부터 4월까지 눈에 덮여있는 사할린과는 달리 부산은 겨울에도 눈이 없고 따뜻해 너무 좋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면?
-디자이너로서 더 넓고 창의적인 작품 세계를 열어 가는데 한국이 그 무대를 열어주었다. 이제 내가 그 감사에 보답할 때이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나에게 귀한 은사대로의 삶을 허락하실 때 내 이름을 건 ‘마리나 패션브랜드’를 설립, 내 옷을 입는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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