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우리 흙학교 뒤편 우봉산에 위치한 폐왕성에 앉아 있다. 서기 1170년 고려 18대 의종왕이(1127 - 1173) 정중부의 반란에 쫓겨나 3년 동안 폐왕으로 살았던 한(恨)이 서린 성이다. 의종의 탈주를 막기 위해 내 뒤편 아래로 오량성을 쌓고 통영과 거제를 가로질러 흐르는 견내량을 감시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시 한수로 한을 달래던 이순신과 이 나라 조선과 일본의 무명의 병사들의 한을 씻느라 견내량은 오늘도 분주히 흐른다. 한의 역사는 흘러 세계 전쟁사상 초유 178,000명의 포로들을 짐승처럼 가두었던 한(恨)의 섬, 이곳은 한국인의 한의 발원지며 구원의 섬이다. 거제(巨濟)는 클거(巨)자와 구할제(濟)를 쓴다. 큰 구원을 이룰 섬이라는 뜻이다. 거제도의 형상은 특이하게 십자가모형이다. 남과 북이 39km이며 동과 서는 27Km로 신구약 성경책과 숫자가 같다. 그리고 바다 밑에도 십자가 동굴도 있고, 땅에는 예수 구원받은 마을이라는 예구 마을도 있다. 나는 거제도 둔덕에 우리 흙학교를 세우며 ‘커다란 구원을 이루리라’는 소망을 이 섬에 담았다. 1. 땅(흙)은 생명이다. 꽃삽으로 뜬 한 줌의 흙 속에는 지구상의 사람 수보다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흙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은 주로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유황, 인, 칼슘, 마그네슘 등으로 놀랍게도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와 똑같다. 지구는 70% 이상이 흐르는 물로 덮여 있지만 수구라 하지 않고 지구(흙공)라 한다. 흙은 그만큼 중요하고 생명의 모태가 되기 때문이다. 땅의 어원은 ‘따’ 즉 따지 에서 나왔다고 한다. 딸 역시 ‘따’에서 나왔다. 이런 점을 유추해 보면 땅은 딸, 즉 어머니다. 그래서 땅이 모든 피조물의 생명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땅은 생명 그 자체이다. 히브리어 ‘에레쯔(eres)’라는 단어는 흙(earth)과 땅(land)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 ‘흙’으로 쓰일 때는 ‘하늘과 땅’을 지배하시는 창조주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지는 피조물의 의미다. 그러나 같은 말이지만 ‘땅’과 관련될 때 그것은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구해서 얻은 ‘약속의 땅’과 관련지어진다. 흙이 수직적 관계라면(창조), 땅은 수평적 관계(문화)라고 볼 수 있다. 흙은 하나님의 성품을 담는 인간 그릇(질그릇)이요, 자연은 인간에게 하나님의 생명을 나누어 주는 은혜의 도구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나님의 신비와 생명을 나누어 받는 하나님의 통로가 바로 흙이요 흙은 모든 자연을 안고 있는 어머니다. 1) 땅(흙)으로부터의 소외는 영의 상실을 의미한다. 가) 실락원 컴플렉스 땅은 성서의 신앙을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는 프리즘을 제공한다. 땅은 하나님의 것이고, 사람은 하나님에게 몸에 붙어사는 식객에 불과하다.(레25:23) 땅은 하나님의 것이다.(렘2:7) 다음 두 가지 역사가 성경에 기초한 땅의 신학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하나는 땅을 소유한 듯 하지만, 땅에서 추방(expelled)될 운명의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아직 소유하지 못한 땅을 향하여 나가면서 땅에 대한 기대(anticipation)로 생명의 영성을 가지는 경우다.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의 땅으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키거나 아니면 하나님으로부터 언제든지 추방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현대 산업사회와 문화는 인간을 땅(흙)으로부터 분리시킨다. 땅은 생존과 관련하여 더욱 인간을 목조우고 있다. 땅은 이제 인간 자신의 휴식을 위한 갈망을 더욱 목마르게 만들고도 있다. 도시환경의 오염과 파괴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질환은 가중되고 있으며, 점점 더 생명에 대한 환희와 기쁨을 체험하는 기회를 박탈되고 있다. 이제 지구촌 전체는 실락원의 공포를 실감하게 된다. 나) 비계약 컴플렉스 땅은 그저 하나의 공간이 아니다. 공간이란 사람들이 휴일에 쉬러 찾아가는 곳이요, 무엇인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놀이터일 뿐이다. 그러나 구약의 땅은 그런 중성적 공간이 아닌, 하나님과 인간과 만나고 하나님과 언약이 맺어지고 실현되어지는 공간이다. 폰 라트는 창세기 12장 1절은 추방 역사와의 철저한 단절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12장1절의 돌연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갑자기 추방의 역사에서 끌어내어, 그들로 하여금 기대의 역사를 주도하도록 한다. 인간 공동체는 더 이상 언제나 떠나며, 쫓겨나서 땅과 유리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땅을 향하여 기쁨으로 나가는 삶을 사는 언약이 맺어진다. 인간은 자기 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며 적응하고 성취하고자 하지만 적응의 길을 차단하는 내부적 결정요인을 우리는 비언약컴플렉스라 한다. 인간은 하나님이 선물과 언약으로 주신 땅을 스스로 박차거나 내 던지거나 함부로 관리하거나 약속을 스스로 파기 한다. 언약을 저버린 자의 삶은 방황하고 유리하는 자기 상실의 삶을 존속할 뿐이다. 그것을 우리는 비언약적컴플렉스(non-covenant complex)라고 한다. 이제 오늘날 우리는 흙(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흙(땅)에서 비언약적 컴플렉스 추방과 방황과 유리하는 삶에서 벗어나서 땅에서 하나님의 언약을 발견하고 새 생명으로 회복하는 영성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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