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한 정은혜 씨가 고백한 북한 기독교
기독인권운동 단체인 ICC(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가 기독교 박해국 10개국을 선정하고 올해 최고의 기독교 박해국은 북한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오픈도어 선교회가 선정한 기독교박해국가에서도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북한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여명의 기독교인들을 감금하고 있으며 해마다 수백명의 기독교인들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처형하고 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는 북한에서 비밀리에 기독교를 전파하는 선교사들이 북한 당국에 잡힐 경우 가혹한 형벌과 공개처형을 당한다고 지난해 12월 22일 보도했다. 이러한 현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신앙의 자유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월간 조선 1월호에 실린 탈북자 정은혜(가명)씨의 인터뷰 기사가 다시 한번 이런 의문을 갖게 한다. <편집자 주> 신앙은 어떻게 가지게 됐나? 조부모님 때부터 기독교를 믿은 우리 집안은 원래 황해도에서 살았다. 하지만 김일성이 정권을 잡고 기독교를 청산할 때 기독교를 믿던 이웃들과 함께 평북 산간오지로 쫓겨 갔다. 그곳에서 몰래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가족들 말고도 인근 마을에 사는 분들이 적으면 5~6명 많으면 7~10명 정도 참석했다. 나는 나이가 어려 동생이랑 망을 봤다. 어려서부터 할머니가 무릎에 앉혀 놓고 “이 세상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 김일성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주관하는 것이다. 잠시라도 하나님을 잊으면 안된다. 하나님을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일제 시대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시던 세로쓰기를 한 오래된 성경책이 있었다. 그 성경책은 한문으로 되어있어 아버지도 보기 어려워 할머니께서 그 성경책을 한글로 풀어 손으로 쓰셨는데, 그게 한 열 권 쯤 됐다. 그리고 한국에서 나온 작은 성경책도 있었다. 학교에서 종교는 마약이라고 배웠다. 종교를 비난하는 강의를 듣거나 종교를 부정적으로 그린 성황당 같은 영화를 볼 때는 조금 갈등이 생기기도 했지만, 워낙 어려서부터 하나님에 대해 들어왔기 때문에 큰 갈등은 없었다. 지하교회가 들통 난 것은 언제였나? 김일성이 죽기 전 해인 1993년 10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옷가지등이 밖에 내팽개쳐져 있고 집안 여기저기 발자국이 나 있었다. 아버지는 잡혀가고, 다음날 어머니와 오빠들이 보위부에 불러가 10여일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 후 아버지 소식은 듣지 못했고, 한동안 그 마을에 살다가 1994년 말 더 깊은 산간오지로 추방됐다. 청진에 살던 외숙모도 3개월 후 보위부에 잡혀갔다. 탈북한 후는...? 2003년 여름, 조선족 친척 목사님의 도움으로 언니와 탈북 했다. 언니는 몽골 국경을 넘다가 잡혀갔다. 언니는 그 후 북한으로 보내져 강제수용소에 갇혔다는 소식만 들었다. 탈북 후 중국 교회에 갔을 때 이러다 잡혀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 춤추고, 율동하고 찬양하고... 눈물이 막 났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세상이 다를 수 있구나. 여태까지 이런 세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들었다. 한국에 와서 일반 대학에 다니며 적응하고 있다. 여기에 와서 살면서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목사들의 방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에서 목사님들이 남북기독교인 교류를 한다고 북한에 가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관계자들과 함께 예배를 보고 오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북한에 봉수교회, 칠골 교회가 있다는 것을 중국에 가서야 처음 알았다. 유명한 목사님들이 북한에 가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만나고 와서 마치 남북화해를 위해 큰일을 하고 온 것처럼 얘기하는 것을 볼 때면 우습고 가슴이 아프다. 그들이 봉수교회에서 조그련 사람들이랑 형식적인 예배를 볼 때, 숨어서 숨죽이고 예배를 보다가 잡혀가는 진정한 신자들을 잠시라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월간 조선 1월호 ‘최근 탈북해 온 북한 지하교회 여성 신자’ 인터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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