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에세이 |
사람들은 아침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집을 나서 일터로 향한다. 좁은 사무실의자에서, 어떤 이는 환경여건이 불비한 작업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더러는 깨끗한 옷을 입고 여유롭게 일하는 아늑한 직장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거나 설치되어있어도 마음껏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작업환경에서 땀을 흘린다. 집에서 일터로, 일터에서 집으로-. 그것은 영락없는 다람쥐 쳇바퀴이다. 이 쳇바퀴가 따분하고 답답할 때면 이따금 돌아오는 공휴나 연휴를 이용해 가족나들이를 해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역시 쳇바퀴를 약간 늘어뜨리거나 그 모양새를 일그러뜨리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일상의 쳇바퀴를 탈출하는 여행을 생각하게 된다. 날마다 지나는 거리와 골목모퉁이, 그리고 늘 대하는 낯익은 얼굴들, 버스나 지하철 또는 분신처럼 함께하는 자가용 승용차를 버려두고 훌쩍 먼 길을 떠나 낯설고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것이 여행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듯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목회를 하면서 여행시간을 낸다는 것은 1년에 딱 한차례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하는 것 이 상책이다. 세 번째 교회에 부임한 후에는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여름휴가는 주일을 빼지 않고 주중의 시간을 이용했었다. 그것도 2-3일 계곡이나 바다를 찾아가 쉬고 나서 아내를 먼저 집으로 보내고 나는 기도원으로 들어가 하반기목회를 대비하곤 했었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이면 더 바쁜 산성마을 성도들의 삶을 보면서 주일을 끼워 휴가를 갖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목회의 쳇바퀴를 과감히 벗어나 한 주일을 쉬며 평소 모르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는 방법을 택했다. 어차피 여행이란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사물을 접하는 것이 아닌가?
북유럽! 아름다운 자연의 정취와 백야, 한여름에도 눈을 볼 수 있는 시원한 계절을 그려보며 아내와 함께 여행가방을 챙겨 9일 동안의 여정에 오른 것이다. ‘K 목사님, 휴가 출발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인천공항에서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강단을 맡긴 목사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응답전화가 걸려왔다. “눈 구경 많이 하고 잘 다녀오세요” 나는 ‘혹시라도 담임목사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목사님에게 연락하도록 교회에 일러놓았다’는 말씀을 전했다. 교회를 비우는 동안 염려되던 내 마음이 비로소 휴가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비행기는 오전10시20분 이륙, 첫 기착지인 상해로 향하고 있다. 신문에는 ?저 출산으로 초등생 줄어 교육대 취업률 80%대로-? ?FTA·전시 작통권 조금 늦어져도 나라 안망한다? 그리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 발표한 ?100대 글로벌 대학에 한국은 없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은 하버드(1위) 스텐퍼드(2위) 예일대학(3위)을 비롯해 무려44개 대학, 영국은 케임브리지(6위)와 옥스포드(8위)를 포함해 14개 대학, 캐나다와 스위스가 각각 5개 대학 등 100대 글로벌대학에 포함되어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도쿄대학(16위)을 포함해 4개 대학이 세계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체력이 국력’이 아니라 대학의 발전이 국력임을 증명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나라들과 얼굴을 붉히며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오히려 외교적인 표정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면서 고집스럽게 교육평준화를 지향하며 대학을 간섭해온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이 국력과 학력을 동시에 침몰시키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신문을 접고 싶던 차에 기내식이 나왔다. 유치원 소꿉놀이 같은 A4용지 한 장만한 식탁을 대하자 아내의 얼굴은 활짝 밝아졌다. 여인들에게 있어 차려주는 밥상을 대한다는 것은 언제나 최고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아내의 표정에서 역역히 읽을 수 있었다. 누구와 함께 여행을 하느냐? 가장 유익한 여행의 동반자는 역시 아내이며 또한 남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직장일로 바쁜 남편들은 제쳐놓고 여인들끼리만 여행하는 ‘마담투어’라는 말이 들리고 이미오래전부터 남자들은 자기들끼리 낚시를 떠남으로 인해 ‘공휴일과부’를 만들어놓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부부가 함께하는 여행이야말로 하나님의 한없는 은총을 확인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2시간이지나자 상해 푸동(浦東)공항 착륙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중국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말은 ‘만만디’-. 중국 사람들의 여유를 생각한다. 흔히 사람들은 여행의 조건으로 첫째는 건강, 둘째는 시간, 셋째는 경제적 여유를 필수로 꼽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그것은 마음의 여유이다. 지금까지 많은 한국인들이 3가지만으로 여행을 하려고 했기에 아름답고 즐거운 여행을 추하고 짜증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빠르게 사는 것이 지혜가 아니라 느리게 사는 것이 지혜인 시대에 살고 있다. 내 마음의 여유가 참다운 여행을 만든다는 생각을 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