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신앙
제 33차 CBMC 한국대회에서 강사로 강의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강의 내용을 발췌하였다.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열리는 고신장로수련회에 강사로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고향은 경주에서 가까운 포항의 작은 어촌입니다. 부모를 포함해 8명의 식구가 한집에서 살았습니다. 아침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우리 형제들은 어머님과 새벽기도를 드리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어머님의 기도가 바로 지금의 저를 만든 기도이고 6형제를 기도로 만드셨습니다.
부모님이 6남매 중 첫째 형님만 대학을 보내고 나머지는 공평하게 남자는 중학교까지, 여자는 초등학교만 졸업시키셨습니다.
담임선생님은 학비를 제때 가져다주지 않고 먹을 게 없어 술 찌꺼기만 먹어 술 냄새가 풍기는 저를 불량학생 취급 했었지만, 집안형편을 전해 듣고 집으로 찾아와 고등학교를 보내라고 부모님께 간청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과의 얘기 끝에 내린 결론은 야간고등학교를 수석입학하고 3년 내내 1등을 하면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다는 조건하에 고등학교 진학을 허락하셨습니다. 고등학교 입학부터 3년 내내 수석을 놓치지 않고 졸업한 저는 4년제 대학에 간 사람이 한명도 없는 야간상고라 꿈과 희망을 품기 힘들었지만 저는 꿈을 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그 말씀에 따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야간고등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국화빵을 구워 파는 일을 도와 3개월을 같이 하다 어머니가 같이하니 수입이 적다고 해 뻥튀기 기계를 구해와 여자 중, 고등학교 앞에 자리를 잡아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도저히 부끄러워 일을 하지 못했는데, 밀짚모자를 쓰면 알아볼 사람이 없겠구나 싶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어머니가 곁에서 지켜보시다가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사내가 뭐가 부끄러워 추운겨울에 밀짚모자를 썼냐”며 “니가 살기위해 남을 속였냐? 거짓말을 하냐? 무엇이 부끄럽냐?”고 하셨습니다. 당시는 어머니가 여자학교 앞에서 크게 야단치시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게 느껴집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시골에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돈이 없어 달동네에, 무허가 건물에 세를 주면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인력시장에 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눈뜨면 고민을 했습니다. “오늘은 일할 수 있을까”라고요. 그리고 그 무렵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에 시험 쳐서 합격하고 바로 그만두면, 대학 중퇴니까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대학입시원서를 넣은 곳은 고려대 경영학과. 공부를 하며 지원과 포기를 반복하다 2번이나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대학중퇴라는 꿈을 위해 다시 지원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몸이 아파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을 때 옆집의 경상도 할머니가 주전자와 약봉지를 들고 다시 ‘죽을 때 죽더라고 시험 쳐봐라’고 해서 할머니가 가져온 주전자의 죽과 약을 먹고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합격자 발표 날 합격자 공고를 차마 보지 못하고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고 난 후에 마지막으로 보았는데, 합격자 명단에 ‘62번 이명박’이 써 있었습니다.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이제 학교를 안다니면 중퇴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동네 재래시장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환경미화원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입학금과 등록금을 후원해 주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새벽4시에 일어나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3학년 때는 학생회장의 꿈을 가지게 되어 회장에 출마했습니다. 하지만, 동문도 없고 밀어주는 사람도 없었던 터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1,2학년 후배들이 찍어줘 당선되었습니다. 후배들이 ‘이명박’을 찍어준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옷 한 벌로 4계절을 입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당시 군사정권 타도를 위해 각 학교에서 데모를 많이 했는데, 전국 대학생회장을 고려대에 모이게 해 대정부 상대로 데모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위가 너무 강해서 전국 수배령이 내렸습니다. 부산 동래 산골에 숨어있었는데, 지명수배 현상 포스터를 보고 더 이상 숨을 데가 없겠다 싶어 서울에 가서 잡혔습니다. 죄명은 ‘국가내란 선동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서대문 교도소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졸업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학생회장이 감옥 갔다 오면 대부분은 정치를 했습니다. 3김을 따라가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내 행복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일자리를 가지는 꿈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세금한번 내보지 않은 사람이 정치인이 되면 누굴 행복하게 해줄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새벽에 계속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내가 살기 위해 하는 일에 당당하지 않으면 못 할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정 받기 싫었고, 동정의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감옥에서도 공부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단식 농성할 때 나는 밥 먹자고 권했고, 민간재판 후 6개월 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 기업체에 시험을 치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1차 시험은 합격했으나 2차 면접에서 계속 떨어졌습니다. 중앙정보부에서 ‘이명박’을 떨어뜨리게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7~8월에 현대산업건설회사에서 1기 공채를 뽑게 되었습니다. 포기 않고 마지막 도전을 해 1차에 합격했습니다. 2차 면접 때 정주영 회장이 직접 면접을 보고 마음에 든다고 말했지만, 제게 전달된 것은 ‘같이 일할 수 없게 되었다’는 통보였습니다. 이유를 알고 나자 대통령에게 편지를 2달간 계속 썼습니다. 당시 이낙선 상공부장관에게 찾아가서 “한 젊은이가 세상을 자기 힘으로 살려고 하는데, 나라가 막는다면 나라가 젊은이에게 빚지는 것이다”고 말하고 유유히 나왔습니다. 이 말이 대통령에게 보고 된 후 현대건설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다니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한 달 일하니 제때 월급이 나오고 매일 점심식사가 나와 감사했습니다. 기분이 좋아서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자동차, 중공업, 조선소, 인천제철 등등 을 세우는 회사에 들어가 궤도에 올라갈 때까지 밑바닥을 닦았습니다. 입사 당시 98명의 사원이 퇴사할 때는 16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12년 만에 현대 그룹의 사장이 되었을 때 이낙선 상공부장관이 축하해 주러왔습니다. 결국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군사정권을 이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 민주화사회 폭력이 필요 없습니다. 시대가 반걸음하면, 한걸음은 앞서가야 합니다. 이런 시절을 겪은 저는 국회의원 2선후 서울시장이 되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 유리한 조건이 없었습니다. 집안에 재력과 권력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남들이 다 포기하고 좌절할 때 나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도전해서 실패한 사람과 도전하지 않은 사람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 장로회 수련회에 참석한 장로님들도 각자의 사업장과 맡은 일에 리더자이거나 혹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미 최고가 되신 분들입니다. 여러분의 젊은 날의 희생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금번 고신장로수련회를 통해 재충전을 통하여 교회의 활력을 전할 수 있는 장로님들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문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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