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서거 10주기 추모 행사’ 곳곳에서 열려
서울의대 전신인 경성의학 전문학교에 입학하기 전 장기려 박사는 “이 학교에 들어가게 해준다면 의사를 한 번도 못 보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고 서원기도를 드리고 그 약속을 평생동안 지켰다.
장기려 박사 기념사업회(이사장 이영덕)는 10일 오후 3시 서울 동숭동 서울대병원 교회 추모강연회에 이만열 국사편찬위원장을 강사로 초청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산 연제구 거제동 국제문화센터 4층 대강당에서는 ‘장기려 서거 10주기 추모식 행사’를 오는 19일 개최한다.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에서도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장기려 박사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22일 추모예배를 드린다.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성산(聖山) 장기려 박사는 1911년 평북 용천에서 태어나 1995년에 생을 마치기까지 소외된 이웃들과 의료계에 ‘가난한 사람도 치료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박애정신의 꽃을 피워낸 ‘참의사‘였다.
장 박사는 1928년 서울의대 전신인 경성의학 전문학교를 수석 졸업 후 1942년 평양연합기독병원과 1943년 평양도립병원장 겸 의과과장, 1947년 김일성대학 의과대학 외과학 교수 겸 부속병원 외과과장으로 일했다. 1948년에는 북한 과학원 최초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한 그는 6·25 전쟁 4개월만인 1950년 10월 19일 유엔군과 국군이 평양을 탈환하게 되어 대학병원과 야전병원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했다. 그해 12월,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1·4후퇴시 장기려 박사는 둘째 아들만 데리고 야전병원 환자수송용 버스에 탄 것이 가족과 45년에 걸친 긴 이별의 시작이었다.
장기려 박사는 1951년 부산 제3 영도교회 창고를 무료의원으로 사용한 것이 복음병원의 시작이었다. 이곳에서 25년 동안 일하면서 1959년 국내 최초로 간대량(肝大量) 절제수술에 성공하는등 학문적으로도 당대 최고의 외과의사가 되었다.
부산 복음병원 재직 당시 치료비가 없어서 고민하는 환자들의 치료비를 대신 내주기도 해서 월급 대부분을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자신은 병원 옥상의 20평 남짓한 관사에서 살았다. 또한 돈 없는 환자들을 도망가도록 해 병원 행정직원들의 볼멘 소리를 들어야 했던 그는 복음병원 원장으로 40년, 복음간호대학 과장으로 근무 했지만 죽음 후에 묻힐 공동묘지 한 평조차 없이 돈과 사욕을 멀리 한 채 고신의료원병원 10층의 24평 남짓한 사택에 거주하며 가진 것 없이 검소한 삶을 살았다. 또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한평생 절개를 지켜 45년을 홀로 지내기도 하였다.
지난 1985년 정부에서 장 박사에게 방북을 권유했으나 거절했는데, 이유는 혼자만 특혜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그는 1995년 10월 가족들에게 통일과 민족의 만남에 대해 “이 땅에서 지금 만나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게 짧게 만나느니 차라리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만나야지”라며 그 해 겨울 12월 25일 생을 마감했다.
1968년에 ‘건강할 때 이웃돕고, 병 났을 때 도움받자’라는 취지로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해 정부의 의료보험제보다 10년 앞서 의료복지에 앞장섰다. 1969년에는 간질환자 치료를 위한 장미회와 1976년 한국 청십자 사회복지회를 설립했다. 장기려 박사의 청빈한 삶과 타인을 위한 인술이 인정되어 부산시민상, 대한의학회학술상, 국민훈장 막사이사이상, 호암상등이 주어졌으나 수상을 거절하고 시상식에 나가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오직 믿음으로 이름도 빛도 없이 살다가고자 했던 장기려 박사의 유언처럼 ‘오직 주를 섬기다가 간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했다. 경기도 마석 모란 공원묘지에 장기려 박사의 묘가 안장되었는데, 비문에는 유언대로 ‘주님을 섬기다 간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장 박사의 서거 10주년이 되는 지금도 ‘이 땅의 작은 예수’, ‘한국의 슈바이처’, ‘살아있는 푸른 십자가’라는 찬사를 받기에 조금도 부끄럼 없이 평생 이웃 사랑을 몸으로 실천한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