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기 장로 등 5남 모두 장로로 교계 헌신
‘동남풍아 불어라. 서북풍아 불어라. 가시밭의 백합화 예수향기 날린다......’ 그 어떤 어려움과 아픔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신앙의 지조와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로 한국교회가 섰다. 기독교 세력을 꺽기 위해 교회 핍박과 함께 기독교 지도자들을 대거 체포하는가 하면 사상 통일을 목적으로 신사참배를 강조하고, 거부자들을 잔인하게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고결한 피를 흘린 박봉진 목사는 ‘한국 성결교회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되는 동시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른 신앙으로 선 믿음의 선배’로 남아 있다. 1890년(고종 27년) 경기도 평택군 청북면 어소리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16세까지 한학을 공부하고 17세가 되던 해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원으로 나갔다가 전도하는 청년을 만나 수원교회(현 종로감리교회)에 등록하게 된다.
초신자 박봉진은 집에 있던 조상을 모신 사당을 부수어 버렸는데, 이 일로 집안에서 쫓겨나 수원에서 금은방에 취직하여 경제적인 기반과 함께 결혼해 입교 3년만에 집사의 직분으로 열심히 봉사하였다. 1915년 성공한 사업가로서 고향에 사업장과 집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신망을 얻고 1917년 2월경 경성성서학원(현 서울신학대학교)의 이명헌 목사일행이 경기지역 순회전도 여행하며 복음을 전할 때 박봉진은 처음 성결교회와 만나게 된다.
1919년 3월 1일에 촉발된 만세운동이 11일에 평택과 안성에서 일어났을 때 평택의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만세운동을 주도하다가 체포되어 평택 경찰서에 수감되어 모진 고문을 받는다. 이후 석방된 그는 경성성서학원에서 파송된 공응탁 전도사 및 김협두 전도사와 함께 평택성결교회를 건축하게 된다. 집사였던 그는 수원을 자주 왕래하였는데. 이성봉 전도사가 세운 수원성결교회의 부흥회에 참석하면서 이성봉 전도사의 뜨거운 신앙에 감화를 받았다. 그의 나이 42세로 경성성서학원에 입학하여 목회자의 길을 걷는다. 12월 신학교 동료들과 전도대의 일원으로 장호원에 파송된 그는 장호원성결교회를 개척해 공부와 함께 목회를 시작하였다.
신학교에서 이명직, 이상철, 이건 교수등으로부터 공부한 그는 1935년 성서학원을 졸업하였고 여주교회의 담임 목회자로 부임해 버팀목이 되어준 신인숙 전도사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이미 결혼하여 자녀들을 두고 있었으나 일찍 상처하여 어려움이 있던 가정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여주교회와 이천교회를 겸임하면서 1938년 9월 1일 성결교회 제5회 이사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으나 1941년 5월에 신사참배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교단은 그를 철원교회로 파송하게 된다. 부인은 박 목사에게 “서울로 가서 임지를 바꿔줄 것을 부탁하자”고 하였으나 그의 대답은 “이것이 하나님의 뜻일텐데, 하나님의 뜻이라면 가야하지 않겠소”라는 것이었다. 박 목사는 일제의 경찰들이 예배당에 앉아있는 것을 알면서도 거침없이 설교를 하였다. 일제는 신사참배에 대한 박 목사의 변함없는 태도와 설교를 트집 잡아 연행과 석방이 반복되었다.
당시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를 하지 않고는 교회를 유지하거나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한국에서의 교파활동에 따른 성결교 대표였던 이명직 목사는 “일제가 성경에서 구약을 제거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히 맞서던 1943년 5월, 성결교회의 잡지인 ‘활천’이 폐간되는 동시에 전국 성결교회의 검속령이 내려 경성신학교의 학생과 교수가 체포되고 신학교도 폐교되었다.
박 목사는 5월 27일 경찰서의 출두명령을 받아 유치장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만주에서 가져온 썩은 좁쌀과 콩밥이 제공되었지만, 그것마저 유치장의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모진 고문과 매에 못 이겨 주님을 배반하지 않게 해달라고 바닥에 무릎꿇고 기도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신사참배를 거절한 이유를 “하나님 외에는 참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육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당신들이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그의 강직한 신앙의 지조와 ‘죽으면 죽으리라’는 철저한 신앙의식을 볼 수 있다.
박 목사는 3개월간 주야로 고문을 받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석방된지 5일후인 1943년 8월 15일에 소천한다. 박 목사의 순교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의 눈물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많은 신앙인들의 가슴에 박봉진 목사의 순교의 정신이 살아있다.
박봉진 목사는 슬하에 5남 3녀의 자녀를 두었는데, 장남인 박영기씨는 소천했고, 차남인 박한기 장로는 화가로 일하면서 봉진 장학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3남인 박해원 장로는 교계와 교회에 헌신하며 봉사를 하고 있으며, 4남 박영섭 장로는 미국 세인트 루이스 한인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파크웨이 음악학원 원장으로 후진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5남인 박한섭 장로는 유한양행에서 일하다 지금은 방계회사 감사역으로 일하고 있으며, 서울 남부 성결교회 장로로 시무하고 있다. 그리고, 장녀 박해순 권사는 소천했고, 차녀 박해덕 권사는 부산동광교회에서 명예권사로 있고, 3녀 박해석 권사는 소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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