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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사랑’ 실천으로 동서화합 의미 되새겨
부산의 30대 주부가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병중인 호남지역의 한 환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의 한쪽 신장을 떼주기로 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부산지역본부(본부장 강치영 장로)는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 거주하는 서유연씨(36·여)의 한쪽 신장을 전남 광양시 광양읍에서 투병 중인 강웅길씨(43)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7월 1일 동아대학교병원에서 윤진한·정세일 교수의 집도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식수술은 서씨가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위해 신장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부산본부에 밝힘으로써 성사되었으며 신장 수혜희망자 가운데 서씨와 신장조직형이 일치하는 강씨가 수혜자로 결정되었다.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한쪽 신장을 선뜻 내놓은 화제의 주인공 서 씨는 동갑내기 남편과 1남1녀의 자녀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면서 제일화재 대리점주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평소 어려운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서씨는 지난 99년 장기기증운동부산본부에 골수기증과 사후 장기기증 등록을 마쳤으며 매달 일정액의 후원금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서씨가 신장 기증까지 결심하게 된 계기는 만성 신부전 환자들의 실상을 소개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라고 한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제가 만성 신부전 환자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 한모금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는 그 괴로움이 가슴에 와닿으면서 제가 가진 것이라도 나누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며칠간의 고통만 참으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증을 반대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는 서씨는 “지역 감정이 많이 옅어지기는 했지만 보다 많은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수혜자가 마침 호남지역분이어서 더욱 더 반가웠다”고 환하게 웃었다. 수혜자인 강 씨 역시 부산의 가정주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자신에게 신장을 나눠주는데 대해 크게 감격해 하고 있다. 아내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가게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강 씨는 3년 이 넘는 투병생활로 인해 영육이 쇠잔해졌지만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아내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한편 강씨와 조직형이 맞지 않아 신장을 이식해주지 못해 안타까워 하던 강씨의 아내 정미숙 씨(42)도 같은 날 전남 조선대에서 생면부지의 만성 신부전 환자 이재청씨(49ㆍ광주 남구 진월동)에게 신장을 기증함으로써 사랑의 릴레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강치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부산본부장은 “서유연씨처럼 육신의 일부를 내놓아 한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이들이 있기에 각박한 세상에 온기가 더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기증본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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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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