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YMCA에 무슨 일이
지난 7월1일 민주노총 일반노조 부산YMCA 현장위원회 소속 직원들이 초량 YMCA회관 앞에서 시위를 펼치며 김길구 사무총장을 비롯한 관리자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관리자들의 업무태만과 방만운영, 소통부재, 관료화 등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 부산YMCA는 지난 회기 약 2억 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모 간부의 성희롱 사건도 불거져 나왔다. 15년차 경력 일반직(과장급)이 간부급인 간사(부장급)보다 약 1,000 만원 가까이 연봉이 더 많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노조는 ‘간사직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독교 NGO단체인 부산YMCA 안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시대적 변화를 요구받는 부산Y
부산YMCA 주 수입원은 아기스포츠단 운영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아기스포츠단 단원 모집도 여의치않다. 330명 규모의 아기스포츠단이 현재 210명 규모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마다 수 억원의 관리비 비용도 만만찮다. 초량에 위치한 부산YMCA 본관 건물은 Y가 51%, 나머지 49%를 12명의 대표자가 공동 관리하고 있다. 과거 관리비를 내지 않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엄청난 관리비도 납부하고 있다. 여기에 20년이 다 되어가는 체육시설(수영장, 헬스장)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강의와 문화센터 운영도 각 대학이 운영하는 평생교육원과 대형 마트의 문화센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랜 노하우를 갖고 방학때마다 운영하던 ‘어린이 캠프’도 세월호 직격탄을 맞았고, 앞으로도 적지않은 여파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길구 사무총장은 “한마디로 시장이 변했다. 더 이상 이 구조로는 재정 흑자를 내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Y가 어떤 변화 없이는 계속해서 재정 악순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간사들의 불만
YMCA를 이끌어 가는 것은 간사들이다. YMCA의 꽃은 간사고, Y 운동은 간사 운동체로 이름 붙여질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Y 간사는 아무나 될 수 없다. 부산Y의 경우 영어성경, Y 운동사, 신학개론, 전문분야 에세이, 그리고 면접 등의 방식으로 간사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은 부장급 간부직원으로 대우받지만, 현장에서 전문성을 갖고 시민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대우다. 부산YMCA는 2개의 복지관과 2개의 청소년 시설을 위탁운영하고 있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간부급인 간사들의 대우가 일반 직원들의 대우보다 못하다. 그 이유는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복지사들의 처우개선이 좋아지면서 2012년부터 매년 복지관의 임금 상승이 이뤄졌고, 직원들 간에 임금격차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관의 경우 임금을 보조금으로 전액 지원 받지만, 회관은 자부담을, 청소년 시설은 보조금이 작은 관계로 복지관 수준을 따라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노조가 간사직제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희롱 사건의 전말
A 간부의 성희롱 사건은 금년 4월 발생했다. 일본 연수과정에서 A 간부가 1년차 직원들에게 ‘기쁨조’라는 발언이 계기가 됐다. 부산YMCA 이사회는 총 3차례의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당사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기쁨조’라는 단어 외에 추가적인 성희롱성 언행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사실 여부를 명확히 조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기쁨조’라는 단어를 A 간부가 여직원에게 직접 한 것이 아니라, 남자직원에게 한 것을 남자직원이 여자직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내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A 간부는 그러한 발언 자체를 한적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사회는 조만간 모여 이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Y 다른 모 간부는 “흔히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그런 사안인데, 전쟁 중(노조와의 단체협상 과정)이기 때문에 이 사안이 큰 문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변해야 한다
이번 부산Y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 교계내에서는 차기 사무총장 선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복지관 출신인 B 간부와 스타급 시민운동가인 A 간부의 기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하지만 부산Y를 걱정하는 다수의 사람들은 차기 사무총장 문제보다 현재의 부산Y가 변하지 않으면 부산YMCA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구YMCA의 경우 건물을 팔아 좀 더 작은 곳으로 이사를 해서 남아있던 부채를 해결하고, 재정적 안정 속에서 다양한 시민운동을 펼칠 기반도 조성했다.
부산Y의 경우 건물 매각이 쉽지 않다. 건물의 49%는 Y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건물구조로는 Y 살림이 적자를 면키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사회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금 변하지 않을 경우 부산Y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이 글은 노조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 글입니다. 수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노조가 취재에 응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다만 이 보도 이후 노조측이 원할 경우 노조의 반론보도를 게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신상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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