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간 한 우물인 교계 언론에만 전념한 필자는 시무장로 16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제98회 총회에 총대로 딱 한번 참석했다. 올해 연말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총회 구경 한번 잘 하고 왔다.
1년이 지난 금년 9월 총회를 앞두고 60개 노회 1500여 총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난 총회 직후 발언한들 무시하여 지날 것이고 해서 시종일관 총회 회의를 지켜보다가, 이제야 98회 총회를 돌아 본 소회를 말하면서 몇 마디 제언하고 싶어 글을 올린다.
△서울 명성교회 잔치 집에 초상집을 만들 수가
지난 총회의 키워드는 ‘교회세습’으로 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세계에서 장로교 최대 교인이 모이는 서울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2015년 은퇴를 겨냥해서 미리 쐐기를 박는 소위 세습반대특별법을 기획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전국 60개 노회 수의를 거치지도 않은 채 날치기로 특별법을 만든다는 결의를 했다.
말하자면 남의 잔치 집에 가서 세습금지라는 바람만 잡고 소금 뿌리고 나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잔치 집 마당에서 해코지한 셈이 되고 말았다. 아쉬운 점은 교회 세습 문제는 한 해 더 연구해 총회에 내어놓고 특별연구위원회를 조직해 1년간 유예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전문가 없는 현장에는 얼치기만 설친다
교회나 교단은 반드시 방향을 설정해서 그 정책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금은 전문가 시대이다. 세월호 구조 현장에 구조 전문가가 없고 재난 현장에도 재난 전문가 없다고 생각해 보라. 전문가 없는 현장은 그야말로 얼치기가 설치게 된다. 교단 총회도 정책을 입안하는 전문가 없이 내 눈엔 정치하는 꾼들만이 설치고, 마이크 잡고, 고함지르고, 큰 소리 치는 자가 이긴다는 광경만 보게 되었다. 한 안건에 3번 이상 마이크 잡고 큰 소리 치는 광경이 최고 의결 기구인 총회 현장이구나… 한심한들 소용이 없었다.
이런 거대한 교단 안에 노련한 전문가는 보이지 않고 앵무새처럼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내 눈엔 약 장수처럼 보였으니 정말 안타까웠다. 초년병 총대 눈에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노련한 전문가 총대들은 입 딱 다물고 앉아있는 것이다. 마치 어느 계파, 어느 신총협 적폐가 설치는 듯 한 광경을 연출하며, 총회 정치꾼들은 마이크를 잡고 놓을 줄 모르는 장면을 보았으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니겠는가?
이런 말들이 관련자들에게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총회 집행부를 향하여 몇 가지 묻고 싶다. 과연 통합 교단의 정책이 무엇인가? 적어도 10년, 20년 앞을 보여주는 큰 그림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왜 가톨릭교회는 개혁하며 국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개신교는 위기니 성장이 멈추었다니 하고 자기들끼리 회의만 하고 있는가?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정책수립 기획 연구진들은 과연 있는가? 정책 실행위원회가 있다면 정책이라는 아젠다는 누가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대안을 제시해 놓는가? 물론 무슨 대책위는 수십여개 있지만 대책이 곧 정책이라면 할 말은 없다. 왜 문제가 많은가 아니 정확하게 왜 문제가 많아 보이는가? 그 이유는 뭘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왜 정책이 없을까? 그 대답도 간단하다. 정책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관심이 있다고 다 전문가는 아니다. 적어도 한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생각하는 1만 시간이 아니라 공부하는 1만 시간이다. 통합 교단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다. 항공모함을 지휘하는 전문 선장은 없이 총회정치 1번지에서 세운 핫바지 선장이 항해하는 것과 같이 보이니 그게 낭패다.
△오죽하면 정치는 있고 정책이 없다고 하겠는가
항공모함과 구축함들이 주변 바다를 장악하고 필요한 전쟁터에 전투기를 급파해야 한다. 여기 저기 작은 경비정 같은 지교회들이 힘겨운 영적 싸움을 하고 있다. 그 싸움은 크든 작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효성교회 등 10여개 교회들이 노회, 총회를 향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진정서, 호소문을 내는 교회가 왜 이리도 많이 올라와 있는가. 정치만 하고 줄서기 잘하는 총회 정치꾼들이 전문가 없이 자기사람 세우는데만 관심이 높다. 실로 명실상부한 전문가로 포진한 정책 연구소는 여전히 우리에겐 목마름이고 큰 그림을 보여주는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 우리 교단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교단 안은 곪아 가고 있는데 대사회적 정책만 나열한들 과연 거대 함대가 제대로 포 사격이나 선상에 비행기를 발진시킬 수나 있겠는가? 그래서 교단이 갈 길을 보여주는 로드맵 같은 그림이 필요하다. 단지 총회 주제연구위원회만 제시하고 총회 임원진, 총회 기획위원회가 세운 정책 대안이 단기성으로 끝나고 마는 마케팅적 이벤트는 이제 심물이 날 지경이다. 그래서 정책 전문가를 발굴하여 진정한 정책 토론 총회가 되어야하는데 비전문가 출신들이 총회에 포진하고 있으니 그것이 문제다. 노회에서부터 전문가를 총대로 보내주어야 하는데, 정치꾼 내지 놀고먹는 장로, 정치 잘하는 목사 편에 줄 선 총대들이 총회로 올라가게 되니 총회가 바르게 갈 수 있겠는가? 총회 정치는 있는데 정책전문가가 없는 통합 교단 제99회 총회에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 이 일을 가벼이 여긴다면 통합 교단은 비가 새도 지붕을 고칠 수 없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
신이건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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