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성 위해 제작된 교회 요람이 개인정보유출로 이어져
△교회요람에 각별히 주의
지난 1월 국민은행, 농협, 롯데카드가 개인정보 유출이 되면서 나라가 들썩였다. 최근 씨티은행, SC은행도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심지어 한 쇼핑사이트 업체는 3년 전 해킹돼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도 몰랐다. 은행, 신용카드사부터 시작해 대한의사협회, KT, 티몬, 보험사까지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올해 들어서만 벌써 다섯 번째다. 기업들은 정보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그렇다면 교회는 안전할까?
박모 씨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이번 6.4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며 지지호소를 요청하는 문자를 받았다. 고민해 보니 최근 그 지역에서 열린 교계 행사에 참석해 방명록을 작성했던 일이 생각났다.
정모 씨는 몇 년전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라. 교회 다니는데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말씀하셔서 용기내어 말한다”면서 “혹시 자매의 기도제목이 이거 맞나요?”라고 말했다. 정씨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짚으며 기도 중이었던 내용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으로 생각했고 놀라우면서도 감사했다. 그러나 몇 일 후 교회 청년회 내 신천지들이 여러명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이 역시 신천지의 포교전략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알려진 신천지의 포교전략이 교회 모임에서 포교하고자 하는 인물의 기도제목을 외운 후 팀을 꾸려 이렇게 우연을 가장하며 접근하는 것이었다. 이때 교회요람 사진을 통해 얼굴을 익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모 씨는 지난 선거 때 지인을 통해 교회요람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선거운동 문자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하려고 한다면서 교회 요람 전달을 부탁 받았다.
고객센터나 서비스센터 등을 이용하기 위해 전화를 하면 이름, 연락처, 주소, 생년월일 등을 확인한다. 요즘엔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면서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묻는 경우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정도 내용은 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 요람 이용, 배포 조심
교회 요람에는 인물 사진, 주소, 연락처는 물론 생년월일까지 기재하는 경우도 있다. 요람을 살펴보면 가족 구성원들의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다. 교회 성도의 자녀 이름까지 기재 돼 있다. 또한 교회 성도들의 사업체도 알 수 있어, 누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교회에서 요람을 제작하는 의도는 환영받을 만하다. 믿음으로 묶여진 공동체로서 서로를 알고 보살피며 친교를 강화하는데 목적을 둔다. 또한 교회에서 진행될 연간 사업 및 각종 부서별 행사도 알 수 있다.
사실 교회에 있어 요람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각처에서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일고 있는 이때 교회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시때때로 선거운동 문자가 수신되면서, 선거철 ‘최대 공해’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네티즌들은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까?”, “선거 문자 때문에 짜증난다”, “내 개인정보는 공공정보인가”라며 불쾌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들도 개인정보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되면 사회적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고객들이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카드회사 3사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업계 판도가 흔들렸다. 회원탈퇴가 줄을 잇고 농협은 개인고객이 감소되는 현상을, 국민은행은 예금 이탈 현상까지 발생됐다. 이들 은행에 맡긴 예금을 찾아 타 은행에 맡기다보니 다른 업체는 이익이 증가한 반면 개인정보를 유출했던 업체들은 손해가 컸다.
계속되는 사건 사고에 한국교회 이미지는 그야말로 바닥이다. 곳곳에서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언급하는 이 시점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잊지 말아야한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경계해야 한다.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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