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내 노인대학과 지역사회 봉사활동으로 유명한 대형교회인 덕천교회(장기진 목사, 통합)가 담임목사의 후임으로 타 교단(감리교) 목회자를 청빙해 화제가 되고 있다. 덕천교회는 현 장기진 목사가 금년 6월 30일 조기은퇴(6개월)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덕천교회는 금년 초 후임자를 청빙했는데, 같은 통합 교단이 아닌 감리교 목회자를 청빙한 것이다.
•어떻게 청빙 됐나?
새롭게 청빙된 고대원 목사(45세)는 충남 당진 향린감리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해 왔다. 45세 젊은 나이지만 설교 말씀이 은혜롭고 겸손함까지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고 목사가 덕천교회 후임목사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부터 고 목사가 후임자 후보 자격으로 덕천교회를 찾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덕천교회 당회원들은 작년 10월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부흥회를 준비하면서 연세중앙교회 윤석전 목사를 찾아갔다. 윤 목사는 2006년 10월 덕천교회 설립 39주년 기념성회 강사로 오면서 덕천교회가 큰 은혜를 받았던 계기로 좋은 친분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은 사실. 교회는 윤 목사에게 다시한번 부흥회 강사로 나서줄 것을 부탁했지만, 윤석전 목사는 일정 때문에 부흥회를 고사했다. 대신 자신의 대타로 천거한 인물이 고대원 목사다. 하지만 고대원 목사도 일정 때문에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윤석전 목사의 추천이라는 말에 일정을 조정하고 강사를 수락했다.
이 당시 교회는 청빙위원회를 가동하며 교단 내 덕망있는 목회자들에게 후임 목사 후보 청빙을 의뢰하던 시점이었다. 교단 내 나겸일, 서임중, 지용수 목사 등이 추천한 총 5명의 후보들이 덕천교회를 찾아 선을 보았지만, 청빙위원회 내에서 이들 5명과 고대원 목사를 추가로 넣어 후보자 6명을 선정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이유는 고대원 목사가 강사로 나선 부흥회에서 교회 성도들이 큰 은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고대원 목사는 교회에 이력서를 넣지 않은 상황이었다. 청빙위원회가 고 목사를 찾아가 이력서를 넣어달라고 부탁하자 고 목사는 10일 동안 기도를 하고 이력서를 접수시켰다.
덕천교회 청빙위원회는 후보자만 선정한다. 후임 목사를 결정하는 곳은 선정위원회다. 덕천교회 선정위원회는 안수집사 전원, 권사 전원, 남선교회 임원 전원, 여선교회 임원 전원, 청년회 임원까지 총 81명의 선정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고대원 목사는 이 선정위원회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후임목사로 선정되어 지난 2월 말 덕천교회 후임목사로 부임해 왔다.
•문제는 없나?
통합측 덕천교회가 타 교단 목회자를 후임목사로 받아들이는데 아무런 문제는 없을까? 통합측 교단은 타 교단 목회자가 올 때 거치는 청목제도라는게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청목제도는 1년 이상 통합측 총회 직영 신학대학원에서 소정의 과목을 이수한 뒤, 총회 목사고시에 합격한 후 노회석상에서 서약하면 된다. 하지만 교단 내에서는 이 과정이 만만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짧게는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길게는 2년 이상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여론이다. 그동안 교회는 당회장이 부재하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이 또한 임시당회장을 노회에 파송 요청하면 문제는 해결 된다.
부산남노회 노회장 이무기 장로는 “후임목사 청빙은 개 교회의 고유 권한이다. 덕천교회의 후임목사 청빙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후임목사가 타 교단 출신이기 때문에 청목 과정을 이수해야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회 내 일부 목회자들 사이에서 타 교단 출신 후임자 선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제기되고 있다.
•일부 목회자들 사이에서 불만
통합측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장자 교단이다. 교회수 8,500여개, 소속 목회자가 1만7천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7개 신학대학교에서 약 1천 여명의 목회자들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통합측 교단을 중심으로 타 교단 목회자 청빙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종윤 목사가 목회하던 서울교회가 타 교단 목회자를 청빙했고, 하용조 목사의 온누리교회와 김진홍 목사의 두레교회도 타 교단 출신이 부임했다. 이외 수도권 지역 일부 교회들이 타 교단 출신을 영입하며, 통합측 젊은 목회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번 덕천교회 타 교단 목회자 영입에 대해 소속 남노회 일부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덕천교회 모 당회원은 “노회에서 일부 목사님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교회 사정을 설명했고, 지금은 오해가 풀렸다”고 말했다. 노회장 이무기 장로도 “교단 목회자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젊은 목회자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는 계기가 되어야지 문제제기만 해서는 결코 발전도 없고, 앞으로 목회하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교계 안에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이번 일을 통해 젊은 목회자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상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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