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사건을 유발한 것은 부산중부교회 최성묵 목사와 김광일 변호사의 역할이 지대했다.
‘부마사건’이라기보다 10월 ‘부마민주항쟁’이라는 것이 격이 맞다. 부마민주항쟁은 부산시민과 대학생, 지식인, 종교인, 노동자들이 일으킨 사건이라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영화 <변호인>은 변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한 각색된 영화 작품이지만 그 부마민주항쟁의 중심인물은 노무현 변호사, 문재인 변호사가 아닌 故 김광일 변호사이다. 노무현, 문재인 변호사도 조연급으로 동참했으나 주연은 김광일 변호사로, 더욱 비중이 크다고 할 것이다.
이 땅에 민주화의 봄이 온 어느 날, 김광일 변호사는 필자에게 “기가 차는 일이 우리 안에 일어나네. 그래도 참아야지. 나는 민주동지라는 개념조차 부르고 싶지 않아! 다 된 밥에 숟가락 얹어놓고 같이 먹자고 하니 어디 못 먹으라고 할 수 있나? 그러나 해도 너무해서 기가찬 일이 우리 안에 일어나는 것을 누구 앞에 말할 수가 있겠나? 노무현은 이래서 안되는 인물이네”라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간 필자에게 던진 말이 기억난다. 마치 부마항쟁사건의 중심인물로 노무현 자신을 미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한 불만의 뜻인 줄 싶었다.
부마민주항쟁을 일으키게 했던 불씨를 피운 용광로는 부산 중부교회(기장)이고, 부산 저항운동 인력의 공급처였으며 사회민주화운동과 대학의 학생운동을 연결하는 고리라 할 수 있다. 이 운동의 주요인물은 중부교회 담임 최성묵 목사, 김광일 변호사(부산중앙교회 장로), 이흥록 변호사(카톨릭 평신도), 송기인 신부, 오수영 신부라고 말할 수 있다.
부마사건을 일으키게 한 계기는 미문화원 방화사건이다. 주동인물들이 만들어 낸 원인제공자들이 있었기에 부마항쟁이 태동된 것이다. 기폭제가 된 제공처는 부산 양서협동조합에서 스터디하며 의식적인 양서를 읽고 행동한 고신대학교 문부식, 김은숙, 이미옥 등 학생들이다.
△미문화원 방화사건이 계기가 된 부마민주항쟁
그리고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진보적인 학생들이 아닌 한국교회 순교자적인 저항정신과 일제탄압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한 보수교단이 직영하는 고신대학교 학생들이 주동했던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고 당시 생각할 수 없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
물론 문부식(당시 신학과)과 김은숙(기독교교육과) 그리고 고신의대 재학생 이미옥 등은 양서협동조합에서 나온 양서 김지하 시인의 <오적시>와 <한반도 분단과 이데올로기적 역사적 현실>이라는 안병무 교수(한신대)의 저서를 읽고 광주민주화사건이 터져 혼미한 상황에서 울분을 못 참고, 고신대 학생들이 반미를 외친 사건이다.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한 인사도 없었고 단순히 양서를 읽고 의식있는 학생들이 미국 문화원에 불을 지른 것은 “왜 광주진압 때 주한미군이 군사 이동을 묵인해 주었느냐는 항변이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대학생과 지식인, 신·구교 종교인들이 바로 이 시대를 밝혀주는 양서를 읽고 의식화 되었다. 예수로 의식화가 되지 않고 시대적 행동하는 양심의 의식화가 그런 돌출행동을 자행한 것이다. 혹자는 법정의 검사들은 이들을 ‘자생공산주의자’로 오해할 수 있었다.
부산 중구 헌책방골목에 있는 보수동 소재 중부교회에 학생, 시민, 종교인들이 매주 금요기도회를 행하기 위해 모였다. 여기에 초청된 박형규 목사, 문동환 문익환 목사, 안병무, 서남동 교수, 인명진 목사, 이문영 교수(고려대해직교수), 한완상 교수(서울대 해직 교수) 등이 단골 강사였다. 중부교회를 중심으로 한 의식있는 학생들이 모여서 양서협동조합을 구성한 재정적인 조합설립을 지원한 이는 김광일 변호사가 최성묵 목사로 하여금 행동하게 했다. 핵심 인물은 김광일 변호사였고 그 정신적인 영적지도자는 최성묵 목사였으며, 양서협동조합이 불씨를 만들어 낸 역할을 한 것이다.
왜냐하면 문부식, 김은숙 씨가 중부교회 주일학교 교사를 하였고 그 때 당시 필자는 주일학교 부장집사를 하고 있었기에 지금 역사적 진실을 증언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대학생 김형기, 최준영 군도 모두 중부교회 대학생부에 참여한 인물이었다.
부마항쟁 사건은 김광일 변호사와 최성묵 목사가 이 땅에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한 염원을 실천한 하나님의 일꾼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완성물로 교회 역사가들이 정의하고 있다.
1976년 1월 산업선교 총무 일을 한 박상도가 YMCA 대학생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행군대회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중부교회 대학생 조태원(부산대), 김영일(부산대), 이태성(동아대)이 중앙정보부 부산 분실에 붙들러 갔다. 문제가 된 것은 <책방골목> 창간호 글이었다.
책 인사말에 “너무도 잠잠하다. 무거운 침묵만이 주위를 압도한다. 아프다. 아파도 왜 때리느냐고 반항하지도 못한다. 불쌍한 사람들. 나와 너. 똑같은 힘 없는 사람들 -중략- 이 땅에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시키자. 한국적이니 유신이니 따위는 말고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세계적이고 우주적인 눈으로써 이 땅의 인류를 위하여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를 따라서 십자가를 짊어지자. 골고다의 언덕을 향해서 힘차게 전진하자.”
이 글에서 문제가 된 것은 “한국적이니 유신이니 따위는 말고” 였다. 이 세 사람이 구속되자 저절로 운동권이 중부교회, 한 곳으로 결집되고 무료변론을 김광일 변호사가 맡았다.
김광일 변호사의 등장은 부산 인권운동의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김 변호사와 필자는 교계신문 부산지사장을 그 밑에서 기자로 활동한 막역한 신앙의 동지적 관계로 유지 해 왔다. 그는 이미 하늘나라로 갔다. 그의 두 아들은 하나는 의사요, 하나는 현직 판사이다. 지금 핵심인사들은 대부분은 하늘나라로 갔다.
신이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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