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수)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가 11월 8일(금), 1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WCC 제10차 총회 개막
140개국 349개 교단과 한국교회 성도들이 모여 ‘WCC 총회의 꽃’이라 불리는 개회예배를 드리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큰 징을 울리는 ‘예배의 부름’으로 시작해 국악찬양이 연주되는 가운데 십자가와 성경, 달걀과 물, 재 등이 예배 진행자의 손에 들려 강단으로 옮겨졌다. 카레킨 2세 아르메니안정교회 총대주교가 누가복음 24장 25~26절 말씀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총대주교는 도덕성, 교육, 이웃 존중, 가정, 평화를 위한 노력 등이 회복해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오후에 이어진 개막식에서는 한국 기독교 역사 130여 년이 국악, 합창, 풍물, 무용 등의 형식의 공연으로 펼쳐져 참석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공연에 앞서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원회 대표대회장은 “여러분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며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환영의 인사를 전했으며, 허남식 부산시장은 “한국에 기독교를 전한 선교사들이 첫발을 디딘 부산에서 정의와 평화의 노래가 두루 퍼지기 바란다”고 축사했다.
총회 이틀째인 31일(목),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제회의에서 축사를 전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참해 한국교회의 반대정서가 작용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WCC 총회 사상 개최국의 국가원수가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CC는 이날 국내외 기자진들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첫 공식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준비위원회의 기자회견에서 김삼환 대표대회장은 “부산 총회로 WCC가 회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총회를 통해 앞으로 세계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축복의 기회라고 말했다. 준비대회장 박종화 목사는 평화열차가 평양을 지나지 못했다는 질문에 “정치적 상황으로 운행되지 못했지만 이제 시작으로, 언젠간 반드시 평양을 거쳐 유럽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이영훈 목사는 “성령은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다. 따라서 우리 오순절 교단이 이 총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막식 직후 가진 총무보고를 통해 WCC 울라프 픽세 트베이트 총무는 고통과 희망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계교회가 생명의 하나님께 더욱 엎드려 기도할 것을 촉구했으며, WCC가 북한에 인도주의적 협력과 남북평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월터 알트만 WCC 의장은 의장보고를 통해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결과적으로 WCC의 살림이 어려워졌다고 고백하면서 재정위기로 WCC의 정신마저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순절 교파의 약진에 주목하는 한편, 기독교 교육과 선교 등 신학교육과 교회사명 전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회의
WCC 부산총회는 ‘선교, 일치, 정의, 평화’라는 주제별 전체회의와 에큐메니칼 좌담이 진행됐다. 31일(목) 주제회의에는 기독교인의 ‘정의와 평화’가 무엇인지 화두가 됐다.
아시아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진 1일(금), 발제자들은 아시아지역이 세계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여성, 어린이, 이주노동자의 권리 침해, 청년실업, 영토 분쟁, 자원약탈’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 사례를 설명하면서 정의, 평화의 가치가 아시아 지역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회 여섯째 날인 4일(월)에는 31년 만에 새로운 선교 문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 기독교의 지형 변화 속에서 선교와 전도(Together Towards Life: Mission and Evangelism in Changing Landscapes)‘가 공식 발표됐다. 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에 의해 작성된 이번 문서는 선교의 대상이 인간뿐 아니라 창조세계까지 확대됐으며, 복음주의권의 문제의식을 수용해 균형 있는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영혼구원에 대한 강조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문서는 향후 20~30년간 WCC 선교운동에 기반을 제공하며, 2017년 세계선교대회를 통해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예정이다.
또 이날 오후에 있어진 새 회장단 선거에서 장 상 박사(전 이화여대 총장)가 아시아지역 회장으로 선출됐다. 실질적 의결권은 없으나, 세계 에큐메니컬 진영의 리더로 지도력을 요구받는 자리로 다음 총회가 열릴 때까지가 임기다. 그러나 중앙위원회의 한국 중앙위원이 2명에서 1명으로 축소됐으며, 150명의 중앙위원으로 적극 추천했던 배현주 부산장신대 교수(예장 통합)와 서호석 전 창천교회 목사(기감)는 중앙위원 명단에 이름이 오르지도 못해 이와 관련해 한국 대의원들은 5일(화) WCC 울라프 픽세 총무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WCC와 함께한 WEA
내년 10월 한국에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신학위원장 토마스 슈마허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WCC와 신학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종교자유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WEA는 WCC와 바티칸과 많은 부분에 동의하고는 있다. 그러나 신학적 교리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는 같은 곳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벡스코 밖에서 WCC 반대집회를 가졌던, 내년 WEA 한국 총회 개최를 주도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 대해서는 한기총과 WCC 반대집회의 관련에 대해 WEA 총무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 한기총과 WEA의 유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슈마허 목사는 “한기총이 반대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내년 총회와 관련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말프로그램
마당(Madang)과 함께 한국준비위원회가 준비한 주말프로그램과 한국문화의 밤,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수요예배를 통해 WCC 부산총회의 참석자들은 한국교회와 한국사회 문화와 전통을 체험했다.
서울, 광주, 제주, 부산, 경남지역에서 진행된 주말프로그램 참가자 중 500여 명은 북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라산 전망대와 임진각을 방문해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실감했다.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해외 참가자들이 14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했다. 부산 민주공원과 근대역사박물관, 중부교회 등 부산지역 민주화운동사 순례, 감천 문화마을과 매축지마을, 부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민족과 여성 전시관’과 부산 새터민지원센터, 고리 원자력발전소 등을 방문했다. 특별히 ‘민족과 여성 전시관’을 방문한 참가자들은 일본군 위안부 실상을 듣고 충격과 분노감에 빠졌으며, 탄식을 쏟아냈다.
이번 WCC 제10차 부산총회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독교 인사들이 대거 방문했다. 지난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프리카 평화재단 대표 레이마 보위 여사가 참석했다.
이외에도 전세계 성공회의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시리아정교회 대주교인 조셉마르 총대주교, 아르메니아정교회 수장인 카레킨 2세 총대주교, 로마 가톨릭교회 대표단 수장으로 교회일치위원회 대표로 참석한 커트 코크 추기경, 에티오피아정교회 수장 아부네 마티아스 총대주교, 프랑스 떼제공동체 대표 알로이스 로제 신부 등이 이번 총회에 참석했으며, 한국교회 방지일 목사가 11월 6일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수요예배에 설교를 맡았다.
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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