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쪽 의견 청취도 않고, 실무임원이 갖다준 서류만 검토
부산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김태영 목사) 제36회 총회가 열리던 날 한건의 문서가 총회 책자 사이에 첨부됐다. 제35회기 제2차 전체임원회(2013.2.27)에서 구성된 ‘재정 사건 조사위원회‘(위원장 김명석 목사)의 조사 결과 보고서다. 당시 일부 회원들은 “실무임원들이 조사한 보고를 믿을 수 없다“며 전체임원회가 조사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서 재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받아들여진 위원회다.
이날 조사위원회는 ‘제34회기 총회 결산 보고와 장부상의 내용의 차이 건에 대한 조사의 건‘과 ‘제34회기 부활절 개최 경비 과다 사용에 대한 조사의 건‘, ‘회계장부상의 수입 지출에 대한 조사의 건‘, ‘여타 재정 사고에 대한 조사의 건‘ 등 총 4가지 부분에 대한 조사 결과 보고를 문서로 보고했다. 그러면서 조사위는 “재정 사고가 없도록 전문적인 사람을 등용하고, 장부정리와 수지 결산에 철저를 기하고, 장부와 현금 관리에 있어 절차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함으로 또다시 재정사고가 없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본회는 이 보고를 박수로 받았다.
▲조사 제대로 했을까?
조사위원회는 3차에 걸쳐 당사자들의 면담과 장부를 대조 조사 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달이 넘는 기간(110일) 동안 겨우 3차례 실무임원들을 불러 장부상 대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원장 김명석 목사는 “35회기 회계가 34회기 회계에게 장부나 서류를 받지 않아 35회기 회계장부만 살펴봤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사위원회 보고에 담긴 ‘34회기 총회 결산보고‘와 ‘34회기 부활절 개최 경비 과다 사용‘의 건은 사실상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조사위가 총회에 거짓보고를 한 것이다.
부기총 모 인사는 “문제제기를 한 쪽이나 재정문제를 보도한 신문사를 조사하지 않고, 실무임원이 갖다 준 서류만 조사한 것은 지난 1차 조사와 다를 바 없다“며 사실상 조사위가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위가 구성될 당시 모 조사위원은 문제제기를 한 본보기자에게 “조사에 응해 줄 수 있느냐“, “자료를 줄 수 있느냐“고 제안했고, 본보 기자도 “조사에 응하겠고, 취재원이 곤란하지 않은 선에서 자료도 제공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어떤 연락도 없었다.
▲조사위원 구성도 엉망
이번 조사위원회는 위원 구성부터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회계나 금융 전문가도 없이, 정치적으로 위원을 구성했고, 이중 Y 조사위원은 부기총 회원이 될 수 없는 조건(안수집사)인데, 장로로 둔갑해 조사위원으로 활동 해 왔다.
현재 부기총 정관에는 제2장 회원 제5조에 “본회의 회원은 본회의 설립취지와 목적에 찬동하고 본회가 인정하는 부산광역시 내에 각 교단에서 파송한 대의원들과 증경회장, 고문, 전체임원 및 기독교 단체장으로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Y 위원은 고신측 교회 안수집사이기 때문에 각 교단에서 파송할 수 없고, 기독교 단체장도 아니기 때문에 회원이 될 수 없다. 개정되기 전인 제34회기 정관에도 ‘회원의 자격‘은 “부산광역시 내에 각 교단과 소속교회 목사와 장로, 기독교단체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부기총 회원 자격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Y 위원은 그동안 부기총 모든 문서에서 ‘장로‘로 기록되어 왔으며 금년초 전체임원회 회의에서는 목사, 장로들을 대표해 ‘대표기도‘도 한 바 있다.
부기총 모 인사는 “실수로 ‘장로‘로 기록되었어도 본인이 정정해 달라고 하면 되는데 그동안 아무말없이 부기총 활동을 해 왔다. 그 자체가 부기총을 우롱한 것 아니냐“며 분개했다.
▲부산교계가 지켜보고 있다
부기총 회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에도 회계문제로 조사위원회가 구성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도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했고,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회계 문제가 발생했고, 더불어 트리축제조직위원회에서도 회계문제가 발생했다. 만약 첫 번째 문제발생에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고, 책임지는 사람들이 나왔다면 과연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했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부기총은 부산교계의 대표기관이다. 그리고 부기총은 정부지원금을 비롯해 성도들의 헌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어느 곳 보다 투명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 교계 지도자는 “부기총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부기총 인사가 아닌 외부 회계 전문가를 불러 새롭게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부산교계가 부기총을 진정한 대표기관으로 인정하고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준 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