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역대 최대의 리베이트 사건으로 연루된 병원만도 1,400여곳. 검찰이 의사 100여 명 이상을 수사선상에 올려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에 의료계는 물론 종합병원 의사, 교수들까지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드디어 터질 때가 됐다는 비판과 함께 부산에 위치한 종합병원 중 특히 고신대복음병원과 침례병원, 일신기독병원 등 미션계 종합병원이 리베이트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리베이트 관련된 판도라 상자가 어떤 규모로 열릴 것인가에 초점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의약품 도매상은?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에 오랫동안 의약품을 납품한 도매상은 총 8개였다. 그중 화인도매상이 부도로 빠지면서 현재는 아남, 삼원, 우정, 청십자, 동남, 영남, 서부산 등 7개 도매상이 월 30~35억 원 가량의 약품을 남품하고 있다. 청십자, 아남, 삼원, 우정 도매상은 오랜 역사(약 20~30년)를 복음병원과 함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들 외에 동남, 영남, 서부산은 이충한 전병원장이 재직 당시에 주로 유방암 시약을 위주로 남품했던 신생 도매상이다. 또 복음병원 건물 길 건너 앞에 즐비하게 들어선 약국들은 현재 8개로서 월 40억 원가량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약품 도매상의 경우 의사(병원)와 제약회사 간의 중간 도매를 통한 심부름 또는 택배식의 회사를 운영한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중간 도매상들과 거래할 때, 반드시 병원 측으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을 경우에만 재정 보증 없이 약을 거래하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그 외에도 직접 제약회사 외판원들이 병원 의사들에게 로비할 때, 자신들의 제약회사 약을 많이 처방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리베이트 관행이다.
검찰 전담 수사반은 2010년 11월 쌍벌제 적용 이후 200만~300만 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을 추려내는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해당 대상자에게 다음달 초까지 검찰 소환 명령이 통보된 상태이다.
수사반장인 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연루된 의사가 1,400명이 넘지만 쌍벌죄 적용 이전 범죄가 많아 처벌 가능한 의사는 100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쌍벌제 도입으로 제약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의료인은 의료법에 따라 징역 2년 이하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며 자격정지 행정처분도 추가로 내려지고 심지어는 죄질에 따라 의사면허도 취소될 수 있다.
지금 고신대복음병원과 침례병원, 그리고 일신기독병원의 의사 및 병원 약국 안에는 거래하는 제약회사 남품코드가 일목정연하게 정해져 있다.
최근 복음병원 이상욱 병원장은 어느 특정 약품 도매업자와 만나 얘기하기를 “내가 병원장으로 있는 한 약품 거래 라인을 새롭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만일 부득이한 형편과 사정으로 법인이사장이 지시하면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품 도매 거래가 상당한 이권에 해당된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종합병원에 거래하는 약품 도매업자나 제약회사 직원이 로비하는 리베이트 관행은 때로는 의사들에게 ‘골프 비용’ 제공하기와 ‘회사 법인카드’ 사용, 국내외 의사 연수 모임 비용 지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뜻있는 의사들이 모여 이러한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기 위해 고신 의학부 장학생들을 양성하는 방안으로 별도의 의학대학 발전 법인을 만들었다. 정당하게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 활용하자는 취지다. 물론 여기에 간섭받지 않는 의사들도 있지만 의료계는 건전한 리베이트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모범적 사례로 꼽고 있다.
△ 의학대학 발전재단 출범에 브레이크
과거 복음병원의 수장이었던 이충한 병원장은 의학대학 발전 재단 법인을 발족한 후, 기본자본 조성을 위해 제약회사 및 약품 도매상들에게 약 3억 원 가량 도움을 받았다. 그 기금으로 학교법인에서 독립된 재단 법인을 출범시킬 수 있었다.
발족 당시에는 병원·학교에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리베이트를 모아서 의학 대학 발전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초대 이사장에 이충한 병원장을 선임됐다. 그런데 당시 김국호 고려학원 이사장은 리베이트 자금을 모아서 새로운 법인을 만들었다며 검찰에 정식으로 고발했다. 이로 인해 이충한 병원장은 ‘징계’를 받았다. 억울하게 징계를 당한 이 병원장은 재심을 청구한 끝에 발족 당시 후배 의과대학 학생들의 장학금을 충당해 매 학기마다 10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한 점과 지금은 발전기금 이사장을 고신의대 총동문회장이 맡았다는 점, 동문들이 개별적으로 후원금을 내어 장학 법인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인정받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았다.
의학대학 동문 대부분은 “발전기금 조달 초창기에는 후원금을 내면 고려학원법인이나 병원, 대학 또는 다른 목적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강한 불신이 싹트기 때문에 지원이 안되었지만, 지금은 동문출신들이 지원하는 건전한 재단 법인으로 정착됐다”고 말한다. 검찰 고발 사태 이후 현재 재단 법인은 제약회사나 약품도매상들로부터 일체 리베이트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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