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어학연수원 ‘교비잘못사용’건, 결론 못 내리고 다음이사회로 넘겨
새 병원장에 이상욱 교수 선출
학교법인 고려학원이사회(이사장 신상현 목사)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김성수 총장이 제청한 이상욱 교수(간내과)를 투표 끝에 만장일치로 제7대 복음병원장으로 선출했다. 이상욱 교수는 1957년 생으로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1986년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내과학 교실에 부임한 이래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내과학 교실 주임교수, 부원장 등을 역임해 왔다.
이날 이사회는 앞선 두 차례 병원장 선출과 달리 이상욱 교수의 병원장 선출이 확실시 되었다. 지난 17일 총장과 고려학원 이사들간의 간담회에서 이상욱 교수가 사전 조율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김성수 총장은 지난 1차 후보였던 류현열 교수를 재 제청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지만, 고려학원 이사회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들어 차선책을 요구했다. 이에 김성수 총장이 이상욱 교수를 거론했고, 이사들도 이상욱 교수를 제청하라는 화답을 보내, 이날 이 교수의 병원장 선임은 사전 예상다는 여론이다.
반면, 대학 인사위원회가 올린 김상태 교수(피부과)의 의무부총장, 정태식 교수(치료방사선과)의 대학원장직은 부결됐다.
격론 끝에 총장 문제 결론 못내
이날 병원장 선출문제와 함께 가장 관심을 끌었던 김성수 총장에 대한 후속처리위원회의 보고건에 대해 이사들간의 장시간 격론이 계속되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해, 차기 이사회에 이 문제를 재 논의키로 하고 이사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모 이사는 “감사가 감사해서 이사회가 받았는데 왜 후속처리위원회를 만들어 문제를 삼느냐”고 주장하면서 학교가 어렵기 때문에 은혜롭게 마무리 할 것을 요구했다. 대부분의 이사들도 학교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문제를 크게 문제삼지 않았으면 하는 분위기였지만, 일부 이사들은 “이번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더 큰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서로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처리위원회 보고서 어떤 내용이?
‘감사결과 보고에 따른 후속처리위원회 보고’(위원장 신상현 목사, 위원 박종윤, 오세창, 김종인 이사)에는 총 5가지 내용이 담겨있다. 첫 번≳는 김성수 총장이 매입한 필리핀 어학연수원은 ‘교비를 잘못 사용하였다’는 처리위원회의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은 필리핀 어학연수원 매입시 교비가 사용되었고, 결과적으로 교비가 잘못 사용하였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이사회 결의 없이 해외부동산 매입을 했다는 내용(김성수 총장 스스로 잘못을 시인)과 이에 대해 이사회에 출석케 하여 사과토록하고 문책에 대해서 이사회가 결정하라는 내용이다.
세 번째는 필리핀 어학연수원에 대해 교비로 구입키로 이사회에 안건을 상정케 하여 이사회 결의에 따라 매입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합법적인 절차를 밟으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에 대해 모 이사는 “이사회가 불법을 합법화 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다른 모 이사도 “이 내용은 나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이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크게 우려했다.
네 번째는 필리핀 어학연수원에 대해 토지 및 건물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검토하여 국내에서 고신대, 개금교회, 가야성안교회 대표자 명의로 재산권을 작성하여 공중토록 지시하는 내용과 마지막 다섯 번째는 총장의 1차 재임기간 중 모금한 기부금의 사용내역에 대해 주변에서 많은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에 정기 감사 시 재감사하여 이사회에 보고토록 결의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비 잘못사용’이 담고 있는 의미는?
후속처리위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벌인 ‘교비 잘못사용’이라는 용어가 결국 문제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처리위원들은 ‘교비유용’과 ‘교비 잘못사용’이라는 단어를 놓고 조사보고서에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논란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비둘기파의 주장대로 ‘교비 잘못사용’이라는 단어를 선정했지만 이 단어조차도 법률적으로는 교비유용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교비 잘못사용’이라는 말은 법률적으로 교비 유용(공금은 이용한 부분), 배임(잘못 사용해서 손해를 입힌 사항), 횡령(개인명의로 한 부분은 공금착복으로 간주)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교비’라는 말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만약 이 돈이 처리위원회의 주장대로 ‘교비’라는 법률적 판단이 명확할 때에는 김성수 총장은 사립학교법에 의해 파면이나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수 총장도 21일 이사회에서 “교비가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자신은 이사회 허락 없이 해외재산을 취득한 점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지, 교비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모 이사는 “그러면 교비가 아닌지 여부는 검찰에 고발해서 최종 유권적 해석을 받아내자”고 제의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대학교수평의회측도 모 이사에게 “만약 이 문제에 대해 이사회가 징계처리를 안하면, 우리는 별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코멘트를 한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김성수 총장의 해명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다녀 온 김 총장도 체력에 한계를 느껴 귀국하자마자 탈수증상으로 병원에 잠시 입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필리핀 쪽 부동산 매매 상대가 부동산 매입을 서둘러 이사회의 허락을 받는 시기를 놓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처리위원들에게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교비’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자의로 기부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직원들의 순수한 자의적 기부행위였지 교비는 아니다. ‘교비 잘못사용’에서 ‘교비’라는 단어는 잘못 적용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성래 원장은 왜 안됐나?
지난 17일 김성수 총장과 이사들간의 간담회에서 모 이사는 “왜 조성래 원장은 제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총장은 최근 대학, 병원, 이사들에게 배포됐던 괴문서를 거론, “이런 선거문화 풍토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조 원장이 직원들의 관리, 감독울 못했기 때문”이라고 부적격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장 선출 기간에 정부 권력 특정 기관의 압력을 받았다. 정부기관 인사가 병원장 선출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고, 조 원장의 선택을 유보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성래 원장은 이에 대해 “너무 황당하다”고 말하고 “총장이 안 시키려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능력 평가보다 사소한 감정으로 확인도 안된 문제를 나에게 덮어 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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