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열 교수 부결
고려학원이사회(이사장 신상현 목사)는 지난 22일 61-3회 제4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총 17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이사회는 감사보고를 받고 난 후 가장 큰 관심사인 후임병원장 선출에 들어갔다. 현 조성래 원장의 3년 임기가 다음달(7월) 말일이기 때문에 김성수 총장은 비뇨기과 류현열 교수(전 고신의대 학장)를 이사회에 후보로 제청했다. 이사회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논란을 벌이다가 무기명 비밀투표로 결정하자는데 의견을 모아 투표에 들어갔다. 하지만 투표한 결과 찬성5, 반대5, 기권 1표로 과반수를 넘기지 못해 부결되고 말았다.
▲ 계파정치 부활(?)
이번 류현열 교수의 제청은 사실상 이사장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특정계파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계파갈등으로 인한 후보 낙마라는게 주된 여론으로 알려졌다. 투표가 있기 전부터 이사장이 총장에게 특정인물을 제청할 것을 요구했고, 이 인물이 병원장이 선출되면 과거 병원의 실권을 장악해 왔던 P 명예원장이 다시 병원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소문이 교단 안팎에 파장을 몰고 왔다. 결과적으로 이 소문은 개혁측 인사들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피해는 류 교수에게 돌아갔다.
한편, 신상현 이사장이 법인 이사회를 이끌어야 할 중립적인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이사장 자신이 특정후보(류현열 교수)를 위해 몇몇 이사들에게 전화로 로비를 벌였다는 것도 교단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모 이사는 한탄했다.
이번 병원장 선출을 놓고 이사간들에게는 팽팽히 두 파로 갈라져 있는 결과가 5:5를 잘 반영하고 있다. 보수파와 개혁파의 입김이 이사들에게 강하게 작용했다고 모 이사는 스스로 실토하고 있다.
▲ 이사장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
신상현 이사장은 본보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누구를 뽑으면 병원을 위해 좋겠다는 뜻에서 이사들에게 협력을 요청한 것이지 외압은 절대 아니다“고 말하고 “특정 후보를 거론한 것은 이사장이 타 이사들보다 더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고, 더 기도하고 기관을 위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어서 협조를 부탁한 것은 사실이다“며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이사들에게 협조요청한 사실을 인정했다.
‘결과(부결)적으로 이사장의 권위에 데미지를 입지 않았냐‘라는 질문에는 “누가 선출되던 하나님의 뜻대로 될 것으로 본다. 데미지를 입는다는 말은 넌센스라고 본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차기병원장 선출에 대해서는 “임기가 7월 말이기 때문에 아직 이사회 소집도 고민중에 있다. 병원장은 신앙심도 좋고 인격과 리더쉽 그리고 비전과 병원을 화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현 병원장(조성래)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총장 “총장 제청권은 무용지물”
고신대 김성수 총장은 현 상황에 대해 한마디로 “괴롭다“고 단정적으로 밝히고 있다. 김 총장은 “교단 내에서 이런 저런 주문이 들어와 사실상 총장 제청권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특정계파 인사들의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는 의미도 암시했다. 김 총장은 “누구를 해달라는 부탁도 많지만, 누구는 안된다는 압력도 많다“며 “사람들간의 관계성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고 고백했다.
총장의 제청권은 총장이 자신과 함께 일할 기관장을 고를 수 있는 고유의 권한이고, 고려학원 정관에도 ‘총장의 제청으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이사장이 보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이사회가 총장의 제청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게 다수의 의견이다.
▲ 다음 후보자 누가 될까?
이사회는 다음 일정을 정하지 못한 채 폐회하고 만 고려학원은 다음 제청은 누가 거론될까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성수 총장은 병원장 후보 제청권의 기본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첫째 병원 내 임상교수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교수사회에서 존경과 덕망이 있는 교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다음 차례로 후보들이 거론되는 인사로 열거한다면 신선한 카드는 박성달 교수(흉부학과 주임교수)로 꼽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 스스로 고사한다는 것이다. 그 외 후보로 거론되는 오경승 교수는 고신의대 출신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보직교수 경험도 부족하고 김 총장에게 아직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용환 교수도 기초예방 교수이기 때문에 김 총장이 생각하는 기준에 자격이 미달이라는 것이다. 정태식 교수가 다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선배 조성래 교수가 뜻을 접는다면 의무부총장으로 모시면서 선배가 펼쳐놓은 일들을 계승할 뜻이 있다“는 출마의사를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과거 임시이사 파송 당시 병원 기획실장으로 일하면서 고의적(?) 부도를 냈다는 것이 정 교수한테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교단에서도 이 문제로 인해 정 교수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신은 기획실장을 발령받은지 10일 만에 부도가 났고, 윗 상관인 병원장 이재우 교수와 부원장(조성래 교수)이 최종 결재권자인데 힘이 약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명해 왔다.
현 조성래 원장은 5년 재임기간 동안 월 150억원 실적을 올렸고 병원 내 부채(100억원 상당)를 갚았으며 교단 연금 기채 20억원 상환도 거의 마무리 되는 업적을 올렸다. 하지만 권윤택 전 행정처장의 불미스런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과 다시 3년의 임기를 더하면 최장기 8년을 한다는 것, 모 교수들과 일본에서 술파티를 벌인 사건이 총장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문제는 총장이 제청하지 않는 이상 병원장은 요원하다. 총장에게 동행하는 파트너로 일할 믿음을 줘야하고, 이사회는 정치적 결단보다 병원과 고려학원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해야 한다. 만약 이사회가 계파싸움이나 이사들간의 파워게임을 계속 벌인다면, 병원 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또다시 임시이사 파송의 불씨만 제공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이번 부결로 인해 병원내에서는 직전세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사회가 과거 총장과 이사장 선출에 상당한 시간을 보냈듯이, 이번 병원장 선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여론이 돌면서 교수협의회(회장 이천준 교수)가 주장하는 직선제가 여론의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 총장의 속내는?
김성수 총장은 솔직한 심정을 본지에 알려왔다. 이번 류현열 교수 천거는 직속상관인 이사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총장이 제대로 인물을 천거해야하는데 교단 계파에서 여러 통로로 외압이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여러 관점에서 다각도로 후보 검증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만은 소신있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의사를 밝혀왔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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