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 ‘동성애 합법적 인정해주는 결과’로 강력반발
‘학생인권조례’가 정치권 및 교육계 등 각종 분야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미 경기도에서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서울시민 10만명이 서명하여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이 서울시 의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다. 또한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9월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발표하고, 여러 공청회와 자기 심사의 과정을 거친 후 서울시 의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다.
▲ 학생인권조례, 무엇인가?
학생인권조례는 글자 그대로 ‘학생의 인권에 대한 조례’이다. ‘조례’의 특성상 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제정, 시행하는 것으로 지자체마다 다르게 제정, 시행될 수 있으며, 다른 법률이나 행정명령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다. 모 법률관계자는 “조례의 성격상 지자체마다 조금씩은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체벌과 관련된 ‘신체의 자유’, ‘사상,양심의 자유’ 등 핵심적인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학생인권조례는 갑자기 도둑놈처럼 튀어나온 사안은 아니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려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각종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를 통하여 꾸준히 있어왔다. 2006년에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학생인권법’이라 불리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2009년 교육감 직접선거 이후에는 학생인권을 광역자치단체 조례로서 보장하자는 목소리가 있어왔다. 그리고 실제로 2011년 3월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됐다.
▲ 첨예한 쟁점 조항들이 무엇인가?
학생인권조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생들의 인권이 중요하고 그것은 보장되어야 함을 인정한다. 다만, 몇 가지 조항에 있어서는 첨예한 대립이 있다.
첫 번째는 제7조 1항이다.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견해, 경제적 지위, 병력, 징계, 학업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
특히 이 조항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임신 또는 출산’이다. 교육청 및 진보단체들은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며 임신 또는 출산은 차별받을 수 있는 사유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계 및 보수단체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임신과 출산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조항은 결국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행위와 결과를 조장하는 꼴이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두 번째는 같은 조항에서 초안발표 이후 추가된 ‘성적지향이’라는 부분이다. 즉, 학생은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는 말이다. 이는 이미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안에 수록되어 있는 부분으로서 서울시의 경우 초안에서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가 뒤에 추가되었다.
시교육청 법무팀 관계자는 “동성애 차별금지 조항이 상위법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므로 법적으로 문제없다”면서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실현 가능성과 국민 정서의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참교육어머니전국모임과 바른교육교사연대 등은 “학생들에게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준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내고 있다. 또한 교계에서도 “이 부분은 동성애를 합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강한 반발을 나타내고 있다.
세 번째는 제18조 3항이다. ‘학교의 장이 특정 종교에 관한 교육을 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종교과목을 대체할 수 있는 별도의 과목(대체과목)을 마련하여 학생의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한다.
관련 조항에 대하여 교육기관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종교교육이 대안교육의 하나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원하지 않는 종교교육이 강제되는 경우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교계에서는 “표면적으로는 종교교육을 규제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종교교육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 교육계 단체와 학생들도 대립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대립은 정치권, 교계, 각종 시민단체들 간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 조례안이 시행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교사들과 학생들간에도 대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은 경기도 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의 내용보다 한걸음 더 진전된 학생인권 존중의 내용이 담겨있다. 학생인권조례 정착으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학교 문화가 정착하길 바란다”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보편적 가치를 담은 인권을 조례로서 정하는 것은 법체계상 타당하지 않다. 또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등 상위법과 상충되는 내용이 있어 학교현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조례안이기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찬성이 뒷받침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학교 3학년인 전모양은 “동성애는 인간이 스스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사랑을 느끼는 감정은 자기 마음에 달렸다고 본다”며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다고 해서 그것이 동성애를 조장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중학교 3학년 박모군은 “사회에 아직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많이 있는 상태이고 이를 용인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조항을 두어 학교부터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다른 조항에 대하여 대립되는 의견을 보였으며, 학생인권조례 자체에 대해서 별 관심 없다는 반응도 상당수였다.
▲ 이념문제 및 정치쟁점으로 이용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조례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권은 이를 이념문제로, 정치적 문제로 이용하고 있다.
고신대 기독교육학과 임창호 교수는 “학생들 인권은 교사들의 정신이 헤이해져 있는 것이지 법을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지난 2000년 전에도 선생들은 학생들 가르치기 어렵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만 유별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학생은 미성숙하고 어리기 때문이다. 선생들이 그들을 이해하고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정신적 개혁운동이 오히려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에 법보다는 다른 방법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서머힐의 설립자 A.S.밀은 “문제 있는 교사는 있어도 문제 있는 학생이 있을 수 는 없다”라고 말하였다. 정말 학생들의 인권을 위한다면 무엇을 해야될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김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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