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있다. 미국 이스턴메노나이트대학교의 하워드 제어 교수가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전통적 방법인 사법 제도의 한계를 제시하고, 한 단계 더 성숙된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지난 10일(월) 한국을 방문한 하워드 제어 교수는 “정의가 죄에 대한 응보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처벌의 단계를 넘어 회복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보편적 방식이 죄와 벌이라는 렌즈라면, 회복적 정의는 용서와 화해의 렌즈로 정화하는 겁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한 교회의 아픔을 알게 되고, 그 아픔이 어떤 것인지, 왜 노회 재판부까지 비화되고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그 교회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아픔의 문제로 짚고 싶다(편집자 주)
▲ 말.말.말 vs 맥락, 강단언어 발단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새로 부임한 A목사의 ‘말’이었다. 첫 번째는 목사의 설교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본문과 관계없는 얘기가 많고, 지혜롭지 못한 말들이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설교하는 목사의 실수도 있었다. 세례 요한과 예수님의 제자 요한이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나 있는 상태이다. 부산 남노회 재판국(국장 정성훈 목사)은 6월 21일자 판결로 신학대 교수 4인의 의견을 인용해 A목사의 설교내용은 위법이 아님을 해명하고 기각판결을 내렸다.
두 번째는 교역자 및 구역장 모임에서 나온 ‘말’들이다. 수안교회 B장로는 “목사님이 표정은 부드럽고 온화하신데 말이 굉장히 날카롭다. 상대방의 마음이나 상황을 배려해주지 못하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 목사님의 말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A목사측은 “표현하는데 있어서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고의도 아니었고 폄하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한 말도 아니다. 목사도 사람인 이상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혹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정말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세 번째는 주기철 목사와 손양원 목사에 대한 발언이다. C권사는 “목사님이 말씀 중에 주기철 목사는 이단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또 최근에는 손양원 목사님에 대해서는 그 분이 계셔서 주위 분들을 다 힘들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목사측은 “과거 주기철 목사님이 교단의 신사참배 결정에 불복하여 교단에서 제명되었다가 다시 복권된 일을 이야기한 것이지 그분이 이단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리고 손양원 목사님 같은 경우는 그분의 이름이 너무 뛰어나셔서 그분 동기 목사님들 중에도 뛰어난 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손양원 목사님만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라는 말을 손양원 목사님의 동기목사님 유가족 분들에게 들은 적이 있어서 한 말이었다”라고 밝히며 “단어 하나 하나를 보고 판단하기 보다는 전체 맥락, 줄거리, 의도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 화해의 노력 : 있었다? vs 없었다?
이 사안이 노회 재판국에 가기까지 화해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노회 재판국의 중재안으로 화해예배가 성사되었고 실제로 화해예배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화해예배 성사 과정 속에서 문제는 다시 발생했다.
고소인측은 “화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성의가 없는 화해예배였다. 화해예배 시행날짜도 목사님이 서로 상의 없이 임의로 연기했다. 화해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반면 A목사측은 “화해의 조건 6가지를 수용했고 거기에 3가지를 더 요구해 그것도 수용했다. 화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니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 실질적인 분쟁 이유는 무엇인가?
40대중반의 젊은 목회자가 100년이상 전통의 교회에 새로 부임했다. 정당한 절차에 의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공동의회 청빙절차가 이루어졌고 목회자는 그 교회의 새로운 담임목사가 되었다. 하지만 1년도 안되어 목사위임에 대해 위임목사연기청원이 신청되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D권사는 “목사와 교회의 분위기가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교회측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교회의 평균연령층은 높은 반면 목회자는 젊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과도기 시점이다. 전 원로목사님과 30년이상을 함께한 교회이고 성도들이다. 원로목사와 현직목사가 아무리 현명하게 대처하려고 해도 성도들도 사람인 이상 원로목사와 현직목사를 비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교회와 같이 원로목사와 현직목사의 목회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경우는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다.
▲ 가해자 vs 피해자, 누구?
그럼 지금 이 사건의 피해자는 누구이고 가해자는 누구인가? 여느 사건처럼 고소인이 피해자이고, 피고인이 가해자인가? 아님 피고인이 피해자이고, 고소인이 가해자인가?
고소인측도 목사측도 어느 한쪽이 가해자라고 말하기는 불편하다. 되려 양측은 모두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서로에게 상처 입은 피해자이다. 어쩌면 이 사건의 진정한 가해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악한 사단의 영일 것이다.
▲ 앞으로 대책과 해결방안은 없는가?
고소인측도 목사측도 모두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그 누구보다 이 일로 인해 서로 아파하고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을 연단의 과정으로 여기고 교회를 튼튼하게 세워나가려는 선한 아픔으로 간주하고 있다.
A교회의 아픔이 그 교회만의 문제라고 말할 수 없으며, 비판하고 정죄하고 판단할 일도 아니라고 어느 동료 목회자는 말하고 있다. 표면으로 들어나지 못할 뿐, 한국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좀 더 크게 본다면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신앙공동체 안에서의 교회라는 이름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발생했었고, 발생하고 있으며, 또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워드 제어 교수는 회복적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3R’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존중(Respcet), 책임(Responsibility), 관계(Relationship)가 조화롭게 형성돼야 진정한 화해와 용서, 평화가 구현된다고 한다. 그의 마지막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의도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에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기교회분쟁화해중재원장 양인평 장로(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진정한 회복의 역사는 ‘목사, 장로가 죽어야 주님의 교회가 산다’는 보편적 진리를 깨닫는데 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목사, 장로도 근신, 자복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김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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