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대학 -> 신학과로 축소, 교회음악과 -> 예술대학에 편입
- 기독교색채 갈수록 희미
- 대학본부 “학생모집 안돼, 어쩔수 없는 조치”
1955년 고 김길창 목사가 기독교정신에 입각하여 진리, 봉사, 자유를 교시로 설립한 경성대학교(총장 김대성)가 건학이념(기독교정신)이 무색할 정도로 기독교적 색채가 옅어져 가고 있어 지역교계가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28일 경성대는 2011년도 보직인사를 단행했는데 ‘대학원/학장/부학장’ 인사에 ‘신학대학장’ 인사가 배제됐다. 2010년까지는 신학대학 ‘서리’ 딱지를 달고 있었지만 금년들어 사실상 ‘단과대학’이 ‘일반학과’로 축소된 것이다. 이에앞서 2009년에는 신학대학에 소속되어 있던 교회음악과를 예술대학에 편입시켜 사실상 학과를 폐지시켰고, 2003년에는 신학과 2부(야간)를 폐지시켜 학생들의 큰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경성대학이 ‘기독교정신’이라는 건학이념을 표방하고 있지만 대학에서 건학이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기독교대학이 흔히 실시하는 채플도 경성대에서는 교양선택 과목으로 분류되어 있어 일반학과 학생들이 거의 찾지 않고 있다. 경성대 신학대 모 동문은 “신학과 학생들을 제외하면 그 수업을 듣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웃에 위치한 부산외대의 경우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교양필수 과목인 채플을 들어야 하며, 작년까지 1학점이었지만 2011년부터 2학점으로 늘어나 경성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학본부 “어쩔수 없는 선택”
이런 경성대 행보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오고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교회 집사이자 설립자의 친손자인 김대성 총장이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불신자인 부총장이 사실상 모든 행정을 맡아오고 있고, 상대적으로 신학과가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본부 한 관계자는 “학교측 입장에서는 학생모집이 안되는 신학과를 축소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기독교정신을 건학이념으로 하기 때문에 신학과를 폐지할 수는 없지 않느냐. 하지만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대학마다 2015년까지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힘든 사회환경에서 학생모집이 안되는 학과 축소는 모든 대학의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본부측의 주장대로 현재 경성대 신학과는 과거 주야 각각 40명씩 80명의 정원이 채워졌지만 이후 학생모집이 여의치 않아 2부가 폐지됐고, 주간도 현재는 20명 정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마저도 2학년이 될 경우 남학생의 군 복무와 일부학생들의 편입과 전과로 실제 학년당 10여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학생모집 안되는 이유는
경성대 신학과가 학생모집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신대와 부산장신대와 달리 특정 교단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보수성향의 부산에서 진보적인 색채를 띄고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 학생들을 보내지 않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동문들은 가장 큰 문제로 현 교수회가 학생모집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 동문은 “동문교수가 없기 때문에 경성대 신학과에 대한 큰 애착이 보이지 않는다”며 “과거 교회음악과 교수들도 예술대 교수로 가기 위해 반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본부측에서도 “교수들이 몸부림치고 노력해야 한다. 경성대가 사립대로 경영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학생모집이 안되면 자연스럽게 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밖에 없다”고 학과 스스로 변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해당학과 교수들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다. C 교수의 경우 “학과장이 아니기 때문에 학과장에게 전화해라”고 전했고, 학과장 K 교수도 기자가 찾아뵙겠다고 말하자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거듭된 질문에 “(학과축소 반대에 대해)할 만큼 했다. 수차례 건의했고, 요청했지만 본부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주장했다.
합의내용 지켜지지 않아
경성대 신학과는 그 전신이 학력인정 각종 인가를 받은 부산신학교다. 초교파 신학교 특성을 가지고 발전해오다 1997년 경성대와 통합했다. 당시 부산신학교 전체학생 398명중 308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65명(86%)으로 대학간 통합이 이뤄졌다. 경성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한성학원(당시 이사장 권오현)은 97년 5월 29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경성대학교 내 신학과와 교회음악과를 지닌 단과대학인 신학대학을 신설하여 부산신학교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간다’, ‘금년 연합신학대학원(신학과 및 목회학과)의 신설을 교육부에 신청하기로 한다’고 합의 각서에 서명을 결의했고, 전신인 부산신학교측과 재단과 합의했지만 이 약속을 지켜나가지 못하고 있다.
모 동문관계자는 “대학본부측의 어떠한 대책이 없다면 법적인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학전문대학원 갈까?
합의당시 부산신학교 학장으로 있던 이종석 전 학장은 “학생모집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학과에서 신학과를 살리기 위해 본부측에 신학전문대학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며 “아마 7월경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동문측에서는 “학부가 없는 신학전문대학원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신학전문대학원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을 내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신상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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