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계인사 부당개입에 시민단체 반발, 조기 정상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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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학원 산하 4개학교 학부모들이 교육감 관저에서 시위하고 있다. |
혼란스런 정선학원
학교 부도 이후 10여년 동안 학내 혼란 끝에 최근에야 정상화된 기독교 명문사학 ‘정선학원(구 브니엘학원)’이 또다시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어 부산지역 기독교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학교 정상화의 키를 쥐고 있는 관할 부산시교육청이 단순히 설립자와 현이사회간 다툼이 여전하다는 이유로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면서 정상화 결정권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떠넘겼다. 여기에다 부산지역의 일부 기독교 인사들이 브니엘학교 정상화 과정에 개입하는 바람에 자칫 분쟁이 장기 표류할 것으로 보여 학부모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정선학원(구 브니엘학원) 설립자인 박성기 목사 측이 정근 현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 결의 부존재 및 무효확인 소송‘으로 현 이사진이 무효화됨에 따라 지난 3월 15일 정근 현 이사진과 설립자 추천 이사진을 사학분쟁조정위에 복수 추천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3월 17일 오전 전체회의를 갖고, ‘정선학원 정상화’ 건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앞으로 제1분과위에서 다루기로 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정선학원 정상화 방안’의 사분위 제출과 관련, “정선학원은 지난 2월 28일로 재단 이사회가 존재하지 않게 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정식 이사회 재구성을 요구했고, 임시 이사는 파견하지 않으나 양쪽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중립적 입장에서 현 재단 이사진과 설립자 추천 이사진을 복수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선학원 현 이사장측은 “수백억 원의 부채와 공금유용 비리로 정상 운영이 어려운 옛 재단에 부산시교육청이 임시 이사를 파견했고 설립자가 경영 포기 각서를 제출하고 정식이사를 선임한 과정 역시 교육청이 감독하고 승인한 사항“이라며 “부산시교육청에서 승인한 정식이사를 통해 운영권을 넘겨받아 5년간 학교를 정상화시켜 놨더니, 공로 인정은커녕 ‘중립적 입장‘ 운운하며 부산시교육청은 철저히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현 이사장측은 “정선학원 사례와 같은 경기도 안양 소재 학교법인 원천학원(옛 신성학원) 사태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부산시교육청과는 다르게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당시 이사진만 단수 추천했고, 2008년 9월 사학분쟁조정위 심의 후 이들 이사진이 정식이사로 선임됐다”며 현 이사회의 경영권 조기 복귀를 촉구했다.
반면 설립자 박성기 목사의 아들인 박홍석 동아대 교수는 “판결의 의미는 이사 선임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라며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하며 “현 이사진쪽이 설립자를 비리재단으로 몰아붙이는데 당시 IMF로 인한 건설사 부도가 학교 어려움의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교계인사들의 개입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독교 인사들이 개입하면서 학교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산의 대표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조영호 목사)와 설립자의 장남이자 구군연합회 대표 박홍석 목사(사상교회)는 지난 3월 초순 부산시교육청에서 임혜경 교육감을 만나 학교 정상화 과정에 설립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호 목사는 과거 설립자인 박성기 목사의 배려로 브니엘학교에 6년간 교사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정선학원 산하 4개 학교 학부모 대표들은 부기총 대표회장 조영호 목사 시무 소명교회를 찾아가 1인 시위를 하는등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학부모 대표들은 “민감한 시기에 기독교단체의 대표자가 현직 교회 목사인 설립자측의 큰 아들과 함께 교육감을 만난 것 자체가 일방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앞으로 더 이상 브니엘학교 일에 관여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영호 목사는 “더 이상 브니엘학교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임혜경 교육감, “설립자측의 학교 부도는 IMF 때문“
한편, 이번 사태의 핵심 열쇄를 쥐고 있는 부산시교육청 임혜경 교육감은 지난 19일 브니엘고 시청각실에서 브니엘 4개 학교 학부모 대표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4개 학교 학부모들은 “현 재단이 학교 운영을 잘하고 있으니, 하루빨리 현 재단 이사진으로 학교를 정상화해 달라”며 이 같은 학부모들의 입장을 학교 정상화를 다루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임혜경 교육감은 “오늘 학부모들의 입장은 사분위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전달하겠다. 설립자측의 학교 부도는 IMF 때문이다. 앞으로 설립자측에서도 학부모 대표자들을 모아 의견 개진을 요구해오면 교육청은 만날 생각”이라며 이날 학부모 대표들을 현 재단에서 동원한 것으로 오해하는 듯한 말을 했다. 이날 참석한 모 학부모는 “당초 이날 교육감과의 간담회는 임혜경 교육감이 먼저 제안했고, 임 교육감이 4개 학교 학교장을 통해 각 학교별로 5명씩의 학부모 대표를 선발해 줄 것을 요청해놓고 이제 와서 현 재단의 학부모 동원설은 학부모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기 정상화 시급하다
정선학원 임현백 교목은 “정선학원은 정근 현 이사장 취임 이후 교내 시설을 기독교계에 개방해 현재 큰터교회(담임목사 문창욱), 늘푸른교회(담임목사 송필오)가 매주 일요일 브니엘학교 대강당과 시청각실에서 주일 예배를 보고 있다. 학교 재단에서도 지난 2006년 9월 브니엘예술고에 ‘브니엘열린교회’(운영목사 임현백 브니엘여고 교목)를 설립, 6년째 주일마다 교사, 기숙사 학생 60여명이 예배를 보며 하나님을 섬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목사는 “각 학교별로 1명씩 총 4명의 교목을 두어 평소 기독교 건학이념을 실천하고 매년 세례를 받는 학생수가 급증하는 등 기독교계에서도 건학이념에 충실한 학교“라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부산지역 기독교계 인사들은 이에 대해 “정선학원은 최근 몇 년 동안 기독교학교로서의 건학이념을 매우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부산지역 기독교의 명문사학으로 교회나 부산지역 모두의 자산”이라며 일부 기독교계 인사들의 빗나간 행보를 비판하고, “부산시교육청이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학교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조기 정상화를 주문했다.
신상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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