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학교 신규 교원초빙(교회음악과)을 둘러싸고 총장과 해당학과간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지난 10일 고려학원 이사회(이사장 김국호 장로)가 이 문제를 결론짓지 못하고 결국 고신총회가 끝나는 10월 8일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사회가 세 차례나 문제를 결론짓지 못하고 시간끌기를 하고 있어 학사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고, 교단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각종 성명서전 공방
지난 7월 26일 예술대학 음악과 총동창회(회장 김영도) 명의의 성명서가 발표된 후 이 문제가 교단 안팎에 알려지면서 최근까지 각 단체의 성명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현재까지 성명서를 발표한 단체들은 ‘예술대학 음악과 총동창회‘를 비롯하여, 음악과 총동창회 성명서를 반박하는 ‘고신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 임용에 관한 입장 및 성명서를 읽고‘라는 교회음악과 동문 최상재씨 성명서, 의대교수협의회(회장 이천준 교수)의 ‘총장의 권위는 세워져야 한다‘는 성명서와 영도 교수평의회(의장 김상윤 교수)의 ‘교회음악과 교수초빙에 대한 고신대학교 교수평의회 입장 표명‘, 고신대 교무위원들의 성명서, 고신대학교 총동문회 성명서, 예술대 학생회 성명서등 총 7개 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사회 또 정치싸움(?)
고려학원 이사회가 교회음악과 신규 교원 임용 문제를 처음 다룬 것은 8월 20일이다. 김성수 총장의 입장을 청취했지만 일부 이사들이 교회음악과 입장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이사회를 정회하고 23일 교회음악과 학과장의 입장을 청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학과장 김영미 교수가 병원에 입원해 안민 교수가 이사회에서 학과의 입장을 밝혔고, 성명서를 발표한 교회음악과 총동문회 회장 김영도씨와 총동문회 성명서를 반박한 최상재씨가 이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들의 입장을 청취했음에도 결과를 내지 못하고 9월10일 이사회에서 다시 다루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10일 이사회는 잠정적으로 “유보나 보류는 하지 않고, (신규교원임용이)‘된다’, ‘안된다‘ 쪽으로 무조건 결론을 낸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아무런 결정을 짓지 못하고 총회가 끝나는 10월8일 이사회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김성수 총장은 “되든, 안되든 어떻게해서 결론을 내려줘야 학사운영을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고, 지켜보던 기관 산하 단체들도 이사회를 향해 “무책임하고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성토했다.
이사회에 앞서 비교적 중립적 성명서를 발표한 고신대학 총동문회가 “교수채용이 적법하다면 대학의 발전과 학과의 발전을 위해 결정을 해 주셔야지, 총장 지지편과 반대편으로 나뉘어 계속 결정을 못하고 미루고만 있다면 누가 이사회가 잘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겠습니까?“라고 발표했듯, 기관 산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현재 이사회가 총장파와 반 총장파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사장이 최대 수혜자(?)
한편, 이번 문제로 김국호 이사장이 가장 큰 이득을 얻고 있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다. 모 학원 관계자는 “지금쯤 이사장 문제로 이사들이 논쟁을 펼쳐야 정상인데, 이사장 문제가 교회음악과 신규 교원 채용 문제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이사회 전부터 이같은 소문 때문에 교회음악과 문제가 유보나 보류, 혹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낳았고, 결국 소문대로 총회 이후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될 예정이다. 하지만 김국호 이사장은 “그같은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고, 이사장 나름대로 총장과 안민 교수를 만나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오해를 받을 소지는 있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평의회 회의 형평성 문제 제기
최근 영도교수평의회가 이번 교회음악과 문제와 관련하여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회원 74명중 33명이 참가(위임 17명)하여 어느때보다 관심이 높았다는 평가다. 이날 교수평의회는 ‘교회음악과 교수초빙에 대한 고신대학교 교수평의회 입장 표명‘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이 내용중 ‘금번 인사가 유보 될 수 있기를 바라며‘라는 내용을 두고 교수들의 투표를 벌여 18대 10으로 이 문구를 넣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같은 회원인 교무위원(부총장, 기획실장, 교무처장)을 투표에서 배제시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평의회 의장 김상윤 교수는 “모 교수가 교무위원들은 투표에서 배제시켜야 되는것 아니냐는 발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의견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있어 교무위원 스스로 판단에 맡겼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평의회 총무 유신일 교수(중국어과)도 “억지로 내보낸 것은 아니다. 교무위원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교무위원이며 전 평의회 의장인 이상규 교수는 “당사자들이라고 배제시켜야 한다는 발언 자체가 제기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회원을 투표에서 배제시킨 것인데 한마디로 불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또 다른 모 교수는 “당사자라며 교무위원 배제를 언급하면서 교회음악과 교수는 왜 그냥 두었는지 궁금하다“며 이번 선거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김상윤 교수는 “교무위원들을 그냥 두었거나, 아니면 교회음악과 교수를 같이 배제하였어도 투표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상규 교수는 “평의회라는 곳이 야당성격이 강한 곳이다. 투표결과가 18대 10이라는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랬다. 많이 나오면 2-3표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10표나 나왔다는 것은 다수의 교수님들이 총장님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총장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김성수 총장은 지난 10일 이사회가 결정을 또 연기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총장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자리에만 앉아 있었다. 김 총장 측근은 “총장님의 충격이 매우 컸던것 같다“며 평소같지 않은 모습을 걱정했다. 대학 모 교수는 “과연 이런 상황에서 총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이정도 인사문제 하나 처리 못하는 대학 총장이 과연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과연 누가 고신대 총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쓴소리를 뱉어냈다. 다른 모 교수는 “학과입장도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문제로 앞으로 더 큰 갈등을 빚을까 걱정된다“며 학교안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전했다.
김 총장 “대학을 위한 결정을 해 달라“
10일 이사회가 열리던 날 김성수 총장은 재단사무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대학을 개혁해야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 총장은 “단적인 예로 지난 한국기독신문에 안민 교수가 교회음악과 입시사정에 대해 설명하며, 학생유치를 위해 예술고등학교 선생이 학생을 입학시켜주는 전제로 시간강사 자리를 요구하면 들어주어야 한다는 말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학생은 훌륭한 교수를 보고 찾아와야 한다. 언제까지 그런 관행속에서 대학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런 관행 때문에 지금 교회음악과 시간강사가 104명이다. 대학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시간강사가 많이 필요한것이 아니라 실력있는 교수 한명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왜 모르느냐“고 말했다. 김 총장은 기자들에게 “이사회의 결정이 중요하다. 무엇이 대학을 발전시키고, 무엇이 대학을 위하는 길인지 이사님 스스로가 잘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신상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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