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작통권 환수 반대, 한·미동맹 주제로
7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위한 비상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 박종순 목사)와 재향군인회등 보수단체가 공동으로 주최를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교계 지도자뿐 아니라 박세직 재향군인회장, 김성은·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 등 전직 군 수뇌부 인사들과 서경석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와 재향군인회등 200여 개 보수단체가 대거 참석했다.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상득 국회부의장, 강재섭 대표, 전여옥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인사와 국회의원 20여명이 자리를 함께해 기도회보다는 정치 집회에 무게가 더 실린 행사였다.
행사 1부는 구국기도회를 열고, 2부에서 국민대회를 열었지만, 집회가 열리기 전에 일부 참석자는 인공기 2개를 찢고 불태워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서울광장 곳곳에는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목표는 한미연합사 해체다’, ‘전시작전통제권 유보하고 한미동맹 강화하자’등의 플래카드와 함께 ‘전시작전권 단독행사 즉각 중지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애드벌룬이 띄워졌다.
▲1200만 기독인이 하나로 뭉쳐야...
이날 1부 기도회 행사에서 박종순 목사는 “오늘 행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그 동안 하나님을 배반한 역사와 선교를 짓밟은 나라치고 번영한 나라가 없었다”며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안영로 목사(사학수호국민운동본부 본부장)는 기도에서 “지금은 비상시국”이라고 선포하면서 “개정된 사학법으로 국가의 백년대계가 흔들리고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 때 전시작통권 문제로 한·미동맹이 붕괴되고 국가 안보가 위태롭게 됐다”고 절규했다. 이어 피영민 목사(한기총 남북위원장), 이수영 목사(사수본 집행위원장), 이한석 목사(한기총 부회장)등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반대 △사립학교법의 재개정 △한·미동맹 강화를 주제로 한 기도가 이어졌다.
이어 예배에서 ‘에서가 오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길자연 목사(한기총 명예회장)는 에서와 야곱의 예를 들면서 “에서는 시한폭탄과 같은 사람이었다”고 전하면서 “이 시대에 에서와 같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이 많다”면서 “김정일의 북한 핵 문제가 에서고 바다이야기와 같은 퇴폐 문화가 에서”라고 비유했다. 이어 길 목사는 “현재 우리나라는 에서를 막을 수 없고 오직 1200만 기독교인만이 에서를 막을 수 있다”면서 “기독인들이 힘을 하나로 뭉칠 것”을 주문했다.
2부 국민대회에는 김득연 장로(한기총 공동회장)의 사회로 조용기 회장(한국사학법인연합회)이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라’는 제목으로, 장준익 중장이 ‘작통권 논의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강연과 김성은 중장(전 국방부장관)이 ‘노병의 대국민호소’라는 제목으로 시국 강연을 했다.
▲보수단체들의 돌발행동 이어져
한기총은 그동안 시청 앞 기도회를 개최하며 재향군인회등 보수 단체들과 공동으로 주최한 적이 없고, 한 두 번 정도 보수 단체들과 함께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를 했지만, 당시에는 한기총이 주최를 하고 이들은 연대의 의미로 참석하는 정도였다.
한기총은 그동안 구국기도회를 가장한 정치 집회를 열어왔지만, 보수단체들과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과의 거리를 둔 것은 극우 보수라는 이미지가 싫어서였다. 한기총 인사들은 “우리는 보수 단체과 다르다”고 표명하면서 보수단체가 집회 도중 인공기 소각등의 돌발적인 사건을 많이 일으켜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둬왔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도 어김없이 보수단체들의 돌발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행사전부터 인공기를 불태우는가 하면, 재향군인회 시도 회장 11명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논의에 항의하기 위해 삭발식을 강행하고 거리행진을 주도했다. 이에 한기총 최희범 총무는 “이날 진행된 삭발식이나 거리행진은 전혀 한기총과 상의되거나 합의되지 않았던 행사들”이라며 “한기총으로서는 섭섭하지만 특별히 문제를 지적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중 1부 기도회가 1시간 가량 진행되자 재향군인회 회원들과 보수단체 참석자들 중 일부가 “기도를 빨리 끝내라”고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는등 돌출행동이 잦아 일부 기독교계 참석자들은 “기도회 의미가 퇴색됐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희범 총무는 “비기독교인의 참여도 허용했기 때문에 기도회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며 “대신 재향군인회 주축으로 진행된 2부 국민대회는 한기총의 요청으로 강경한 시위방식을 유보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총무는 “한기총은 당초 집회를 사립학교법 재개정에만 초점을 맞추려 했으나, 작통권 문제등 시국에 대한 입장도 함께 표명하기로 함에 따라 재향군인회와 협력했던 것”이라며 “한기총은 사학법, 재향군인회는 작통권에 각각 전문성이 있기에 재향군인회의 협력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한기총 주최로 알려진 행사에서 강경한 방식들이 노출된 데 대해 기독교계가 추후 재고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명혁 목사(강변교회)는 “한국교회가 평양대부흥운동 1백주년을 맞아 제3의 부흥을 갈망하고 있는 이때에 정치성을 최대한 배제해야 할 필요성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