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지난 달 26일 ‘사형제 폐지’ 반대 의사 밝혀 KNCC, 예장 통합↔한기총과 반대 입장 대응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최성규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백도웅 목사)가 사형제도에 대한 각각 다른 입장을 보여 교계에 새로운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한기총(대표회장 최성규 목사)은 사형제도의 존속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는 반면, KNCC(총무 백도웅 목사)와 예장 통합측은 반대의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한기총은 지난 26일 최성규 대표회장과 이종윤 신학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내어 내달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인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에 대한 반대의사와 함께 성경적 가치관에 비춰볼 때 사형제도는 존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기총은 성명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이 고의로 다른 사람을 죽인 경우에는 사형이 시행되도록 하나님께서 의도하시고 명령하셨다는 것을 믿는다”면서 “하나님의 법에 비추어 볼 때, 엄격히 규정된 법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에게 그 죄를 합당한 벌을 주는 것은 국가 질서를 유지키시는 일에 필요하고, 재소 기간 중 교화되고 죽음 앞에서 종교로 귀의하여 내세에 대한 소망을 갖고 진정한 회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며, 그가 범한 죄에 상응하는 벌의 일부나마 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형제도는 존치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의 이러한 입장은 사형제 폐지를 일관하게 주장해 온 교계의 입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형제도 자체를 ‘하나님이 의도하시고 명령하셨다’고 보는 다소 충격적인 입장을 제시함으로써 앞으로 이와 관련한 신학논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예상되는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한기총도 이날 성명에서 “재판관의 불완전성과 사형제도의 오용이나 남용은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므로 이를 위해 입법부에서 사형에 대한 절차상 안정장치를 법제화시키고 사법부와 정부가 오심에 의한 억울한 사형을 막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종윤 목사(신학연구위위원장)는 기조연설에서 “하나님의 의지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보다 우선하는 것이 성경의 가치관이다“라고 전제하고 “획일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사형제도 폐기는 반드시 죽어야 할 죄에 대해 ‘반드시 죽으리라’ 선언하신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거역이다”며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살인과는 다른 것으로 사형폐지론은 성경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예장 통합 “사형제도 존속 찬성 입장은 시민들의 활동에 찬 물을 끼얹는 행위”
한편 예장 통합(총회장 김태범 목사)는 한기총의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 반대의사에 대해 KNCC가 즉각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예장 통합 인권위원회(위원장 김상해 목사)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한기총의 사형제도 존속 찬성 입장은 그동안 일관되게 사형제도 폐지운동을 벌여온 기독교를 포함한 범종교인 및 시민들의 활동에 찬 물을 끼얹는 행위이며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제안했다.
통합인권위는 이 성명에서 한기총의 사형폐지찬성 입장에 대해 “결코 한국 교회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성명서에서 제시된 성경적 신학적 논거들이 지극히 자의적”이라며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사형제도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며,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성 및 생존권 등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인권위는 이밖에도 신앙의 토대인 초대교회의 전통과 초대교부들의 입장 역시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점과 국민의 과반수가 사형제도는 존치해야 한다는 법이 감정위에 있다고 할지라도 교회는 세상을 선도하는 예언자적인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점등을 들어 한기총의 입장을 반박했다.
한기총 문효식 교수 vs KNCC 정종훈 교수 CBS저널에서 서로의 입장공개
한편 지난 8월31일 ‘사형제 폐지 논란’을 주제로 CBS저널 토론회를 가졌고 주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제시했다.
KNCC에서는 정종훈 교수(연세대 교목)가 한기총에서는 문효식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가 참석하여 1시간에 걸친 토론에서 양쪽은 사형제 존폐 여부에 대한 성경적인 근거를 대는 한편, 상대방이 제시한 주장의 논리에 허점을 지적하였다.
먼저 정 교수는 “하나님께서 주신 인간생명의 고귀함과 존엄성을 단연 지켜야하고, 사형의 오판과 오용의 가능성도 있으며, 최종 판단은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는등의 이유를 들며 사형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문 교수는 “사형제 폐지여부는 성경에 근거해서 논의해야 하며, 사람에 의한 오판등 실제적인 문제를 가지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강력히 반발하였다.
또 사형제 폐지 논의는 인권이라는 인간중심의 시각과 성경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성경중심의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교수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만약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해 사형제를 찬성한다면, 아이를 유괴하거나 부모를 구타하는 사람도 죽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문 교수는 “사형제가 없었다면, 흉악한 범죄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며 “사형제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 반면, 정 교수는 “사형제를 폐지했다고 해서 흉악범이 늘어난 통계는 찾아볼 수 없다”며 “오히려 사형제를 인간의 위기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의 “사형제도 폐지”반대의 주장에 대해 교단과 교계로부터 많은 의견이 대립될 것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총신대 정일웅 교수는 “사형제 폐지는 범행자의 인권에만 치중한 나머지 피해자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를 간과한 감상주의”라며 “원수를 사랑하라고 한 예수의 말씀은 개인윤리적 차원에서 적용돼야 하는 것으로 이것이 공법집행에 적용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사형제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애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두 과제를 충족시키는 하나님이 제시한 올바른 해답”이라고 역설했다.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는 “우리나라에서의 사형제 폐지 주장은 과거 부패한 정권이 사형제도를 오용한데 따른 강한 반감에도 원인이 있다”며 “하나님의 의도가 잘못된 정권이나 세력자들에 의해서 다시 오용되지 않도록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화여대 이은애 교수는 “구약성경의 법은 인간존중사상을 전제로 하는 가운데 끊임없는 복수의 고리로부터 개인의 생명과 공동체의 삶을 보호하려는 질서유지적 의도가 명백하다”며 “사형법과 사형제도의 존재 자체보다는 그 본래적 의미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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