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빛낸 일신여학교 출신 기독 여성 - 박순천 여사(1898~1983) 헌정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여성 당수, 5선 의원으로 활동 농촌계몽운동가, 교육자, 여성운동가, 언론인등 다방면에서 활동
지난해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당대표로 선출 됐을 때, 언론에서는 이는 66년 박순천 민중당 대표 이후 38년 만에 여성 야당 정치인 대표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박순천 의원은 얼마전 한국일보가 광복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의 인물’이라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인사에 7.7%를 얻어 박근혜 대표와 육영수 여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아직도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으며, 최초의 여성 야당 당수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는 박순천 의원은 부산이 배출한 인물이자, 일신여학교(현 동래여고) 출신 기독여성이다.
박순천 의원은 경남 동래군 기장면 대변리에서 아버지 박재형과 어머니 김춘열의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본관은 밀양이며, 본명은 명련이다. 무남독녀로 자라난 그녀의 소녀시절은 그 누구보다도 다복했으며 열살 때에 기독교에 입교했다.
어릴 때는 남장을 하고 서당에 다녔는데, 이후 부산의 일신여학교에 입학하여 보통과와 고등과를 마쳤다. 학교를 졸업한 후 마산의 의신여학교 교사로 부임하였으나, 1919년 3·1 운동 때 마산시위를 이끌다 체포되어 투옥되었다. 도피생활 중에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순천으로 시집갔다 소박맞고 왔다‘ 하여 순천댁이 되었는데, 이후 이름을 박순천으로 고쳤다.
그 후 형사들의 감시를 피해 일본으로 건너가 요시오카 여자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유학비 송금 사실이 탄로나 체포되어 마산의 감옥에서 1년 4개월을 복역하였다.
박순천은 출감 후 다시 동경으로 건너가 니혼(日本)여자대학 사회학부에 편입하여 3학년재학 중 변희용과 결혼하였다. 졸업 후 경남 고령의 시댁에서 1938년까지 13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했다. 이때 농번기에는 탁아소를, 농한기에는 야학을 열어 아이들과 부인들에게 한글과 수학을 가르치는등 농촌 계몽활동을 벌였다. 그 사이 슬하에 7남매를 두었다.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강요하자, 박순천은 서울로 올라가 황신덕과 함께 현 중앙여고의 전신인 경성가정여숙의 설립을 추진하고, 37명의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조국이 해방되자 박순천은 여성도 건국 독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여성단체를 결성하였는데, 처음에는 독립촉성애국부인회라 하였다가 정부가 수립되던 해인 1948년에 대한부인회로 개명하였다. 박순천은 초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6년간 재임하였다. 또 여성운동을 효과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의견을 발표할 수 있는 신문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부인신문‘을 창간하여 신문사의 사장을 겸임하기도 했다.
정계 입문을 시도한 것은 1948년부터였지만, 처음 국회의원이 된 것은 1950년 2대 국회의원 선거에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여 당선되면서였다. 3대 선거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낙선하였으나, 4·5대 선거에서는 민주당적으로 부산 동구에서 당선되었으며, 제6대는 민주당적으로 서울 마포에서 당선되었다. 1950~60년대 여성의 힘이 크지 않던 시기에 지역구 기반도 없는 서울 부산을 오르내리며 4선 의원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하나의 기적이었다고 할 만하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박순천이 힘을 기울인 분야는 크게 두 방향이었다. 하나는 독재권력에 맞서 싸운 민주화 투쟁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한 입법활동이었다. 여성노동자에게 생리일 유급휴가와 산전 산후 60일 유급휴가를 허용하는 모성보호법을 통과시키고, 간통쌍벌죄를 주장하여 이를 법제화 하는데 성공했다. 남녀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11조의 정신에 한 발짝 다가서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1955년에는 야당인 민주당 창당에 참여하여 최고위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군사혁명기간 동안 박순천은 정쟁법에 묶여 2년간 정치활동을 할 수가 없었으며, 1962년 말 정쟁법에서 풀려나 민주당 재건작업에 착수하여 창당준비대회 대표위원으로 활약하였고, 1963년 7월에 있었던 창당대회에서 민주당 총재로 선출되었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통야당의 여성 당수가 된 것이다. 그러나 5·16 이후 재야정당이 난립하여 1963년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야당이 참패하였다. 1964년 박정희 정권이 한일굴욕외교를 추진하자, 그 저지를 위해 민주당은 제1야당인 민정당과 합당하고 이름을 민중당으로 바꿨다. 그리고 민중당 창당대회에서 박순천은 다시 총재가 되어 명실상부한 통합야당의 당수가 되었다. 그러나 당내 의견대립으로 윤보선계가 신한당을 조직하여 탈당함으로써 민중당은 합당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분당되었다.
그러나 1967년 제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박정희에 맞설 대통령 후보 단일화 작업을 추진하여 민중당과 신한당이 4자회담을 통해 합당을 의논하고, 윤보선을 대통령 후보로, 유진오를 당수로 하는 신민당이 생겨났다. 민중당의 대표이면서도 합당 과정에서 완전히 소외되었던 박순천은 당 일선에서 물러나 신민당의 고문이 되었다. 그리고 1967년의 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신민당 전국구 의원이 되어, 우리나라 헌정 사상 전무한 여성 5선의원이 되었다. 1971년 국회의원 임기만료를 끝으로 정계를 은퇴함으로써 20여년의 정치인생을 마감하였다.
정계은퇴 이후에도 박순천에게는 여러 직함이 따라 다녔다. 1972년 근명학원 이사장과 중앙여고 이사등에 취임하였다. 1976년에는 육영수 여사 추모사업회 이사장, 1980년 국정자문위원에 임명되었으며, 1982년 독립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이 되었다. 그러다 1983년 86세를 일기로 사망하였다.
다사다난했던 시기에 여성의 몸으로서 가정 일과 정치활동을 병행했던 박순천. 그녀는 농촌계몽운동가, 교육자, 여성운동가, 언론인등으로 활동한 슈퍼우먼이었다. 박순천 의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박 의원이 우리나라의 근대사에 큰 영향력을 미친 여성이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손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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