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정주채식 개혁론을 읽고
기독교보 3월 12일자(692호)에 실린 정 주채목사(이하 귀하)의 글을 읽고 학교법인과 교단의 정체성 위기 앞에서 매일 기도하고 있는 교단 소속의 한 사람의 목사로서 이 글을 기고합니다. 필자는 저 자신부터 죄인임을 고백하며 이 모든 사태에 대하여 공적으로 회개합니다. 또한 이 글은 논쟁을 위한 시비걸기로서의 답글이 아니라 대화의 장을 열고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 입니다. 일찍 이 글을 썼지만 다른 분이 글로서 반응을 할 줄로 믿고 기다리다가 더 숙고하고 나서 이제사 발표를 하게된 속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랍니다. 아울러 앞으로 언제든지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귀하와 대화하고 토론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밝힙니다.
먼저 교단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부흥의 길을 장문으로 제시한데 대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순수한 신앙을 지키려는 중심을 가진 점 또한 목회자로서 아름다워 보입니다. 더우기 귀하는 교단의 차세대 지도자로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여러가지로 중요한 직책을 맡아 많은 수고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귀하의 글이나 말이나 행동은 어떠한 모습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한마디로 교단내 전 교회의 단합과 화합이 절실한 민감한 시기에 촛점을 흐리게 할 수 있는 귀하의 기고문을 읽으며 더 큰 위기(중복 위기감)를 느끼게 됩니다.
귀하는 ‘뚜렷한 대책이나 비젼이 없이 표류하고 있는‘ 답답한 교단의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제까지 교단의 지도자들을 성토하고 몰아세우기만 계속 할 겁니까? 귀하는 지도자로서 책임을 지고 대책과 비젼을 제시해야 할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물론 기고문도 그러한 일종의 시도라고 하겠지만 그와 같은 말 잔치만으로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더욱이 언급한 ‘무관심과 무력감‘의 원인(제공)자로서 귀책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귀하를 비롯한 일단의 무리가 수 년 전 부터 감사원 및 교육인적자원부 유도감사, 투서감사를 시발로 파상적인 소위 교단 흔들기 내지 교단 허물기 운동(?)을 직간접으로 해오지 않았는지요? 전국교회와 성도들의 합심과 화합이 요청되는 때, 더 이상 분열과 무관심, 방치와 무질서로 전염시키지 말길 부탁드립니다. 바깥에서의 ‘고신은 결국 침몰하고 말 것인가?‘ 라는 의문과 우려의 눈을 언급했는데 직설적으로 묻겠습니다. 어떻게 고신이 침몰할 수 있다고 봅니까?
귀하는 3대 과제를 제시 하였습니다. 좋은 의견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도덕성 회복 중 소유권 포기를 강요하는 듯한 견해에 동의 할 수 없습니다. 학교 법인의 재산이 귀하와 필자, 그리고 교단교회에 어떠한 개인적이며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 적이 없었고 그것을 기대하고 지원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개혁주의 신앙 인격과 실력을 갖춘 지도자들을 키우고 배출하기 위해 이 기관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먼저 재단법인 특별히 학교 법인의 재산은 사유재산이 아닙니다. 사회 공익 재산이기 때문에 임의 처분할 수 없습니다. 둘째 아무 문제가 없는 가운데 소유권을 포기하고 헌납 또는 기증할 때 값지고 귀감이 되지만 부도가 나서 문제가 발생하여 해결이 어려우니까 떠넘기식 소유권 포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하나님 영광만 가리는 도피주의적 책임회피이며 더 없는 치욕이며 파산입니다. 교단에 소속한 모든 성도들에게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육적 면에서도 전혀 바른 교훈을 주지 못하고 역사에 길이 남을 치욕적인 처사라 여겨집니다. 세째로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것을 두고 이권 사업을 한다고 보는 귀하의 눈은 교정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교회가 유치원도 선교원도 기도원도 장학회도 운영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필자도 교회가 상업적 이익 사업에 관여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익사업-학교, 병원, 양로원, 고아원, 장학회 등을 경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지한 역사적 성찰과 계시의존적 사색과 토론이 필요하므로 공청회와 토론회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소유권 포기를 결단할 때 교단이 영성과 도덕성 회복의 대로가 열릴 것‘이라는 귀하의 주장속엔 사려 깊지 못한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위기를 만났을 때 하나님 앞에 문제를 내어놓고 최선을 다해 해결해 나가려 하지 않고 역사의식 마저 없는 포기주의로 일관한다면 그것 또한 우리 교단의 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귀하는 현 사태를 몰고온 교단내 정치세력간의 첨예한 분쟁(이사회안에서 조차 재현되었던 부끄러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지도 않고 종식을 촉구하지도 않는 점이 특이하게 보입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분쟁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귀하의 해법대로 한다면1997년말 IMF 위기를 만난 우리 조국을 무능한 지도자를 탓하며 국가경영을 잘하는 다른 나라(와 지도자)에 송두리채 떠넘길 수도 있다는 위험한 생각을 해보니 소름이 끼칩니다.
‘교회가 어떤 경우라도 이권기관을 운영할 수 없다는 원칙‘ 은 어디에서 근거하고 있습니까? 귀하가 말하는 방식으로 소유권을 포기한다면 우리 국가와 사회에서 이 학교 법인이 존재하는 한 두고두고 교단은 치욕의 역사의 멍에를 지고 전도와 선교의 문이 닫혀지는 교회가 되고 말 것이며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그로말미암아 교인들에게는 교단 교회가 권위를 상실하는 상징적 역사로 남을 것 입니다. 더우기 이와 같은 포기는 집단이기주의와 하나님과 맘몬신(재물) 겸하여 섬기기에 빠져있는 법인산하 수천명의 영혼들(가족들 포함)에 대한 복음적 치유를 포기하는 직무유기인 것입니다. 귀하는 수 억대의 모 장학회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 하면서 교단 지도자들의 수 천 억대의 학교법인 재산을 잘 관리하려는 노력을 평가절하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경건회복에서 몇몇 교회의 일을 두고 많은 교회의 일로 과대포장하는 것은 하나님의 교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며 이적행위임을 두렵게 여기시길 바랍니다. 십 수 년 전 귀하는 공식 석상에서 총회 총대권을 반납하겠다고 발언한 일을 기억할 겁니다. 그 이유가 무억이냐고 필자가 물었을 때 ‘이런 불의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 공식적으로 그 발언에 대한 어떠한 사과나 취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귀하는 총회 총대는 물론 소위 그 ‘불의한 사람들‘ 과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또 작년 총회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모 장학회 문제로 발언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장학회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모 교수를 당시 신대원에서 직접 만났는데 쏟아붓는 말인즉, “교단도, 교단 지도자들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장학재단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학교 바깥에 설립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설사 그렇더라도 신대원 교수의 입에서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고, 타 대학의 경우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충고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 사실을 아는 필자가 귀하의 발언을 들으면서 신전의식을 말할 때 받는 느낌을 이해하겠습니까? 그때는 기증자가 학교로 하지 않았다는 그런 말은 없었는데 아마도 앞의 의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나중에 만들어 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마저 듭니다.
오직 은혜의 믿음회복에서 귀하야말로 공로주의의 위험에 가장 근접해 있는 몇 안되는 사람중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많은 감투와 명예의 모자들이 무겁게 보입니다.
개혁교회 건설을 위한 3대 과제중 신학교육의 개혁에서 수준 높은 영적 지도자 배출이 개혁교회 건설의 첩경이라는 의견에 동의 합니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신대원이 이전하고 난 뒤에 수도권 교회에서 얼마나 유능한 목회자 후보생들을 적극적으로 배출하고 있습니까? 신앙인격을 갖추고 실력있는 유능한 교수진들을 보내주었습니까?
새순을 길러 새 역사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은 귀하가 추구하는 어설픈 개혁세력의 확대를 말하는 것입니까? 미안하지만 우리에게는 일만명의 오합지졸도 삼백명의 용사도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신앙 운동만이 고신 정신이 남아 있는 기관이라는 표현은 때가 덜묻은 순수 세대라는 의미에서는 동의하지만 동일한 신앙공동체 안에서 세대간 편가르기와 불화를 조장할 수 있는 위험한 언사는 삼가길 바랍니다.
개혁교회 설립운동에서 교단의 ‘지도자들이 타락하거나 혹은 영적 에너지를 다 소모해버리고 정작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을 놓쳐왔다‘고 했는데 귀하가 예를 든 사례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선배들이 실천한 모범(영도교회 시리즈, 울산교회 시리즈, 은광교회 시리즈 등)을 가진 일들 임을 부인하진 않겠지요? 귀하의 글속엔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 시대적 혜안과 경륜에 대해 인정하고, 물려준 유산을 고마워하는 언급은 전혀 없고 타도와 청산의 대상만으로 단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지도자들의 과오를 전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필자와 귀하 역시 조심하지 않으면 그 분들의 과오로 부터 예외일 수 없음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입니다. 사실 순수한 목회자로서 목회하면서 교단 일을 맡아서 섬긴다고 한편으론 개인적으로 손해를 본 분 들입니다. 오히려 대부분 교단 교회의 장로들로 구성된 실무 경영진에 이용 당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네 분의 이사장들의 유죄판결이 우리 모두가 받은 판결이라는 귀하의 멋진 고백을 봅니다. 그렇지만 누가 이 분들을 고소했으며 과연 정당한 일입니까? 실무자들이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질책은 왜 전혀 없으신지.. 성도로서 직장생활을 하는 법인 소속원들에 대한 회개와 행동변화 촉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찾을 수 없는 것이 참으로 이상합니다. 그들이 저지른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고려학원 안에 노조가 있어야 하는지, 교수회 외에 또 교수협의회가 있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치유적 제안은 없었습니다. 오직 교단 지도자들의 타락만으로 몰아가는 귀하의 태도를 보면 여전히 뉘우치지 않고 구조조정에 협조하지 않는 노조와 교수협의회 등의 자숙없는 일련의 행보들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귀하는 ‘혹시 우리가 수 백 억이나 수 십억원의 재정을 동원 할 수 있다면 바로 여기다 (개혁교회 설립) 쏟아부어야 한다‘고 썼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가 진정으로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려면 개혁을 위한 준비와 투자로서 현재 필요한 재정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 재정은 위기에 처한 학교법인의 문제를 우리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지불하고 감당해야 할 우리의 짐이 아닐까요? 필자 또한 귀하와 더불어 밑빠진 독 물붓기식 재정 부담을 원하지 않습니다.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생긴 적자는 노조가 부담하고 연이은 의료진의 파업으로 발생한 적자 등도 철저하게 따져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새 이사장(박종수 목사)과 이사회, 새로운 관리자들로 하여금 고질적인 구조조정을 힘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지원해야 할 역사적 시점에서 소유권 포기라는 도피주의식 해법으로는 교단의 분열과 문제해결의 시간만 지연시킬 뿐임을 아시기 바랍니다. 교단에 경영권을 되돌려 받기위해 정이사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위원의 한 사람으로 섬기면서 슬그머니 다른 씨를 뿌리는 비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목표액 모금을 진행 중인 때 번지르하게 분칠하고 용도 변경을 촉발시키는 다른 목소리를 내므로 교단안에 혼란을 일으키며 위기를 벗삼아 뿌리채 흔드는 언행을 삼가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끝으로 귀하의 교회 부터 먼저 직면한 교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혁주의 교회로서의 희생적 모범을 보여주어야 그때에 진정한 정 주채식 개혁은 그나마 설득력을 갖게 될 것임을 아시기 바랍니다. 지금 임시 이사회에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여 구조조정과 투명경영 시스템의 정착 등 고질적인 환부수술을 잘 해내도록 전국 교회가 일심으로 기도하며 헌금으로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생각은 않고 건강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뜬구름 잡는 식의 아이디어는 한편의 코메디라 하겠습니다. 어려울 때 문제해결을 위해 합력하는 일에 성공하지 못하면 평안할 때 협력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귀하의 손 안대고 코풀기식 해법의 치명적인 약점이요 해악이며 현 사태를 치유불능으로 내몰아 갈 수도 있음을 지적해 둡니다.
개혁은 선배들의 잘못을 손가락질 하는 여론몰이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분들의 좋은 점을 배우고 더 발전시켜 나가고 아울러 그 분들의 약점을 간파하고 넘어서서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있다고 봅니다. 경영악화를 초래한 파업, 소위 신앙인들의 집단이기, 노조의 폐단, 공식 교수회 바깥에 있는 교수 협의회, 규모의 변화에 맞는 경영 시스템 개발의 태만과 무지 등에 대한 문제점은 한번도 지적함이 없이 교단 지도자들의 타락만으로 몰아가는 귀하의 현실 인식을 보면서 더 큰 위기를 느끼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 일까요?
필자는 하나님 앞에서 지도자들을 제대로 잘 보필하지 못한데 대한 무능한 후배로서의 책임, 개혁주의 신앙인으로서의 실무진들의 타락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부족의 죄, 우리 공동체 안에서 조차 우리의 개혁주의 신앙을 온전히 지켜내지 못한 부끄러운 현실을 자각하며 더불어 회개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귀하의 언행의 변화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이 위기를 뛰어넘어 교단의 진정한 부흥과 개혁의 새 역사를 함께 열어갈 것을 기대합니다.
눈 먼 사람에게는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나 투명한 것도 그냥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하나님이여! 지금 도와주소서!
이일호 목사(이스라엘 선교사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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