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신장기증, 부모님·아들은 시신기증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지만, 우리 가족들은 그 슬픔을 이웃에 대한 나눔과 사랑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깊은 슬픔을 기독교적 이웃사랑의 정신으로 승화한 가족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상임이사로 재직중인 오재철 장로.(동두천 성결교회) 본인과 아들, 부모님까지 3대가 장기기증을 실천한 국내 최초의 3代 장기기증 가족이다.
지난 22일 모친인 변옥순(86)여사가 노환으로 자택에서 소천하시면서 25일 시신을 한양대 의과대학에 기증하는 시신기증식을 가졌다. 오재철 이사의 가족에게는 벌써 세 번째 있는 시신기증식이다.
오 이사의 장기기증은 지난 94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던 인천의 김모(65)씨에게 한쪽 신장을 기증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신의 오른쪽 갈비뼈를 드러내고 자신의 한쪽 신장을 떼어내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생명나눔정신은 가족 모두에게 이어졌다. 오 이사의 신장기증을 계기로 아들과 며느리, 부모님등 직계 가족 모두 사후 시신기증에 서약하게 되었다. 장로로 재직중인 오 이사외에 가족 모두 죽음이후, 하나님나라에서 영생을 믿는 독실한 크리스찬들이기에 사후기증에 어떠한 주저함이 없었다.
그로부터 6년 후, 지난 2000년 5월 차남 오종화씨가 대전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추락사하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가슴에 묻는다’는 자식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오 이사는 생전에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했던 아들의 뜻을 따라 아들 종화씨의 시신을 기증했다. 아들의 뼈와 피부, 혈관은 골다공증이나 화상환자등 조직결손으로 고생하고 있는 70여명의 환자들에게 이식이 되면서 이 땅에 다시 살아났다. 생전에 아들이 시신기증을 등록했었지만 차마 며느리에게 시신기증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는데 며느리가 먼저 ‘생전 남편의 뜻’이라며 시신 및 조직기증 의사를 제의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나눔과 이웃사랑’이라는 덕목으로 당당하게 극복해나가는 며느리의 결심은 오 장로에게 더 없이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
지난 2001년 3월에는 부친 오춘산님이 노환으로 소천하셨다. 아버님의 마지막 유언 역시 기꺼이 당신의 시신을 기증하라는 것이었다. 부친의 각막은 앞 못보는 시각장애인에게 전해졌고, 시신은 의학연구용으로 경기도 포천 중문의대에 기증되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시신기증식을 보며 모친도 ‘죽게되면 시신기증으로 조국의 의학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그리고 지난 22일에는 모친 변옥순여사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시면서 시신기증을 통해 이웃사랑을 실천하였다. “어차피 썩어질 몸, 이 땅에서 모두 주고 떠나고 싶다”며 예전에 미리 마련해 두었던 수의(壽衣)도 가난한 사람들의 저승가는 길에 써달라며 봉사단체에 전했던 모친의 뜻에 따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하였다.
신장기증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한 생명나눔의 장기기증운동에 원동력이 되었던 오재철이사는 동두천 미군부대 도서관 사서 출신. 본인과 아들, 부모님 등 온 가족이 솔선수범해 생명을 나누며, 장기기증에 남다른 열정을 보여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3월부터는 (재)사랑의장기기증운본부의 상임이사로 재직중에 있다. 3代를 헌신할 정도로 누구보다 장기기증운동에 애정과 관심이 많은 오재철이사는 침체되어있는 국내 장기기증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커다란 슬픔 속에서도 항상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고 오히려 이웃과 나누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오재철 이사는 사후 장기기증에 대해 “믿는 자의 죽음은 슬픔이나 절망이 아니고, 영원한 삶의 연속입니다. 천국에서 면류관 쓰는 대관식 날이고, 천국 잔칫날입니다. 그러니, 사후 장기기증을 두려워 마십시오. 죄많은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박히신 하나님 아버지의 그 크신 사랑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우리 주변에 고통받은 수많은 환자들을 보며,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웃사랑과 소중한 나눔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고 설명한다.
오재철 이사는 가방 속에 항상 편지를 넣어 갖고 다닌다. 자신이 죽게되면 시신기증을 하고, 혹시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장기를 기증해달라는 유언이 적힌 편지. 그렇게 오재철 이사님 일가는 3代대를 걸쳐 계속해서 따스하고 고귀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