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가맹교단 대부분이 반대 입장 표명
사회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이 양분되어 있는 가운데 교계도 보수와 진보로 나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면서 10월초 대규모 기도회를 준비중이다. 반면 KNCC(총무 백도웅 목사)는 국가보안법을 폐지를 찬성하면서 9월15일부터 24일까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기독인 평화걷기’를 개최했다.
◈반대의견 지배적
하지만 대체적인 교계의 여론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아직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막을 내린 예장통합총회(총회장 김태범 목사)가 회무 넷째날 ‘사학법 개정 및 국보법 폐지 반대’라는 시국선언문을 총대들의 기립박수로 채택했다. 통합총회는 시국선언문에서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처하는 현 정권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못지않게 여론을 무시하고 독선과 비민주, 반대세력에 대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보법의 인권침해 조항은 마땅히 고쳐져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 체제를 지키기 위한 ‘안보를 위한 법’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며 보안법 폐지에 분명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진호 목사)도 지난 15일 국보법 폐지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감리회는 “국가보안법은 개정과 보완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폐지의 대상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남북 대치 상황속에서 안보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찬성하는 KNCC도 보안법 폐지는 당연히 해야하나 국민여론 수렴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KNCC 백도웅 총무는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을 방문해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국가보안법 폐지는 현재로선 수용하기 힘든 상황임을 전달하고 속도를 조절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교계의 이러한 분위기같이 여타 다른 종교계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종교 내부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등이 있으나 대표적인 인물들과 단체들은 폐지 반대를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톨릭의 경우 김수환 추기경이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혔으며 법장 총무원장도 이부영 의장의 방문에 반대의견을 밝힌바 있다.
◈반대의견도 만만찮아
현재 국가보안법 폐지를 찬성하는 교단이나 단체는 KNCC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반전평화기독연대,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EYCK)등 진보적 그룹등이다. 특히 진보그룹등은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기독인 평화걷기대회’를 개최해 보안법 폐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또 보안법 폐지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채택한 통합 총회내에서도 일부 총대들이 “한나라당이 채택한 시국선언문 같다”며 반대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부 목회자들은 같은 날 오후 ‘교단을 염려하는 총대 일동’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단이 채택한 선언문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고, 역사관이 없는 선언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교회가 정치적 쟁점을 부추기면 안된다”며 “더우기 갈등과 편 나누기에 앞장서서는 안될 것”이라고 시국선언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신상준 부장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
‘교회, 세상의 소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개최된 대한예수교장로회 제89회 총회는 지금 우리 민족과 국가가 당면하고 있는 정치적 혼란과 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 우리 사회의 갖가지 현안들을 둘러싸고 있는 갈등과 분열, 그리고 날로 심각해지는 경제적 위기를 보면서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하며 다음과 같이 현 시국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지근 우리나라는 과거 어느때보다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과거 IMF 관리 체제하의 위기 때보다 더 심하여 우리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민생문제를 도외시한 채 과거사 들추기, 국가보안법 폐지, 행정수도의 졸속이전 반대, 비판언론에 대한 압박 등 이념적이고 정략적인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정체성이 흔들리고 대다수 국민은 사회적 편가르기와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처하는 현 정권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못지 않게 여론을 무시하고 독선과 비민주, 그리고 반대세력에 대한 압박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하는 염려이다.
여기에 인터넷 언어폭력으로 많은 사람이 침묵을 강요당하면서 우리 사회는 과거 어느때 못지않는 민주주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의 여론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국민을 편하게 해주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우리는 먼저 우리 사회가 국가보안법 관련 논의로 인해 국론분열로 치닥고 있음을 크게 우려한다. 국보법의 인권침해 조항은 마땅히 고쳐져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 체제를 지키기 위한 ‘안보를 위한 법’은 어떠 형태로든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안보와 남북교류협력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안보가 튼튼해야 경제가 살고 국미닝 안심하여 교류와 협력에도 나설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용하여 여야합의로 인권과 안보의 균형점을 찾음으로써 조속히 국론분열을 수습하기 바란다.
2. 일부 사학재단의 비리는 마땅히 근절되어야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사학의 운영주체를 바꾸려는 시도는 사학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학의 건립이념은 존중되고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결국 기독교하교에서의 종교교육의 자유와 진정한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이 사학제도의 근본을 부정하지 않아야 함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3. 행정수도이전이 수도권 인구분산을 위한 최선의 대책인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수도이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고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는 행정수도를 졸속으로 이전하지 말고 우선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일에 힘서야 한다.
4. 평화로운 남북관계와 돈독한 한미관계는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남북협력을 위한 노력과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은 함게 추구되어야 한다. 나아가 교류와 협력에 치중한 나머지 안보를 소홀히 해도 안된다. 그리고 인도적 지원은 남북간 정치적 관계와는 별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기본 원칙을 가지고 북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며 조급한 성과에 집착하여 정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5. 우리는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KBS, MBC를 이토록 관변화한 것은 권위주의 정부 시기 이외에는 없었던 일이다. 나아가 우리는 정부가 나머지 언론에도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정부는 한국교회가 이 점을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리고 정부가 끝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며 교회는 민주화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이에 대처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2004년 9월 16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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