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부산 유일한 기독교 문화재는 어디로?

부산 교계 통합 부산노회 매각 결정 우려

동구 좌천동에 위치한 108년된 구 일신 여학교자리 건물

부산 유일의 기독교 문화재인 부산노회(통합) 회관을 매각 하려는 노회 결정에 부산교계가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통합측 부산노회는 과거 2001년 가을 제153차 정기노회에서 총대원 170여명중 3/4인 120여명이 부산노회 회관을 문화재로 지정 받아 영구 보존키로 결의했지만 이듬해 별도 번안 동의 없이 결의한 내용을 묵살하고 부산시와 협의 대토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해 노회안에서도 논란을 낳은 바 있다.
하지만 노회결정과 달리 최근 부산시가 대토하는 방법에 대해 난색을 표명해 ‘대토’에 대한 전권을 일임받은 노회회관 건립추진위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부산시는 노회회관 자리와 부산시의 땅을 대토하는 것은 현행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공고를 해서 입찰하는 방식을 취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부산노회는 최근 임시노회를 개최해 노회회관 건립추진위에 이 문제 전권을 일임할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임시노회가 열리지 못했다. 결국 부산시가 공문이 아닌 구두상으로 밝힌 ‘대토’ 문제를 노회가 말만 믿고, 기존 결의를 번복 추진한데 대해 일부 노회원들까지 “웃음거리가 됐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부산노회가 현 노회회관을 매각 하려는 이유는 경제적 가치만을 고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 노회회관은 부산노회가 관리를 하고 있지만 부산시가 문화재로 지정했기 때문에 실제적인 재산권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회회관을 부산시에 매각해서 현대적이고 새로운 노회회관을 건립하자는 이유가 주된 이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만을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수배 장로(구덕교회)는 “사실 노회에 9억 가까운 돈이 있다. 이 돈으로 노회회관을 건립 추진해도 되는데 왜 기존의 문화재 가치가 높은 노회회관을 팔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기존 노회회관은 그대로 두고 부산지역 3개 노회(부산, 부산동, 부산남)가 같이 서울의 100주년 회관과 노회회관을 건립하자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현 부산노회회관은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에 있는 호주 선교부의 마지막 건물이며 한국 최초의 여학교인 일신여학교가 세워졌던 자리이며 부산, 경남지역 3.1운동의 발상지로 평가 받고 있다. 또 3.1운동 당시 이 지역은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지역이었지만 일신여학교 학생들이 태극기를 직접 그려 일본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만세운동을 벌인 장소로 항일 운동의 상징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구한말 현대식 건물로는 부산지역에 유일한 건물로 인정받고 있고 학생들의 육영사업이 시작된 곳이며 독립투사를 배출한 학교라는 상징적인 곳이다. 또한 가장 오래된 부산진교회가 자리잡은 곳은 바로 이지역이 부산의 유일한 기독교 성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매각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부산시가 문화재로 지정했기 때문에 결국 노회가 아닌 부산시가 대신 관리한다는 것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노회는 경제적인 이득과 동시에 관리책임을 부산시가 맡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 건국, 금성학교처럼 기독교 색채가 사라 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부산시의 입장에서 볼 때 시가 특정 종교를 옹호하는 문화재 관리를 펼치기 보단 이 지역이 부산에서 항일 운동의 발생지라는 부분을 더욱 강조하고 나설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또 이 지역은 부산진 첨사인 정발장군이 일본과 목숨을 걸고 싸운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따라서 부산시가 기독교 문화재라는 점을 부각하기 보다 항일운동의 성지쪽으로 문화재를 보존할 가능성이 크다.
고신대학교 기독교 역사학자인 이상규 교수는 “부산시는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면 언제든지 문화재 지정을 철회 할 수 있다. 만약 이곳을 다른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면 교계가 돈을 들여서라도 사서 관리를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부산노회의 결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또 이상규 교수는 “교회기관이 직접 관리하는 것과 안하는 것은 큰 차이”라며 “이 지역을 교회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문화재는 돈으로 가치를 환산하면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신상준 부장

200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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