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5월 27일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통합측 단군상건립대책위원회(문영용 목사)가 주최한 단군상 건립반대 지도자 세미나에서 고신대학교 김성수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글이다.
단군상 건립에 대해서 기독교계가 그렇게 반대하고 있는데도 정부 당국은 아직도 이 문제를 분명하게 해결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문화운동연합회는 단군상을 건립하는 취지가 단군에 대한 정신을 알리고 민족의 뿌리를 찾아 민족정신과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독교계는 단군상 건립은 특정 종교의 확산을 획책하는 술수이며, 우상숭배로 이어지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사회 일각의 여론 중에는 단군상 건립을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핵심적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독교인들을 편협하고 독단적이며 폐쇄적이라고 비난하는 여론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기독교가 단군상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개관해 보고자 한다.
기독교인들이 단군상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문화운동연합이 단군상 건립을 추진하는 표면적 이유는 누가 보아도 잘못된 것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이들이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는 효정신의 회복과 민족정신 회복, 그리고 조국 통일 기원이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와 같은 단군상 건립 취지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독교인이라고 할지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효 정신과 민족정신을 회복하고 조국통일을 기원하는 것을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문화운동연합회가 표방하는 단군상 건립의 취지와 안내문의 내용들을 잘 검토해 보면 단군상 건립은 결국 이들이 표면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결과보다는 오히려 더 심각하고 많은 문제들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기독교계가 단군상 건립을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단군상 건립운동의 배후에는 분명히 종교적 성격이 있으며, 나아가 단군상 건립은 우상숭배의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둘째는 교육적 차원에서 단군상 건립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셋째로, 단군상 건립은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으므로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는, 단군상 건립은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와 배치된다. 다섯째는, 단군과 관련된 역사성의 문제 때문에 단군상 건립을 반대해야 한다.
기독교계는 단군상 건립운동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한문화운동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단군상 건립운동에 배후에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보면서 기독교계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첫째로, 정부당국의 애매한 태도에 강력히 항의하는 운동을 범교단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둘째는, 단군상 건립운동의 종교성을 입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째는, 단군상 건립 반대운동 등과 같은 대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교회의 의견조정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진보적인 인사들은 단군상 건립에 무관심하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지도자들에의해만 이 문제가 제기된다고 한다면 이는 기독교계 전체에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넷째는, 단군의 역사성에 대한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섯째는, 지나치게 과민하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타종교의 상징물인 불상등을 몰래 훼손하는 일은 득보다 실이 많은 일이다. 한국사회는 다종교사회이고 국교가 인정되지 않는 사회다. 따라서 민간단체의 어떤 종교활동을 힘으로 제어한다면 기독교는 편협하고 맹신적이며 폭력적인 종교로 낙인 찍혀 선교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교회는 전통과 민족문화 문제에 보다 더 긍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화시대는 민족, 인종, 지역등에 대한 관심을 무시하는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증대시키는 시대이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이교적 종교성을 떨치지 못하는 민족주의적 특성이 민족의 정체성을 위한 준거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무엇보다도 우리 기독교계는 단군상 건립에 대한 반대 운동을 구체적으로 전개하면서 스스로를 자성해 보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우상과 우상숭배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대상들을 물리력으로 제거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먼저 우리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우상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제거하는 철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미 한국교회 안에 깊숙히 침투해 있는 샤머니즘적 요소, 물질주의적 가치관, 소비주의, 기복신앙등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단군상 건립에 대한 우리의 반대는 아름답고 귀한 일이다. 이 운동은 민족을 살리며 우리의 자녀들을 살리는 생명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반대 운동을 생명을 바친다는 각오를 가지고 지속적이며 조직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이 반대 운동이 추호라도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스스로의 죄악과 허물에 대해 통회해야 할 마음을 위무하거나 여기에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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