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수동 교회, 영주동 교회, 사직동 교회, CCC사랑방 모임이 모델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가진 신입생, 그리고 즐겁고 새롭게 시작하는 학기를 맞이하는 재학생들에게 3월은 기다려지는 달이다.
그렇지만, 집과의 거리가 있어 통학이 힘든 학생들은 그 긴장과 설레임을 느끼기 전에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고민을 갖게 된다.
대학 기숙사는 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불가능하고, 자취나 하숙은 부모와 학생에게 그만큼의 재정적인 부담을 안겨주는 문제가 있으니 여러 가지 방안을 찾느라 백방을 뛰어다니게 되는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대학생이 ‘공부 안 하는 대학생’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자녀를 타지의 학교로 보내는 신입생 부모의 마음은 ‘혹시 학업에 불충실하면서 삐뚤어진 생활을 하지 않을까? 신앙생활에 소홀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으로 가득찬다.
이에 교회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걱정을 해소 시켜주는 것이 바로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학사관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사관제도는 미국 이민교회에서 유학생들을 수용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미국등지로 유학을 갔다 온 목회자들이 생겨나면서 그들이 경험했던 이민교회들의 학사관 제도를 목회에 적용하는 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학 안에 자체적인 선교단체들이 생겨나면서 그들의 기본 정신과 훈련방식을 바탕으로 학사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후 수도권에 많은 대학들이 생겨나고,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의 대학으로 몰려들게 되면서 그들을 거주할 곳을 마련해주며 신앙생활을 돕고, 교회의 일꾼으로 키우는 학사관제도에 교회는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초창기에 학사관제도를 도입한 서울 내수동 교회는 오정현 목사등 여러분야의 전문가들이 배출되었고, 그들은 교회의 기둥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대형교회들은 학사관 없이는 청년부흥, 인재 양성도 없다는 마인드로 학사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개 교회 주변에 학사관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등 주요 대학 등지에 교회에서 제공하는 학사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지역에는 학사관의 필요성에 대해 그다지 인식을 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현재 부산지역에는 전국, 특히 주변 경상도 지역에서 학업을 위해, 취업을 위해 많은 청년들이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사관를 운영하는 교회의 수는 미흡한 상태이다.
부산시내 대형교회는 물론이고, 재정적으로 학사관 운영이 충분히 뒷받침되는 교회에서도 학사관에 대한 깨어있는 생각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사관를 찾아보기 힘든 부산지역에서 학사관를 시도하고 있는 몇몇 교회가 있다.
지난 해 학사관를 시범 실시하고 이번 해에 본격적으로 학사관를 운영하는 영주동교회(부산 중구 영주동)의 경우, 믿음 생활에 충실하고 교회에서 한가지 이상으로 봉사할 준비만 되어있다면 성별과 대학생·청년에 구별 없이 누구나 학사관 입소가 가능하게 되어있고, 또한 이들을 위한 신앙지도와 단기선교 지원, 영어예배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교회와의 자매결연을 추진 중이다. 청년 시절 교회 학사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김두식 목사는 영주동교회 부임 후 학사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고, 당회의 적극적인 지지로 지난해 시범 운영하게 되었다. 처음 단 2명의 학사생으로 시작했지만 그들로 하여금 10여명의 청년 전도를 이끌어냈고, 청년부 활성화와 부흥으로 이어져 매주 200여명의 대학·청년부가 출석하고 있다고 한다.
김두식 목사는 “학사관은 그 교회의 기둥같은 일꾼들을 길러내고 학사로 인해 교회가, 특히 청년이 성장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대를 선도하는 탁월한 인재를 교회가 유치할 수 있고 복음이 충만한 인재를 양성 할 수 있으며, 이것은 21세기 청년 전도 전략의 훌륭한 방법의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선교와 전도로 사람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지도하고 장학하여 키워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당회의 의식이 깨어져 학사관 운영을 시도하고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로써 교회는 청년들에게 신앙과 학문의 두 날개를 달아주는 곳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자립교회와 농어촌교역자, 선교사 자녀를 위한 목적으로 98년도부터 학사을 시작한 사직동교회(동래구 사직동)의 경우, 김철봉 담임목사와 학원선교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한 성도가 자체적으로 학사관을 시작했다. 현재는 교회 주변에 여학생 학사관 하나와 성도의 자택 내에 남학생 학사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남학생 학사관은 현재 학사생을 모집중이다. 교회에서는 학원선교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이들을 위한 신앙지도를 하고 있으며 자율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남학생 학사관을 운영하고 있는 서정렬 권사는 “학사는 미자립교회와 농어촌교회등을 물질적으로 돕는 것에서 벗어나 교역자분들이 소신껏 목회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일환이다. 그 분들의 자녀들을 도시 교회가 신앙적으로 잘 양육·지도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 부산지역의 교회가 학사관에 관심을 갖고 깨어졌으면 좋겠다.” 말했다.
보통 교회의 학사관의 경우, 입소에 별 다른 자격조건은 없으며 신앙인으로, 학사를 운영하는 교회를 잘 섬기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 외에는 교회에서 자체적인 신앙교육을 하고 있으며 교역자들이 학사생들을 보살핀다고 한다.
선교단체의 경우, C.C.C와 SFC, 울(선교동아리)등의 대학교 선교 동아리에서 학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사의 운영을 살펴보면, 울은 아침기도회와 화요모임에 정기적인 참석을 기본으로 기도회와 말씀과 교제나눔, 동아리 행사 참석, 단계별 비전훈련등의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울 동아리에 가입되어있어야 하며, 타 동아리와의 병행을 금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선교단체의 훈련에 주력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학사 생활에 모범적인 학사생에게는 한 학기에 20~30만원 정도의 장학금이 지급되고, 반면 생활에 불충실한 학사생은 점수제로 -20점 이하는 퇴출이 정해져있다. 선교단체의 자체적 운영이기에 입소시 어느정도의 보증금이 필요하다.(학기를 마치고 퇴소시 보증금은 돌려받음.)
C.C.C의 경우에는 공동체 훈련을 통한 민족과 캠퍼스 복음화를 위해 같은 비전과 마인드를 형성해 잘 훈련된 영적 일꾼을 세우는 목적으로 학사인 ‘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다. 사랑방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순장의 건의부터 제자 선택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여러단계의 승인 절차가 있으며, 승인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한다. 사랑방에서는 정기적인 개인기도 시간과 말씀의 생활화를 기본으로 하는 신앙훈련으로 각자 역할분담을 정하고 아침QT, 저녁기도모임등 생활훈련을 시킨다. 영적훈련에 동참하기 힘들거나 동역자들과 함께 생활하기 힘들다고 느낄때는 방장과 간사의 논의 후 퇴소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흔하지는 않다고 한다.
현재, 부산 시내에 C.C.C 사랑방은 인제대 3개, 동의대 1개, 부산대2개, 부경대2개, 부산외대1개, 해양대2개, 고신대1개등 총 13개의 사랑방이 운영되고 있으며 그 외에 많은 순방이 형성 되어있다.
선교단체의 학사관 생활 경험이 있는 한 학생은 “학사는 단순한 의식주 해결이 아니라 훈련이 함께 하는 생활이라 우선 훈련 받을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훈련과 제약이 따르는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퇴소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알고 미리 지원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선교단체에서 운영하는 학사는 그 단체 고유의 특성을 띠게 되며, 자체적인 시스템에 따라 신앙훈련과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는 반드시 그 선교단체의 한 일원으로 속해 활동을 해야하고, 자체적 운영이기 때문에 원하는 학생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기에 더 많은 교회가 학사관에 관심을 보이고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교회는 청년 기근으로 고민에 빠져있다. 교회가 청년들이 맘껏 자신들의 신앙과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교회 생활에서 감동을 얻지 못한 청년들이 썰물 빠져나가 듯 빠져나가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청년들도 교회가 요구하는 겹겹의 임무들에 힘에 겨워 지쳐 쓰러지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을 다시금 세우고 키워 가는 한 방법, 그리고 선교의 한 방법이 교회가 운영하는 학사가 될 수 있다.
교회에서 전세로, 혹은 매매로 집을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개개인의 청년들에게는 아주 힘든 일이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작게는 교회주변에 한 두 개의 학사를 준비해 청년을 키우고 그들의 신앙을 지도하는 것. 그들은 주신 것에 대한 감동으로 교회가 투자한 그 이상의 것을 이뤄내는 열매를 얻게 해 주는 것임을 교회는 깨어서 알아야 할 것이다.
김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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