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 신급문제로 대학 내 갈등

신학부교수 - “대학 정체성 문제” 신급 고수, 자연과학부교수 - “대학존폐 문제” 개정 목소리
고신대학교(총장 정현기)가 04학년도 신입생 지원률이 저조함에 따라 또다시 신급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현재 자연과학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현 신급이 학생들의 지원률을 하락시키고 있다며 신급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신학과를 중심으로 대학의 정체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현 신급 고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대학내 교수들간 갈등을 초례하고 있다.
고신대 신급문제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논란이 되어 왔다. 초창기 고신대학교는 세례교인들에게만 입학자격을 주어졌지만 의예과가 생기면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1981년 고신대는 의예과 학생모집당시 지원자격을 ‘기독교인인 자’로 제안했었는데 부산지역 언론계의 비판과 문교부의 지시로 이 정책은 고수되지 못했다. 이로인해 의대는 신급제도가 유야무야되면서 교회에 다닐 것을 약속하는 ‘원입’제도가 정착되었고 이후 생겨난 자연과학부도 원입제도로 신입생을 선출했다. 하지만 1993년 9월 이근삼 총장 재임당시 ‘지원자격을 학습교인 이상’으로 하는 규정을 만들면서 신급문제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는데 93년 10월 의학부 학생회는 당시 민주당 박석무 의원에게 질의서를 발송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등 집단적인 행동을 하면서 신급제한제도가 학사문제로 비화됐다. 또 의학부 학생회는 청와대와 교육부, 총장에게 질의서를 발송하고 한겨레신문등에 학교의 조치를 비난하는 자료를 게제토록 하는등 대외적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 시켜 사회적으로 큰 논란거리가 되었다. 당시 교육부는 고신대학교에 시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등 여러차례 압력을 가해 왔지만 이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못했고 대학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이러던 중 94년 9월 고신대 입시관리위원회에서는 1995학년도 입시지원 자격을 학습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교육부에 보고하였다. 고신 총회도 그해 총회에서 이 규정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는데 이에 맞서 의대 총학생회는 문재인 변호사를 통해 ‘고신대학교 신입생지원자격 제한조치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대학당국은 김광일 변호사를 통해 이에 적극 맞섰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97년 3월 청구인의 의견을 기각하고 고신대 손을 들어 주면서 신급 문제가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최근 대학내 불어닥친 신급문제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띄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날 신급개정 목소리는 신급 철폐의 성격이 강한 반면 현재는 개정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또 현 고신대학교 신입생 지원률이 어느해 보다 최악이고 과거 의대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신급문제가 이제는 일부학과를 제외한 다수의 학과들이 요구하고 있다는 점, 학생이 중심이 아닌 교수들 중심, 그리고 대다수의 직원들도 신급 개정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신급개정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학 재정 문제와 학과 존폐문제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 한 관계자는 “현재 합격자가 모두 등록한다고 가정해도 200명 이상의 결원이 발생하며 합격자들도 이중 등록을 했기 때문에 94년도 신입생이 정원의 40%정도가 결원이 생길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재정적으로도 200억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2004년 학사 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연과학부 일부 학과들은 존폐문제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과거와 달리 신급개정이 상당한 힘을 얻고 있다.
신급개정을 주장하는 고신대 영도 캠퍼스 교수협 회장 조정환 교수(화학신소재학과)는 “현 상황에서 신급문제는 학교 존폐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3년전부터 학생들의 지원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고 내년은 전문대학과의 경쟁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어느해보다 신입생 유치가 어려워 자칫 학교가 문을 닫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했듯이 2030년까지 현 300여개의 대학을 100여개로 줄여가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 고신대학교가 지금의 신입생 유치로는 이러한 정책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내 구조조정 또한 유사학과가 전무하기 때문에 구조조정도 힘들다고 설명하면서 현재로는 신급개정을 통한 신입생 지원률 향상을 꾀할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급 고수를 주장하는 신학과 관련 학과들은 “신급은 대학의 정체성 문제이기 때문에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총장 전광식 교수(신학과)는 “신급개정은 1-2년을 내다보는 근시안적 발상”이라며 교내 구조조정을 통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는게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신급은 설립자인 총회와 법인이사회의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현재 학교에서 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조정환 교수는 “신급은 학사문제이고 학사문제는 학교의 고유 영역이며 입시관리 위원회의 결정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신급고수를 주장하는 학과는 신학과와 선교언어학과 중심의 교수들이며 교회음악과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들까지 신급개정 목소리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신급 개정이 이루어 진다고 해도 과연 학생들의 지원률이 향상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조정환 교수는 한마디로 현 신급제도에서 학생들의 자원이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학생들을 유치하러 일선 고등학교에 다녀 보지만 한반에 3-4명의 학생들이 기독교인”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 신급개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최소한 지금의 현실보다는 나을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전광식 교수는 1-2년 정도 반짝 지원률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대학의 특성도 사라지고 교단의 관심과 지원도 사라질 것이라고 신급개선에 우려의 뜻을 표했다. 전광식 교수는 “지금 자연과학부가 겪고 있는 학생부족 현상은 우리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급개선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신급문제는 하나의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현재 신급 개정이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먼저 교수들간의 여론형성이 될지 의문이며 설립자인 교단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총회장인 곽삼찬 목사의 경우 신급을 결의한 당시 학교법인 이사장이었기 때문에 신급개선에는 반대의 입장을 밝힐것으로 예상되며 무엇보다 지난번 총장선출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신급고수’ 입장을 표명한 재학생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찬반 공방속에 중요한 사실은 현재 고신대 교수들끼리 이 신급 문제를 두고 갈등 양상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열린 교수회의에서도 신학과 모 교수와 자연과학부 모 교수 사이에 고성이 오고 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등 교수들 사이가 예전같지 않은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고신대 모교수도 “현재는 신급 문제보다 교수들간의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자연과학부와 신학부간의 갈등이 눈에 띄게 나타나 자칫 더 큰 화를 자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상준 부장

<신급개선 찬, 반 인터뷰>

·조정환 교수(영도교수협 회장, 화학신소재학과)·찬성주장

◇대학내 교수들 사이에서 신급 개정의 목소리가 높다는데
- 현재 신학과와 선교언어학과 교수들이 신급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교수들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자연과학부 내에서도 신급 고수를 주장하는 교수들이 있다. 하지만 그 수는 극히 일부이며 교회음악과와 기독교교육과를 포함한 대다수의 교수들은 신급 개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급을 개정하자는 이유는 무엇인가?
- 대학의 존폐문제다. 2004학년도 신입생 지원률이 말해주고 있다. 점차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퇴출되고 여타 기독대학도 점차 신급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면서 경쟁력을 갖추는데 우리대학만이 정체성 때문에 신급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입시지원을 바라볼 때 신학과도 미달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교언어학과는 자연과학부 여타 과보다 더 사정이 어렵다. 송도 캠퍼스의 의학과와 간호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가 전부 미달될 위기 상황이다. 내년은 신입생 유치가 올해보다 더 어렵다. 이렇게 가다간 몇 년안에 우리대학이 문을 닫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신급 개정으로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신입생 유치가 더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어딘지 모르게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은데
- 물론 그러한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학교 학생 대다수가 부산, 경남지역 출신 학생들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지역의 복음률은 10%로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일선 고등학교 한 반에 3-4명의 학생들이 기독 학생들이다. 한마디로 자원이 없다. 어떻게 보면 지금 대학의 지원률이 놀라울 정도다. 신급개정이 이뤄진다면 현재보다 지원률이 높아질것이고 보다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할 것은 당연한 논리다.

◇신학부 교수들은 신급 개정보다 오히려 학과 통폐합이라든지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는데
- 고신대학교는 종합대학이다. 물론 신학과 중심으로 신학관련 학과만 운영한다면 몰라도 종합대학이 신학과 중심으로만 운영한다는것도 어딘지 모르게 맞지 않다. 학과 통폐합 문제도 현 상황에서는 힘들다. 우리대학은 유사학과가 없어 통폐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어렵게 통폐합 하더라도 기존 학생들과 교수들의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설립자인 교단이 허락하겠는가?
- 우리도 신앙 좋은 학생들을 받아들여 가르치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교수들이 그러한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신급은 학사 문제다. 설립자인 교단이 허락한다면 더할 수 없이 좋지만 학사문제는 대학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교단의 허락이 필요치 않다. 대학의 ‘입시관리위원회’의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급개선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 생각인가?
- 다음주 중 교수협의회 임시총회를 열어 교수님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을 생각이다. 그리고 의견이 모아지면 공청회를 열어 여론 수렴을 형성하고 대학당국에 강력하게 건의할 생각이다.

◇설립자가 교단이기 때문에 신급 개선이 쉽지 않을것으로 보이는데
-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신급 ‘폐지’가 아니라 ‘개선’이다. 이것은 학교의 존폐문제다. 멀리 내다보고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들의 진로를 책임지는 일선 고3 선생님들은 고신대학의 신급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일반인들도 상식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신급제도를 갖춰야 한다.

·전광식 교수(부총장, 신학과)·반대주장

◇대학내 신급개선의 목소리가 높은데
-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

◇자연과학부 교수들은 지금 학교가 위기상황이고 신급개선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데
- 문제가 복잡하다. 교수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 문제는 현 총회장님(곽삼찬 목사)이 학교법인 이사장으로 있을 때 이사회 결정 사항이고 설립자인 총회의 결정도 무시할 수 없다. 작년 울산노회가 신급개선을 총회에 상정했지만 총회가 부결시킨것만 보아도 현 총회의 정서를 알 수 있다.

◇신급은 학사문제이기 때문에 대학의 고유의 영역이 아닌가? ‘입시관리위원회’가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들었는데
- 나는 신급을 학사문제로 보지 않는다. 신급은 대학의 방향성 문제다.

◇신급이 개선된다면 어떠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 물론 신입생 지원률이 조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지금 자연과학부의 어려움은 우리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대학이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다.

◇개인적으로 신급 개선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먼저 신급은 학교의 정체성 문제다. 우리대학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는 없다. 그리고 현 신급은 총회와 이사회의 결정사항이다. 우리대학은 총회의 결정사항을 무시할 수 없다. 또 신급이 개선된다면 총회특별위의 모금운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본다. 대학이 정체성을 훼손하면서 신급을 개선하는데 일선 교회가 어떻게 모금운동에 동참하겠는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학생들이 반대한다. 지난번 총장 선출에서 보았듯이 당시 총학생회(대자보를 통해)는 ‘신급 고수’를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현 재학생들도 이러한 신급문제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금 신급을 개선한다면 학생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또 역작용도 생각해야 된다. 신급을 개선했는데 학생들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학의 정체성(특색)은 사라지고, 교단의 지원과 관심도 사라지고, 학생들의 자부심도 사라진다. 이러한 상황이 온다면 진정 고신대의 운명은 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과학부 교수들은 신급을 개선한다면 학생들 유치를 책임지겠다는 발언도 했는데
- (웃으며) 작년에도 그런말 했다. 작년 학부단위로 신입생을 선출했었는데 그때 내년에는 과단위로 신입생을 선출하면 신입생 유치는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다. 막상 올해 학과단위로 신입생을 선출했지만 더 나아진 것은 없지 않느냐? 오히려 더 어려워 졌다.

◇일부에서는 구조조정도 힘들다고 주장하는데
- 그렇치만은 않다. 과 단위 구조조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 컴퓨터 공학과와 회화과를 묶어 실용미술학과를 만들 수 있다.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실용미술학과가 인기과로 급부상 중이다. 일부에서는 유사과가 없어 통폐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렇지 않다.

◇결국 구조조정인가?
- 현재로서는 대학이 살기 위해 그 방법이 최선인 것 같다. 하지만 나름대로 통폐합의 원칙이 있다. 먼저 공생의 원칙이다. 특정과를 죽이고 특정과만 살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과를 살리면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 두 번째 공개의 원칙이다. 밀실행정은 절대 하지 않겠다. 투명하게 드러내 놓고 실시하겠다. 세 번째 자율의 원칙이다. 강압적이거나 타율에 의한 구조조정은 실시하지 않겠다. 네 번째 화합의 원칙이다. 통폐합으로 인해 대학이 더 혼란스러워 진다면 하지 않은것만 못하다. 마지막으로 창조적 파괴 원칙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헤쳐모여식 원리이다.

200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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