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타협하기 싫었다”
고신 동대구노회(노회장 김종렬 목사)가 교단신학 문제로 지금까지 3명의 목사를 제명해 교단 안팎에서 동대구노회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지금까지 동대구노회는 십일조, 안식일, 음주, 주일성수, 불신자 결혼등에 대한 신학적 문제로 박상현 목사, 박길현 목사 그리고 이번에 이광호 목사까지 총 3명의 목사를 제명해 교단신학 사수를 위한 노회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반면 제명당한 이들이 교권의 희생양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낳고 있다.
이번에 제명당한 이광호 목사의 경우는 인터넷을 통해 주일성수, 십일조, 음주, 불신결혼등을 평신도와 상담하며 그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www.siloam-church.org)에 게제했고 이 글을 본보가 ‘신앙상담’으로 본인의 양해를 얻어 지면에 소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동대구노회측은 “이 글등이 교단헌법에 명시된 예배지침과 맞지 않고 본인 스스로가 반성하는 의지가 전혀 없어 제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 상담내용이 과연 시벌중 가장 무거운 ‘제명처분’을 받기에 합당한지 여부다. 특히 이광호 목사를 잘 아는 많은 사람들은 동대구노회의 시벌이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부분은 노회장 김종렬 목사와 전권위원장 김희열 목사도 동감하는 분위기다. 노회장 김종렬 목사의 경우 “이광호 목사가 마지막 발언 순간까지라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고 머리를 숙였으면 제명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김희열 목사도 “전권위 앞에서 자신의 글이 표현상, 건덕상 문제가 있었다고 사과 한마디만 했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명 두사람의 말은 이광호 목사가 제명처분 받을 정도의 사안이 아니였다는 말이다.
또 전권위가 처음 구성될 당시에는 음주문제 하나만 가지고 전권위가 구성되었는데 나중에는 주일성수, 십일조, 불신결혼등으로 내용이 확대되어 처음부터 이광호 목사 죽이기를 시도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전권위원장 김희열 목사는 “소문과 틀리다. 처음 구성될 당시 음주문제, 불신결혼, 십일조, 주일성수등 이 4가지 사안들이 다 포함 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에는 약간의 의문이 제기된다. 전권위는 2003년 1월 구성되었고 4가지 사안중 ‘자녀의 불신결혼 문제에 대하여’라는 글은 2003년 2월 8일에 상담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전권위가 이광호 목사의 글을 미리 예언했을 리가 없을 것이고 구성될 당시의 사안과 달리 내용이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사자인 이광호 목사도 “처음부터 전권위가 처벌을 마음먹고 들어왔다. 음주문제 하나만으로 시벌이 어렵고 명분이 약해 이후 불신결혼, 십일조, 주일성수까지 확대시켜 사안을 다뤘다”며 그 증거로 처음 조사당시에는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음을 주장했다.
또 처음에 문제가 제기된 음주 문제의 경우 한 평신도가 ‘목사님 술을 마시면 죄가 됩니까?’라는 제목으로 신앙상담을 제기해 온 것을 이광호 목사가 평신도의 신앙의 깊이에 맞춰 술을 마시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될수록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면한 내용이다. 이 내용을 가지고 전권위가 “교단헌법에 맞지 않다”는 표현을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느낌이다. 교단헌법에는 음주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광호 목사의 제명은 ‘십일조’와 ‘주일성수’ 문제가 크게 좌우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광호 목사는 왜 상담내용이 문제가 되는 내용인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 목사는 “십일조의 경우 강제적으로 하는 것보다 자발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십일조를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상담자가 출석하는 교회는 크고 재정이 넉넉하여 자신의 고향에 있는 작고 어려운 시골교회에 헌금을 납부하는 것이 어떤지 문의해와 헌금을 꼭 본 교회에 내야 할 이유는 없으며 단 출석교회의 목사님의 허락과 교회의 재정적 필요를 늘 살피는 가운데 형편껏 연보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해 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일성수에 관해서도 “주일날 외형적인 부분보다 주일성수에 대한 마음이 올바라야 한다”는 내용을 상담해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목사는 “처음 전권위가 나에게 잘못을 인정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교권과 타협하기 싫었다. 이 문제는 교권과 타협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의 양심을 속이기 싫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현재 이광호 목사는 기로에 서 있다. 본인은 처음에는 총회 상소를 생각했었지만 결국 상소해도 본인만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교단의 헌법과 맞지 않아 제명 당한 이번 사건을 보며 주변에서는 분명 헌법은 지켜져야 하지만 헌법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사회에서도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할 수 있듯이 헌법이 모든 것에 앞설 수 없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교단의 헌법도 절대적일 수 없으며 모법인 성경안에서 헌법이 얼마든지 논의 될 수 있고 수정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문제를 공개적인 토의없이 노회가 단순히 헌법에 어긋난다고 한사람의 목회자를 제명한 것은 노회의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아쉬움이 남는다. 성경의 어떤 증명없이 단순히 총회헌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사제명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헌법이 성경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법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
/신상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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