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경각심과 병원활성화를 위한 의지가 관건-
▣기대와 우려 속, 병원 집행부 출범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임시이사장 대행 임광식)는 10월 10일 이사회를 열고 전병찬 교수(신경외과)를 복음병원장으로 선임하였다. 또한 장태호 교수(마취과)를 부원장으로, 천봉권 부교수(해부병리학)를 기획실장으로 인준하였다.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와 일부 이사들을 중심으로 전병찬 교수의 병원장 선임을 반대하는 움직임들이 있었지만 많은 논의 끝에 결국 전 교수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렇게 출범한 새 집행부에 대해서 강력한 추진력으로 병원의 위기를 잘 해결해 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일부에서는 경험부족한 총장과 병원장 체제가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출범과 같이 복음병원 새 집행부도 구성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보다는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한 셈이다. 병원 내외의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전병찬 원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새 집행부는 병원 정상화를 위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신한은행의 철수 방침과 고민
신임 전 병원장은 정현기 총장과 윤강석 재단 사무국장과 함께 신한은행 남부지점장과 첫 상견례를 가지면서 56억원에 달하는 카드 압류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병원장은 이미 전임 병원장이 150%에 달하는 급료를 9월에 지급해 버렸기 때문에 10월 급료를 지급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호소하였다. 이 자리에서 조 지점장은 본사와 협의한 결과와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였다. 현재 신한은행 고신의료원 출장소에 4명의 직원이 파견되어 있는 상황에서 5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2억원 정도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으니 본부에서 철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복음병원의 주거래 은행으로써 자신들은 받을 것을 받으면 철수해도 손해볼 것이 없지만 그렇게 될 경우 채권단 주도를 누가 할 것이냐는 것이다. 현재는 신한은행이 채권단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단이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신한은행이 철수하게 되고 채권단이 압류조치를 취하게 되면 그 후유증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채권단 회의를 열면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이 의장이 되고, 그 다음 외환은행과 부산은행, 그리고 거래업자들이 채권단원으로 대책논의를 하는데 신한은행이 빠져나오면 복음병원 정상화는 요원해 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복음병원 새 집행부는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과의 관계를 잘 정립해야 하며, 동시에 부천에 소재하고 있는 부지 매각 대금이 병원 회생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부천 소재 땅은 이미 16일에 30억원 일시 지급과 년 말까지 잔금 지급 조건으로 경인대학교와 102억원에 계약이 되었다. 문제는 이 땅이 학교 법인 소유의 땅이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와 사용 권한이 총회특별위원회가 아니라 학교법인 고려학원 임시 이사회에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총장과 병원 집행부는 부천 땅의 매매 대금이 고려학원 정상화를 위해 효율적으로 잘 사용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일도 할 줄 모르면서 보직만 유지하려고 하는 일부 인사가 있다고 평가한 조 지점장의 직언에도 귀를 기울여 과감한 구조 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수그러드는 ‘반발 세력’
한편, 전병찬 교수의 원장 선임과 관련하여 강하게 반기를 들던 의대 교협(회장 이창현 교수)은 세력을 결집하지 못하고 다소 주춤한 상태에 빠져 있다. 새로운 임원진을 선출하기 위해 총회를 소집하였으나 참석자가 많지 않아 불발로 끝나 버렸고 현재까지도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새 집행부에 대해서 가장 심기가 편치 않은 사람은 후배가 상전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사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의대학장(유태현 교수)이다. 자기보다 후배인 정현기 교수와 이충환 교수가 각각 총장 및 의무부총장으로 선임되었으니 창피해서 선배가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론들이 있으나 유 학장은 오히려 고신 의대 출신을 교협 회장에 출마하도록 종용하면서 집행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강한 힘을 결집하지는 못하고 있다. 영도의 몇몇 원로 교수들 역시 정 총장에 대한 반대 여론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영도 캠퍼스의 분위기 상 수면위로 크게 떠오르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앞으로 곧 보선될 이사 3명이 어떤 성향의 인물이냐는 것이다. 현재 이사회에는 아직도 김민남 직전 임시 이사장의 소위 ‘잠재 세력’들이 있다. 만약 보선되는 3인의 이사들이 김 직전 임시 이사장의 세력으로 보완되면 이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임광식 임시 이사장 대행은 윤 국장을 급히 서울로 급파해서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영안실 비리 진정 사건
고신 교단의 총회특별대책위원회는 물론, 재단 사무국장인 윤 국장도 김민남 직전 임시 이사장 세력을 축출하는데 열심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내막인즉, 의대 교협이 복음병원 영안실 비리 문제를 걸고 검찰에 진정을 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재우 직전 병원장과 윤 국장등 관계자들이 모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영안실이 아직 경쟁 입찰자로 낙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단이 직영하고 있으며, 현재 식당도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영안실 비리 관계는 무혐의 종결되었다. 그러나 이런 조사 과정에서 윤 국장은 재단에서 흘러나온 엄청난 자료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검찰에 이런 자료를 넘겨준 일이 없는데 결국 누가 넘겨주었겠느냐는 것이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는 꼴’은 되지 않아야
영도와 송도의 새 집행부에 대한 반대 세력들은 입원 환자가 평균 650 베드 수준에 머물고 있는 병원의 위기를 자주 거론한다. 병원이 정상화되지 못하면 결국 3자 인수 쪽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관자적 자세는 ‘남의 집 불 구경하는 듯한’ 무책임한 자세임을 알아야 한다. 병원이 3자에게 넘어가면 환경이 좋을 줄 알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복음병원의 의료진들은 오늘까지 진료에 간섭을 받지 않고 상당한 자유를 즐기는 혜택을 누려왔다. 교단이 주인이었기 때문에 의사들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자유를 누려온 것이 사실이며, 여기에 대해서는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어떤 재벌이라도 병원을 인수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상태로 병원이 운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부 임상교수들을 중심으로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는 꼴’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와 같은 자유를 누리면서 급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러므로 임상교수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병원의 정상화는 진료 활성화를 향한 임상 교수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임시 이사장과 교단의 밀월 관계
현재, 고려학원 임시 이사장 대행(임광식 교수)은 고신 교단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민남 직전 임시 이사장은 이사장 직무 수행 시 많은 업무들을 직접 챙겼다. 그래서 이사장이 총장과 병원장, 심지어는 기획실장 업무까지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는 대학의 각종 행사에도 얼굴 내놓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불평까지 터져 나왔다. 특히, 걸핏하면 복음병원 3자 인수설을 흘리면서 교단을 압박하였으며, 실제로 3자 인수를 위한 구체적 행보를 보임으로서 고신 교단 지도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현재 임광식 임시 이사장 대행은 “고려학원을 조속히 고신 교단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사장실에 상근하지도 않고 부산대학교의 교수직을 본업으로 감당하면서 이사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과 병원 내부에서는 물론 교단에서도 이사장 대행이 ‘이사장 직무를 고무적으로 잘 하고 있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총회특별위원회의 활동
임시 이사회가 현재와 같은 방향과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총회특별위원회는 교단과 이사회의 이런 ‘밀월 관계’를 깨뜨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총회특위 위원들이 이사회에 참석해서 참관을 하겠다거나, 이사회 위에 군림하여 지배하고 감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총회특위는 고려학원을 정상화시킬 때까지 가동되기 때문에 총회 회계가 새로 선임되었다 하더라도 회계를 그대로 유임시킬 전망이며, 10월 15일 송도 재단 사무실에서 갖은 모임에서 박종수 목사, 권오정 목사, 김철봉 목사, 주일용 장로, 박창제 장로등을 신임위원으로 보강했다. 이 날 대책위원회는 고의성 부도와 병원 차명계좌 이체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결의하고 관선이사를 파송의 원인 규명을 위한 위원도 구성했다.
▣산적해 있는 새 집행부의 과제
신임 전병찬 원장을 중심으로 한 복음병원의 새 집행부 역시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병원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명의와 명교수를 모셔오는 인력투자와 장비와 시설투자를 통해 낙후된 경쟁력을 하루 속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병원 정상화의 갈림길은 내년 총회가 아니라 앞으로 2-3개월 안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직원과 교수, 의사들이 상호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병원 구성원들은 총회가 무엇을 챙겨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의 생존권을 책임지고 고객을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 한국생산성 본부가 국내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대 아산병원이 고객만족도 대상을 수상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고의 시설과 장비에 덧 부쳐, 주차에서 엘리베이터 안내에 이르기까지 전체 직원과 의사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환자를 예우한 결과이다.
복음병원도 친절과 신뢰 회복을 통해 병원 소생의 희망을 보여주면 채권단들도 인내하며 기다리게 되어 있다. 새 집행부는 병원에 점령군처럼 들어서며 지배권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투자할 사람이 줄을 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이 세일즈맨이 되어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친절을 보이고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벌여야 한다. 금년 년말까지는 적어도 850베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년말까지도 매월 75억원의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하면 병원은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된다. 현재 복음병원의 상황을 보면 이와 같은 목표 달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부 음해 세력들은 교수들이 많이 빠져나갔다는 소문을 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복음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방사능치료기계는 아직도 일급 수준이다. 비싼 기계를 최대한 가동하면서 새로운 장비를 구입해 나가면 병원은 금방 정상화될 수 있다.
/신상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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