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박해진 관선이사 파송
학교법인 고려학원에 대한 관선이사 파송이 현실로 다가온 것 같아 보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고려학원에 대한 관선이사 명단을 작성하고 있는데, 이미 재부기관장들에게 이사 추천을 요구해오는가 하면 경성대학교 박종문 총장을 추천하는 전화를 받았다는 경성대학교 총장 부속실을 통해 이것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선이사 파송을 막기 위해서는 고려학원이 최소한 다섯가지 사항을 해결해 내어야 한다. 첫째는 고려학원의 부채 200억 원을 기채 승인 없이 변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둘째는 은급비 20억원 조기 상환 방안 마련, 셋째는 김해복음병원에 파송한 의사 전원 복귀 및 지원 중단 등 연결 고리 차단, 넷째는 황창기 총장, 김재도 원장, 구자영 직전원장 등에 대한 인사 조치, 다섯째는 부천땅매각으로 부채정리등이다. 이 다섯 가지 사항 중에서 고려학원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어느 한 가지도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아직도 ‘설마’하고 있는 교단 핵심부
이러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아직 고신 교단 핵심부는 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대학인데 설마 관선이야 파송되겠느냐는 분위기이다. 50여년 동안 고신 교단의 신앙 선배들이 쌓아 온 모든 것이 송두리째 날아갈 형편인데도 위기 의식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 나라 전 국민의 안보불감증과도 흡사한 것 같아 보인다. 교단의 위기 수습을 위해 가장 앞장 서서 진두지휘해야 할 고신총회장(이선 목사)은 며칠전 집회인도차 남아공화국으로 출국하였고, 고신대학교 총장은 “절대 관선은 안온다”고 허세를 부리고 있다. 또 관선이사가 파송되는 한이 있어도 자신은 절대로 총장직에서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자신이 사퇴하거나 물러나게 되는 것은 오히려 선과 악의 싸움, 진리와 사탄의 싸움에서 악의 세력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과 자기독단의 논리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고신대학교 신학부 학생들은 이미 위기 의식을 느끼고 신학대학 학생회를 중심으로 합심 기도 모임을 시작하였다. 신학과의 모 교수도 이제는 자기가 가만있지 않겠다고 분개하며 총장이 이제는 결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한 소리를 내고 있다. 학교가 이러한 상황에 처해있는데 보직 교수들이 전원 사표라도 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보직 교수들은 자기 보신에 골몰하고 있을 뿐 그 어느 누구도 총장을 잘못 보좌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소신없는 징계위원들
교육인적자원부는 총장업무추진비 부당 사용과 관련하여 황창기 총장으로부터 일천육백여만원을 환수조처하고,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이에 상응하는 조처는 사실상 총장 면직을 의미하고 있는데, 교육부가 직접 할 수 없으니 총장을 임면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이사회가 이를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사회는 총장과 김재도 원장, 구자영 직전 원장 등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하여 7명으로 구성된 교원징계위원회(위원장 이종영 목사)를 구성하였다. 그런데 3월 18일 모인 징계위원회에 황 총장은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고 징계위원회에 출두하지 않았다.
한편 구자영 교수와 김종철 전기획실장 등은 징계위원기피신청을 냈었는데 그 이유는 위원장 이종영 목사는 병원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징계위원 강구일 교수와 염화용 교수는 평소 인사행정에 불만을 품고 있는 교수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만길 교수와 김정일 교수는 평소 황 총장과 복음병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징계위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들 계파에 속하는 이사들만 징계위원들로 합당하다는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이사장과 징계위원장은 타당한 제척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3월 24일에 징계위원회를 다시 소집하여 처리하기로 하였다.
이런 와중에서 황 총장은 측근들을 동원하거나 때로는 자신이 직접 징계위원들을 접촉하면서 총장해임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서슴치않고 있다. 총장의 이런 행동들을 지켜보면서 이사회 일각에서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당사자가 징계위원들을 회유하기 위해 회식 자리를 만들어 접촉하는 이러한 행동은 또 다른 징계 사유가 된다고 분개하고 있다. 금번 학기에 학생처장으로 임명된 음악과 안 민 학생 처장은 김정일 교수에게 접근하여 신학부 학생들이 들고 있어날지 모르니 학교를 위해서 잘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으며, 총장 역시 김 교수와 식사자리를 만들어 자신을 변호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심지어는 기독교보 편집국장도 이만길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판공비 문제가 총장해임사유는 되지 못한다고 설득을 시도하였다고 한다. 부총장 홍영대 교수와 입시홍부처장 정동관 교수 역시 이만길 교수를 접촉하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총장과 총장 측근들의 대대적인 로비에 두 원로교수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교단과 학교를 위해서는 총장을 해임시켜야 하겠는데 총장이 해임결정에 순복하지 않고 계속 버티게 되면 학교만 혼란스러워지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3월 18일 첫 모임 후 김정일 교수는 징계위원 사표를 내었다. 징계위원들의 이러한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 병원과 학교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교수들이 그렇게 소신 없이 행동해서야 교단에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고 개탄하고 있다.
▶학교와 교단의 분위기
고신 교단의 많은 인사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관선이사 파송만은 막아야 한다는 데는 모두들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고신대학의 신학부 교수들과 학생들이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한번 관선이사가 파송되면 다시 되돌려 받기가 예사로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병원과 의과대학을 소유하고 있는 대학은 정상적인 복귀가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단국대학교, 조선대학교, 영남대학교의 사례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관선이사 파송은 곧 기독교대학으로서의 이념을 포기해야 하는 비극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학부 교수들과 학생들은 안타까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부 일부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의과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은 오히려 관선이사 파송이 신급 제한을 해제하고 일반대학교로의 발전을 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은근히 바라고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들리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분위기 속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이사회를 향하여 총장에 대해 소위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라는 지시는 곧 총장 면직을 뜻하는데 이사 2/3를 확보하지 못해서 총장을 면직시키지 못한다고 한다면 교단을 위해서 총장이 자진 사표를 내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는 소리들이 강하게 들리고 있다. 기독교보 2003년 3월 8일자 4면에 게재된 황총장의 글을 읽고 이스라엘 선교사 이일호 목사가 황 총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기사를 읽고서 많은 사람들이 ‘속이 시원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해 보여주고 있다. 총장의 위기관리능력 부재와 가족의 이중 국적 등 사회지도층 인사로서의 자질에 미치지 못하는 윤리적인 면에 대한 지적 등 모든 것이 사실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심지어는 총장을 보좌하는 일부 교무위원들 마저도 총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 제일 좋겠는데 자기들이 나서서 총장에게 어떻게 그런 조언을 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경해진 이사회 분위기
총장 한 사람으로 인해서 교단이 이렇게 혼란해서야 되겠느냐는 의식을 가지고 이제는 이사회가 총장에 대해서 사사건건 ‘브레이크’을 걸어야 한다는 소위 ‘화풀이’ 비슷한 결정들이 이사회에서 나오고 있어 우려되는 면도 없지 않는 것 같다. 그 실예로 이사회는 총장이 이사회에 상정한 2명의 신규채용 교수(산업디자인학과와 중국어과)에 대해서 채용유보 결정을 내렸으며, 교수 승진 및 재임용 승인 청원에 대해서도 모든 교수들이 최근 2년간의 연구실적물을 제출하라고 지시하고, 이들 연구실적물을 검토한 후 결정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사회의 이러한 행보는 결국 총장 한 사람 때문에 대학과 이사회의 관계가 원활해지지 못하는 고신대학교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안타까운 일이다. 밖에서는 대학간에 신입생 유치 등 대학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사장과 총장, 대학과 이사회, 교수사회의 분열과 같은 갈등과 내분에만 휘말려 있는 고려학원의 앞날이 어떻게 밝게 전망할 수 있을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혼란스런 김해복음병원
한편 부도처리된 김해복음병원은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였으나 여전히 악성부채에 시달리면서 연쇄부도를 우려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박 모 목사의 아들인 행정부장이 처음에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무급으로 봉사하겠다고 병원에 들어와 놓고도 병원이 부도가 나자 처음 자신이 병원에 차용해준 2억원을 의료보험공단으로부터 자기통장으로 챙겨나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직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직원들은 사실 2억원을 자신들의 월급으로 학수고대하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렇지 않아도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데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자포자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복음병원이 김해복음병원과 관련된 어음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막고는 있으나 결국은 역부족으로 연쇄부도가 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본원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될 것이며 이는 바로 관선이사 파송 결단과 직결되게 될 것이라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진정, 해법은 없는가?
고려학원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일은 교단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사회와 학교, 병원에 종사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적인 자세를 버리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 이사장이나 총장이나 병원장이나 모두가 대를 위해서는 자신의 직위를 내 놓을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계속해서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나 혼자 의인이고 나 혼자라도 끝까지 가겠다는 자세는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학교나 교단의 대부분 인사들은 황 총장이 자진 사퇴하는 결단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총장으로 취임한 후 2년 동안 자신은 개혁한다는 슬로건을 걸었지만 계속적으로 혼란과 갈등만 유발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동시에 이사들도 정치적인 계파 싸움을 떠나 단합하여 위기를 타파해 나가야 한다. 감정적인 의사결정은 사태 해결은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교무회의가 이미 신규임용교수들을 결정하고 이사회에 청원했다면 이사회는 특별한 하자가 없는한 승인해 주는 것이 순리이다. 물론 교원신규채용과 관련된 특별한 부정이나 하자가 있으며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미 학기가 시작되어 강의가 진행되고 있고 연구실 마져 배정 받아 교수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는데 일년간 유보라는 결정은 이사회를 향한 대학구성원들의 반발과 불신만을 초래하게 된다. 총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총장에 대해서 정당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지 그러한 불똥이 학교와 교직원들에게 튀도록 하는 일은 이사회가 스스로 자충수를 두는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학교법인 고려학원이 절박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일치 단합하여 학교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위기관리능력을 교육부를 향하여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신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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