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난립, 목사안수 남발이 원인, 공동목회 대안 묘색
▲ 교회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초래
국제신학대학원 이정석 교수는 목회자들이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탈진(脫盡, burnout)즉, 과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달리 자신감과 희망을 상실하는 현상이다. 목회자 탈진의 신학적 원인은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신학교의 수많은 졸업생들에 의해 포화상태가 넘어서면서 과거의 존경과 권위가 실추되어 많은 목회자들이 힘겹게 한 주 한 주를 버텨 나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교단의 핵분열로 야기된 신학교의 난립과 급격한 신학생 증가는 이미 오늘날의 심각한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십 년마다 배로 증가하던 한국교회 성장이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정체를 보이자 많은 신학교 졸업생들이 청빙을 받지 못하고, 따라서 개척교회 밖에 진로가 없었으나 그것도 성장정체의 벽에 부딪쳐 존립의 위기 속에서 눈물과 한숨으로 매일 새벽을 적시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의 대형화로 교인들은 크고 화려한 교회로 몰리고 개척교회에 등을 돌리고 있어서 교회에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신세대의 등장과 함께 구세대 목회자들은 적지 않게 조기은퇴의 압력을 받거나 교회유지에 힘들어하고 있다. 오직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소수의 인기 있는 목회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교인들의 불만에 시달리며, 심지어 상당수는 직·간접적인 사임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목회자들의 탈진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이 길에 들어선 목회자는 일단 안수를 받으면 뒤돌아 설 수 없다. 전후좌우가 다 막힌 절망적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으며 전업할 수 없다. 이러한 배수진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더욱더 안간힘을 쓰지만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현대는 고도의 경쟁적인 시대로서 전문직은 모두 탈진의 위험을 가지고 있어 목회자들의 하나님 앞에서 느끼는 죄책감이 더 가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와 현실의 심각한 차이가 반복되면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전력투구하여 그토록 헌신하고 노력했는데 아무런 결과도 없을 때, 심지어 최소한의 기대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리고 아무 보람도 정당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을 때, 자신의 무능을 절감하게 되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어보지만 이제 더 이상 의욕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가 되면 탈진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목회를 포기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혹은 위장된 방식으로 목회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오늘날 교회성장의 실패가 탈진의 가장 일반적인 원인이지만, 그 뒤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이 숨어있다. 흔히 거론되는 원인들로는 완전주의적 사고를 가지고 자기에게 초인적 능력과 성자적 모범을 요구하는 정체성의 문제, 자기가 모든 것을 해야되고 자기가 아니면 안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자기를 혹사하며, 동역자들과 원만한 업무분담과 협조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모든 일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행동방식의 문제, 분명한 근무시간이나 업무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직책상의 문제, 그리고 부부관계나 자녀문제로 인해 자괴감을 가지게 되는 가정적인 문제가 있다.
▲ 목회자들의 수급불균형은 고급인력의 낭비
주요교단 목회자 수의 증가와 교회수의 증가를 살펴보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예장 통합, 합동등의 주요 교단들의 통계에 따르면 목회자는 매년 10% 가까이 증가한 반면 교회숫자의 증가는 매년 1%에서 3%대에 머물고 있어 목회자가 교회 수보다 2배에서 9배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목회자의 수요는 거의 변동이 없는 것에 반해 공급은 과잉상태라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목회자들의 수급 불균형은 고급인력의 낭비이며, 또한 목회자들간의 경쟁을 부추기며 목회자의 권위까지 실추시킨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러한 목회자들의 과잉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앞서 말했듯 개척교회라는 하나의 방법 역시 성장정체의 벽에 부딪쳐 존립의 위기 속에 있으며, 교회의 대형화로 인한 교인들의 이동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들과 목회자들은 신학교의 정원을 줄이고, 목사안수의 남발도 줄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목회자의 소명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신학교에 입학을 한다. 그러나 주관적인 느낌은 교회를 통해 검증되어 그릇된 소명이해를 막아야 옳다. 목회자를 찾고 있는 교회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거기에 소명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지만, 교회가 검증하여 한 사람만을 선택하는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소유로서 아무나 교회를 위해 일할 수 없고 오직 위임된 자만이 감히 교회를 봉사할 수 있다. 주님의 뜻은 성령의 역사로 교회를 통해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에, 주의 종은 항상 주인의 인사명령에 따라 움직일 각오를 가지고 봉사해야 한다. 따라서, 목회자가 교회나 기간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목회자를 선택하고 기간을 정한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위임된 기간동안 충성하면 되는 것이다. 교인들의 과반수가 원하지 않는데 교회에 남아 고집하는 것은 더 심한 자괴감을 줄 수 있으며 치명적인 탈진에 빠질 수도 있다.
한편, 목회의 소명만을 하나님의 소명으로 이해하는 것도 큰 문제를 가져온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교회의 소명 외에 가정, 국가, 사회단체등 다양한 조직에서 감당해야 될 여러 가지 소명들이 있으며, 모두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소명에만 치우쳐 다른 소명에 불충실하게 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 신학대학교 신대원을 졸업한 후 5∼6년을 실직상태에 있다가 모 교회의 부교역자로 사역중인 목회자는 한국교단의 신학교 난립과 신학교육의 부실화를 통해 나타난 ‘신학생실업사태’에 대한 의견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는 목회에 대한 신학생들의 인식이 변화에 대해 목회를 지망하는 신학생들이 목회를 단지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해 생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으며, 복음에 대한 열정과 애착이 식을 뿐 아니라 목회자의 윤리의식등 목회자의 질적인 저하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신학교의 난립에 대해서는 곧 교단의 난립이라며 특히 교단별 직영신학교에서 정규과정의 이수 없이 통신, 직영신학등 편법과정을 통해 다량의 목회자들이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라서 목회자의 자질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대안책으로는 교단일치 차원의 일환으로 ‘공동신학’의 운영과 지방의 군소신학과 무인가신학교를 하나의 신학대로 편성해 통합과정으로 목회자를 배출, 각 교단으로 환원 해 ‘목회자의 자질과 수급문제’를 자연스레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특성화 된 개척교회 필요 대두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 받았다는 사명감으로 신학교를 졸업하고 개척교회를 설립한 목회자들을 바라보며 또한 실직상태에 있는 목회자들을 바라보며 한국교회가 이제 더 깊은 생각과 마음으로 이 숙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최근 ‘목회자 과잉공급’이라는 문제가 대두되면서 개척교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순수한 개척의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목회자들이 상처를 입는등 무분별한 개척교회들의 난립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문제아로 전락해 가고 있는 실정에서 특성화된 개척교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성화된 개척교회들의 역할이 매우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여러 공동체를 주신 의도는 상호 보완작용을 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보다 확고하고 건실하게 이루어나가기 위함이다. 하나의 대안으로 공동목회를 들 수 있다.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아름다운교회는 공동목회를 시도한 우리나라에서는 몇 안 되는, 아니 어쩌면 첫 손에 꼽히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기존의 목회 방식으로는 도저히 지금 교회가 안고 있는 인력수급의 문제나 각 분야에 전문가를 요하는 빈 공간을 채울 수 없다는 고민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공동목회는 기존 교회의 한 교회 일인담임제를 깬, 한 교회에 여러 명의 목회자가 전문영역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모델을 제시했던 것이다.
2000년에 최숙철(47)목사와 김경호(40)목사는 각각 서로 다른 교파임에도 전문적인 영역에 있어 상호보완적이라는 면 때문에 공동목회를 시작했다. 기존교회에서 6년 정도 담임목사로 목회 하던 이들은 서로 교파가 달랐고 무엇보다 분야가 달랐다. 유유상종이라는 기존의 인간관계에서는 도저히 대화의 코드를 찾을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이런 다름은 진정으로 교회를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차이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예민하기 짝이 없는 교파 문제를 한 교단으로 통일하는 파격적인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교회는 하나’라는 성경말씀에 기초한 신앙의 기틀 때문이었고 다양한 접근이 요구되는 성도들의 현실을 인정하는 데 있었다. 설교에 자신 있는 최목사에 있어 그 외 부분에는 문외한이었던 게 안면도 없었던 김목사와 공동목회를 시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찬양과 교육을 담당하는 김목사와 팀을 이루면서 이전보다 목회가 훨씬 구체화되고 깊어졌다는 진단이다. 이제 겨우 1년 반 정도의 기간이지만 민감한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 최저생활을 감행하고 상하관계가 아닌 동반자로서의 자세가 다른 교역자들과 교인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어 초대교회의 공동체 모습을 회복하고 있어 기대이상이라고 한다. 현재 함께 일하던 김목사는 좀더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하와이에 유학중이다. 인턴쉽을 적용해 앞으로 다른 파트의 공동목회자를 찾고 있고 신학생들에게 목회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공동목회가 대안으로 제시
사역의 방향을 넓혀야 한다. 공동목회는 물론 해외선교나 군목, 문화사역등 사역의 방향을 넓혀 목회자 수급 불균형을 줄여야 한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목회자들은 무엇보다 올바른 신학적 성찰과 윤리적 실천이 목회에서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로 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목회의 실패라는 심판을 받게된다. 교인들에게 말씀의 순종을 요구하는 목회자들 자신이 휴식의 명령에 순종하고, 자기의 욕망을 절제할 줄 알며,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염려하거나 불안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경쟁적인 사회에서 다른 목회자와의 비교의식을 버리고 오로지 주님에게만 충성하는 자세가 요청된다. 그리고, 자기 시간과 능력이 허용하는 선에서 계속적인 연구와 학습을 유지하여 변화하는 시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올바로 정립된 신학은 정확한 지도와 같아서 목회자의 길을 올바르고 안전하게 걸어가는데 필수적 기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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